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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프푸·하이델·콜마·파리

8. 4 (금) 후 : 뤼데스하임에서 뢰머광장으로

뤼데스하임의 하늘은 구름으로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구름 있는 세상은 갖은 문양을 자아내며 인간들의 우러름을 받고 있었고, 구름 아래 세상은 게르마니아 여신이 포도밭과

라인강을 품으며 맑은 여름 공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니더발트 언덕
니더발트 언덕
니더발트 언덕

오, 괜찮은데, 우리 여기 오길 잘한 거지?

적당히 많은 사람들 틈에서 적당히 많은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우린 니더발트 언덕을 거닐었다.

라인강의 물결과 줄기를 마주하고 그 경관을 오래도록 눈에 넣은 후,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날아 마을로 내려간다.

 

니더발트 언덕을 오가는 케이블카
니더발트 언덕을 오가는 케이블카
니더발트 언덕을 오가는 케이블카

지상을 향해 나는 동안, 허공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환한 얼굴로 크게 인사를 건네는 백인남자들, 온몸을 검은 부르카로 부여매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아랍여인들...

얕은 경사를 이룬 드넓은 포도밭 위에선 세상의 온갖 세계가 숨을 쉰다.

 

뤼데스하임의 포도밭
뤼데스하임의 포도밭
뤼데스하임의 포도밭

니더발트를 오를 때보다는 바람이 한결 잦아들었다.

케이블카 아래로, 포도밭 사이의 도로를 천천히 걷는 이들이 정겨워보인다.

포도나무로 둘러싸인 이곳을 걸으며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뤼데스하임
뤼데스하임
뤼데스하임

마을엔 현지 주민과 여행객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동네 규모에 비해 여행객들이 꽤 많은 편인데, 신기하리만큼 참 평화롭고 안온하다.

골목골목을 여기저기 쏘다녀도, 어수선하지도 않고 어지럽지도 않고 산만하거나 시끄럽지도 않다.

 

뤼데스하임
뤼데스하임
뤼데스하임

이제 하늘은 완연히 스카이블루를 발색한다.

멀리 보이는 케이블카의 대열은 스카이블루 속으로 빠져들며, 색채들이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뤼데스하임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40분.

기차 출발 시각까진 15분이 남아 있었는데,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다.

 

뤼데스하임역
비스바덴 역

기차가 도착하고 출발할 시각이 임박해서야 열리는 플랫폼 쪽 출입문.

열려있지 않아도, 어느 누구 하나 항의도 질문도 하지 않는 뤼데스하임역을, 기차는 오후 2시 55분에 떠난다.

기차가 출발한 지 20분쯤 지나, 역무원과 아랍남자 사이에 알지 못할 실랑이가 벌어진다.

역무원은 하차를 명하고 아랍남자는 내리지 않겠다며 맞서는데, 남자 손엔 티켓이 쥐어져있다. 

 

출발 30분 후 비스바덴이다.

우린 헤센티켓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든지 기차를  자유롭게 승하차하여 온천도시인 비스바덴을 즐길 수 있었지만, 역시 무리.

많이 걸은 것 같진 않은데, 이미 체력 고갈 직전이라 비스바덴은 패스다.

 

프랑크푸르트 지하철 중앙역
마인강
마인강변

시원한 바깥과는 달리 창문을 열지 않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 호텔 객실은 상당히 덥다.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정신줄 놓고 두어시간 낮잠을 잤나 보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팔 다리는 쑤시고 눈은 뜰 수도 없는 지경이다.

 

저녁 7시가 넘었어도 햇살은 짱짱하다.

이제 잠시나마 프푸를 즐겨볼까. U4를 타고 프푸의 중심, 뢰머 광장으로 간다.

근데, 여기 왜 이렇지 성당 쪽으로만 출구가 열려있고 막혀있는 출구는 또 뭐래, 대체 광장은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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뢰머광장
뢰머광장
뢰머광장

돌아돌아 잠시 헤매 도착한 뢰머광장과 주변은 축제 중이고, 그 이유로 광장 쪽 지하철역 출입구는 폐쇄되어 있다.

그럼, 탁 트인 뢰머 광장은 물 건너간 거다.

 

서울 떠난 지 이틀째.

중앙역 근처의 중국음식점에서 짭조름한 쇠고기볶음면과 새우볶음밥으로 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밤 11시, 한 일 많지 않은 고단한 하루가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