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와 떠나는 여름 여행.
1년 반 전엔 패키지여행-내겐 처음이자 마지막 패키지-이었지만 이번엔 5명이 함께 만드는 자유여행이다.
우린 아침 일찍 공항버스 안에서 차례로 만났고, 출근시간에 딱 걸린 버스는 예정보다 15분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온라인체크인 문제로 루프트한자 고객센터에 2차례 전화했는데, 그 문제는 공항 체크인카운터에서 간단히 해결되고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한 포켓와이파이를 찾은 후 성수기치곤 꽤나 여유로운 검색대를 거쳐 출국장 면세구역으로 들어갔다.
아침식사를 하고 면세점도 들렀다가 도착한 탑승구 앞엔 작년 프랑크푸르트행 항공기보다 훨씬 더 많은 백인들이 자리해 있다.
루프트한자 기내에 오르자 곧장 제공되는 음료. 난 그리웠던 독일 맥주를 골랐다.
그리고 10시간 가량의 비행 동안 한국영화 '아이캔스피크'와 '리틀포레스트' 를 알차게 시청했다.
특히 '리틀 포레스트'는 계절과 요리의 기막힌 합이 그림 같은 일상과 잔잔한 그리움을 전하면서 깊은 여운을 풀어냈다.
기록 노트엔 쓰지 않았지만 두 번의 식사 모두 쇠고기를 골랐나 보다.
그런데 식사보다 유럽(?) 컵라면이 더 인상적이었다. 생각보다 맛있었으니까.
아하, 작년 루프트한자 탔을 때도 같은 컵라면을 먹었는데 왜 그것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을까.
10시간은 생각보다 느리게 가진 않았지만 항공기 도착 후 뮌헨 입국심사는 정말 수상했다.
런던 말고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입국 인터뷰가 뮌헨 공항에 존재했던 것이다.
심지어 런던보다 더 많은 질문이 대기 중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살짝 어버버했지만 입국 완료.
S8을 타고 도착한 중앙역에서 호텔까지 조금 헤맸지만-구글맵 초보라- 오후 6시경 호텔 체크인까지 완료다.
저녁 시간인데도 짱짱하고 따가운 뮌헨 날씨.
호텔 근처 Lidl에서 물과 맥주, 과일 등을 사다가 숙소 냉장고에 넣어두곤 바로 구시가로 출동했다.
뮌헨 공항에서 이미 에어포트 시티데이 그룹티켓(2~5인)을 구입했기에 따로 티켓 구입 없이 U1로 칼스플라츠까지 간다.
칼스플라츠에서 노이하우저 거리, 마리엔 광장을 걸으며 또 사진을 찍으며 우린 한여름 뮌헨를 느껴본다.
북적이는 구시가. 난 세번째 뮌헨이고, 선후배들은 처음 만나는 뮌헨이다.
마리엔 광장에서 호프브로이하우스까지 가는 길은 아주 가깝지는 않았다.
3,000명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호프브로이하우스는 16세기 바이에른 왕실에서 지정한 양조장이었고
1850년부터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다고 하니 애주가에겐 뮌헨 여행의 핵심 코스가 아닐 수 없다.
저녁 8시가 훨씬 넘은 평일 저녁인데도 호프브로이하우스 내부는 뮌헨의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로 거의 만석이다.
좌석 한켠에 앉아 맥주를 주문하고 슈바인학센과 흰소시지를 요청했다.
우리는 뮌헨에 온 소회를 주고 받으며 친절한 웃음을 띤 서버가 찍어주는 사진에도 미소를 담았다.
뮌헨의 중심인 마리엔플라츠에서 중앙역까진 U-bahn은 없고 S-bahn만 운행한다.
첫날이라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중앙역 S-bahn에서 내려 숙소까지 이르는 길이 살짝 험난하고 멀다.
자정 넘어 잠을 청하는 오늘, 서울에서 뮌헨까지 날아오는 하루가 참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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