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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6 두브로브닉·프라하·빈

7. 30 (토) 전 : 성벽 위를 거닐다

두브로브니크 숙소 출입문

남편과 동행하여 유럽 대륙을 찾은 것은 6년 만이다.

2009년 1월 귀국 후, 2010년에 가족 셋이 뮌헨과 빈에 다녀왔고 2014년엔 아들과 함께, 작년엔 나혼자 비엔나 나들이를 했다.

 

베니스 갈까. 11일간의 여정을 처음 계획할 때 IN 예정이었던 도시는 베니스였다.

그런데, 7월의 베니스는 숙소가 너무 비쌌고, 게다가 2004년 여름에 겪은 고온다습 때문에 선뜻 항공권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럼, 두브로브니크 어때. 꽃누나에서 봤던 거기 말야. 우리 크로아티아엔 북부 오파티아밖에 안 가봤잖아. 

 

처음에 고려했던 '베니스-잘츠-빈'의 여정은 '두브로브니크-프라하-빈'으로 변경되었다.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의 최남단 도시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 '아드리아해의 진주'다.

구시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전쟁과 지진, 화재로 인해 여러 차례 재건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구시가 성벽 입구인 플로체게이트

새벽 4시, 눈을 떴다.

어제 지구 반바퀴를 돌아 두브로브니크까지 왔으니 시차 적응은 당연히 아직 안 될 터.

6시, 숙소에서 제공해준 곡물 식빵에 치즈와 햄을 넣어 콜라를 곁들이니 근사한 아침식사가 차려졌다.

 

와, 하늘이 너무나 맑다. 그야말로 하늘색 물감을 칠한 듯 구름 하나 없이 푸르다.

지도를 보고 책자를 보며 하루를 살 계획을 세운 후 7시 40분에 구시가의 플로체게이트로 향한다.

 

두브로브니크 성벽
성벽 안 구시가

하루를 시작하는 구시가의 아침은 살짝 분주하다.

이른 아침의 한적한 분주함을, 유럽의 이러한 아침을 나는 참 좋아한다.

부지런한 여행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구시가를 거닐고, 성벽 안쪽의 상점들 앞엔 물품과 식품을 배달하는 차들이 오간다.

불과 8시, 이곳 날씨도 장난 아니다. 벌써 뜨거운 햇살이 살갗을 꾹꾹 찔러댄다. 

 

성벽투어 입구 : 플로체게이트 쪽
성벽투어 입구 : 플로체게이트 쪽

그런데, 성벽투어 시작하는 입구는 어디지. 분명 플로체게이트 쪽에도 있는데...

높은 성벽을 따라 오가며 입구를 찾았지만 어디로 숨었는지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거대한 입구를 생각했었나. 잠시 후 눈 앞에 소박한 성벽투어 입구가 나타난다.

 

City Wall. 어제 공항에선 공항버스요금 정도만 환전했으니 크로아티아 화폐인 쿠나는 거의 없는 상태.

성벽투어 입장료는 120쿠나(약 22,000원)인데, 유로는 사용불가, 물론 신용카드로는 결제 가능하다.

 

성벽 투어
성벽 투어
성벽 투어

여름철의 성벽투어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구시가를 口자로 둘러싼  2km의 성벽 위를 시계반대방향으로 걸으며 성벽을 느끼고 경관을 즐기면 된다.

이곳 햇살에 대한 명성은 이미 자자했기에 우린 살짝 얼린 물까지 준비했으나. 이런이런 물을 냉동실에 그대로 모셔두고 온...

물도 없이 모자도 없이 선글라스 하나에 의지해 성벽 위를 쭉쭉 걸어가는데, 앞에 펼쳐지는 정경이 형언할 수 없이 정말 예쁘다.

 

성벽 투어 : 로쿠룸섬
성벽 투어
성벽 투어 : 민체타탑

'너의 손가락을 바다에 담그면 세상은 너의 것이 된다.'는 두브로브니크 속담이 있다고 한다.

아,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런 정경을 보여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이 경관은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다른 어떤 수사로도 표현되지 않는 그림이다.

 

성벽투어 : 플라차대로
성벽투어 : 플라차대로

디카와 핸드폰을 번갈아 들었다놓으며 무수한 사진을 찍고 수없이 동영상을 찍었다.

성벽의 길을 따라, 계단을 따라, 다른 그림이 비슷한 그림처럼 뜨거움을 헤치며 계속 이어진다.

성벽 안쪽엔 중세의 구시가지가 애잔한 미소를 품고, 성벽 바깥쪽에선 새파란 바다가 잔잔한 물결을 품는다.

 

성벽투어 : 부자카페
성벽투어
성벽투어 : 로브리예나 요새

뜨거움을 온몸으로 받으며, 또 몸 속 소금물을 바다로 뿌려가며 앞서 걷는 남편.

투어를 시작한 지 1시간을 넘기면서 성벽 위 어느 카페에서, 애타게 기다렸던 물을 구입했다.

서늘한 물기가 들어가니 몸이 아련한 생존 신호를 보낸다.

 

성벽투어
성벽투어 : 이 멋진 촬영 위치

플로체게이트에서 시작한 1시간반 동안의 성벽투어는 필레게이트를 거쳐 다시 플로체게이트에서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뜨거운 날씨만 아니었다면, 사람들 몰리는 성수기가 아니었다면 성벽 위 카페에서 바다를 더 오래도록 바라보았을 것이다.

반나절 만에 벌써 우린 다음번을 또 기약할 만큼, 두브로브니크에게 흠뻑 완전히 반해버렸다.

 

플라차대로 (스트라둔대로)
플라차대로 (스트라둔대로)

땀돌이인 남편이 두어시간 동안 뿌린 땀을 해결하려면 일단 숙소로 가야 했다.

플로체게이트 근처에 위치한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든 쉽게 숙소엘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잠깐, 아침에 안 한 거~ 플라차대로 가서 환전하고 가자고~

 

크로아티아의 은행은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 물론 토요일엔 오전만.

플라차대로엔 여러 은행이 있는데 그중 자그렙은행에서 1유로에 7.42쿠나-공항에선 7쿠나-로 환전을 하고는 내친 김에

기념품점에서 그토록 소망하던 남편의 모자를 사고 또 두브로브니크 미니어처까지 손에 쥐고서야 숙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