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 한길에 위치한 호텔은 창문 개방시 소음에 치명적이다.
단, 다행스럽게도 창문을 닫으면 신기하리만큼 조용하다.
새벽 3시, 늘 그렇듯 역시나 시차 적응 못하고 눈이 떠진다. 오늘 프랑크푸르트 기온은 최저 17도, 최고 23도.
문자톡을 하고 보이스톡을 하며 아들녀석과 연락을 하는 동안 여름의 아침 하늘은 금세 환해진다.
우리가 선택한 오늘의 아침 식사 시각은 6시 40분이다.
이미 아랍인 부부, 일본인 부부와 백인 남자 하나가 벌써 식당 탁자를 차지하고 있다.
큰 규모의 호텔은 아닌데, 또 음식 가짓수가 많은 건 아닌데, 맛이 괜찮다. 특히 먹기 좋게 잘라놓은 과일류는 정말 좋다.
7시가 넘자 한국인 남자와 그를 따르는 10여명의 아이들이 식당에 등장하고 한국인 부부 한 쌍도 나타나 주신다.
여행 전에 이 호텔 후기를 찾을 땐 거의 발견하지 못했는데 여기,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호텔이었나.
오후 일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또 같은 독일이긴 하지만 하이델베르크는 주말을 끼고 머물게 되었기에
8시, 드럭스토어 쇼핑에 나섰다. 일기예보대로 쌀쌀한 아침, 중앙역 앞 도로를 따라 걸어 로스만에서 혈액순환개선제-남편 왈,
로스만에만 있음-를 구입하고 dm에 들러서는 알페신 샴푸와 핸드크림을 집어들었다.
두 곳 다 규모도 크고 무엇보다 일찍 오픈하니 정말 좋다.
오스트리아도 그러하지만 독일 역시 아침형 인간인 우리와 잘 맞는 나라다. 근데 로스만에만 있다던 영양제가 dm에도 있네~
드럭스토어에서 들고온 뭉텅이를 숙소에 넣어두고 중앙역으로 향한다.
라인강변의 작은 마을인 뤼데스하임이 오늘의 행선지다.
뤼데스하임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프랑크푸르트, 비스바덴 등과 함께 헤센주에 속한다.
헤센주 안 모든 도시와 마을의 대중교통은 하루 35유로짜리 헤센 티켓 1장으로 5명까지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바이에른티켓만큼 가성비가 뛰어나진 않지만 뤼데스하임까지 2명의 왕복기차비보다는 저렴하니 우리의 선택은 헤센티켓이다.
9시 53분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한 기차엔 10시쯤 역무원이 나타나 티켓검사를 하고 10시 40분엔 비스바덴-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오는 길에 여력 있으면 들를 예정-을 지난다. 많은 사람들이 하차하고 또 그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 오른다.
11시 10분, 드디어 뤼데스하임이다.
뤼데스하임의 첫인상은 흐린 하늘이다.
온통 흐리고 뿌연 공기 속으로 라인강이 흐르고 강 위엔 역시나 무채색의 유람선이 흐른다.
라인강을 따라 기찻길을 따라 마을 쪽으로 걷다보면 쉽게 등장해 주시는 Drosselgasse~
예쁘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엔 오래되고 아름다운 간판과 전통 있는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다행히도 하늘은 구름을 밀어내고 푸른 자아를 되찾고 있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든든히 했기에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케이블카 탈 일정 때문에 점심을 먼저 먹기로 했다.
Drosselgasse 중간쯤에 자리한, 3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한 레스토랑에 앉았다.
탁 트여있어 시원하고 또 이른 점심이라 식당 안이 북적거리지 않아서 매우 좋다.
주문한 맥주를 들고와 그 중 큰 것을 내 앞에 내밀며 농담하는 서버 덕에 한참을 웃었다.
오호, 분위기만큼 맥주 맛도 아주 괜찮은데. 맥주에 이어 나온 소시지와 슈니첼 맛도 나쁘지 않다.
소시지에 곁들인 사우어크라우트도 상큼하게 맛있고 슈니첼 옆 카르토펠살라트도 맥주 안주로 끝내준다.
속도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포도밭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타러 움직여볼까.
여행 전, 우리 프랑크푸르트 가면 포도밭 보러 뤼데스하임 갈까 하는 내 말에 남편은, 포도밭은 오스트리아에서 지겹게 봤는데
뭘 또, 하는 반응이었다. 물론 그렇지, 바카우 갈 때마다 무지하게 여러 번 봤지. 근데 여긴 그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가 있대.
뤼데스하임 Seilbahn 투어는 다양하다.
케이블카만 탈 수도 있고, 케이블카와 리프트, 유람선을 타는 링투어, 그리고 케이블카와 리프트, 유람선에 고성까지 둘러보는
로맨틱 투어가 있는데, 우리는 처음 예정했던 링투어에서 케이블카 왕복으로 변경 선택했다. 링투어나 로맨틱투어는 오전에
도착해야 당일 투어가 가능한데, 우린 케이블카만 타기로 했기에 점심식사를 먼저 했던 것이다.
케이블카 타는 곳 바로 앞엔 로텐부르크와 하이델베르크 등에도 있는 크리스마스용품 상점인 캐테볼파트가 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라, 이 로맨틱한 단어를 물리치고 캐테볼파트에 들어가지 않는 우리.
물론 여러 차례 봤던 것들이라 크게 관심 가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우리가 나이 들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다.
케이블카 왕복권을 구입하고 케이블카 위에 몸을 싣는다.
포도밭 위로 세찬 바람이 불었고, 우린 영상을 찍으며 공중을 날아올라 니더발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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