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많고 빗방울 살짝 떨어지는 아침, 10시가 되어 길을 나서는 하늘은 언제 흐렸냐는 듯 푸르다.
8년 전처럼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27번이나 28번 트램을 타려 했으나 복잡한 중앙역 주변에서 트램 승차장이 보이지 않았고,
우린 구글이의 도움을 받아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100번 버스에 올랐다.
버스 하차 후에도 구글이를 따라 노이에 피나코텍으로 향하는데, 구글이는 코 앞의 입구 대신 한참동안 주변 산책을 한 후
입구에 들어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너, 왜 그러니.
노이에 피나코텍은 1853년 루트비히 1세 때 개관하였고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것을 1981년 재건한 미술관이다.
19세기이후 독일과 프랑스의 인상파 및 신고전주의 회화인 고흐, 모네, 세잔, 르느와르 등의 작품들이 전시실을 채우고 있다.
노이에피나코텍 주변엔 알테 피나코텍, 모던 피나코텍도 자리해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각각 노이에피나코텍의 전 시대와
후 시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8년 전엔 노이에와 모던 피나코텍 두 곳을 관람했었다. 이들 피나코텍의 일요일 입장료는 착하디착하게도 달랑 1유로다.
입장권을 받아들고 전시실로 들어가려는데, 지긋한 직원이 백팩과 크로스백이 너무 크다며 정해진 장소에 맡기란다.
우린 우리의 크로스백은 결코 크지 않다 했지만 자기들의 기준엔 크단다.
크로스백 딱 하나만 무사통과니 어쩔 수 없이 나머지는 유인보관소-0.7유로-와 라커-무료-에 맡길 수밖에.
전시실에서 고갱을 만나고 고흐를 만나고 모네와 대화를 나누었다.
전처럼 그들은 그곳에서 그들의 자리를 지키며 향기와 가치를 세상에 퍼뜨리고 있었다.
모네와 세잔도, 피카소도, 또 내가 늘 그리워하는 그리스신화의 한 모퉁이도 피나코텍에서 숨쉬고 있었다.
자유롭게 관람을 마친 후 우린 노니에 피나코텍 입구 안쪽 벤치에 하나씩 둘씩 모여들었다.
100번 버스로 중앙역에 도착하였고 점심을 간단히 먹자는 의견에 따라 역 안 샌드위치가게에서 샌드위치를 골랐다.
호텔에 도착한 이후 두어 시간은 완벽하게 자유 시간이다.
그야말로 자유롭게 마리엔플라츠에 간 팀도 있었고, 난 객실에서 메모도 하고 정리도 하고 휴식도 취했으니까.
낮 휴식 후에 다다른 영국 정원은 U6 Universitäat에서 가장 가깝다.
우리의 기특한 구글이, 좀 쉬어서인지 이번엔 제 역할을 똑부러지게 해 낸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영국 정원은 넓이 373ha, 길이 6km, 폭 1.5km로 도심 공원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공원이라 한다.
공원을 만드는데 20년이나 걸렸으며, 영국인이 설계하고 영국식으로 설계, 조성했기 때문에 영국 정원이라고 이름지었다.
일요일을 맞은 뮌헨 시민들은 자신들의 안식처를 완벽하고 자유롭게 잘 활용하고 있었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이자르강에서 수영을 하기도 하고 여름 태양 아래서 볕을 온몸으로 맞이하기도 한다.
영국 정원에서 멀지 않은 곳엔 슈바빙 거리가 있다.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 수없이 등장한 곳, 많은 청춘이 기억하는 곳, 그래서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곳이
바로 슈바빙이다.
슈바빙의 대표 조형물 '워킹맨'을 지나 레스토랑 '제로제'-내 기억 속엔 남아있지 않은-까지 걸어가 보았다.
1955년 뮌헨으로 유학을 와서 슈바빙에서 거주하며 학교를 다녔던 그녀가 자주 드나들던 식당이라 한다.
잠시 음료수라도 마시려 했지만, 내부-식당 대부분 에어컨이 없음-는 너무 더웠고 야외는 직사광선 드는 자리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뮌헨의 마지막 밤, 우리의 선택지는 중앙역 북서쪽에 위치한 '아우구스티너 켈러'다.
맥주의 도시에서 제대로 된 맥주를, 제대로 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인 것이다.
거대한 야외 레스토랑인 이곳은 한쪽엔 서버가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곳이 있고 다른 쪽은 셀프서비스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기에 서버가 서빙하는 곳은 완전 만원, 우린 선택의 여지없이 셀프 쪽에 자리를 잡았다.
오픈 주방에서 쟁반에 원하는 음식을 후딱 주문하여 담고, 원하는 만큼의 맥주-1리터-를 담아 계산대에서 계산하니 이 밤을
즐기기 위한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완료되었다. 야외 분위기도 멋지고 음식도 맛있고 무엇보다 맥주가 역시 정말 맛있다.
살짝 부족했던 맥주와 음식을 추가로 다시 직접 나르며 우린 이야기와 즐거움을 나눈다.
뮌헨의 마지막 날, 형언할 수 없고 더할 수 없는 최고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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