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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8 뮌헨·잘츠부르크·빈

7. 28 (토) : 레지덴츠와 님펜부르크

이번 여행에서 가장 먼저 가장 훌륭하게 수행한 것은 시차 적응. 이틀 만에 완벽 적응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한식으로 조식을 취하고 여유있게 아침 시간을 나눈 후, 10시에 아파트호텔을 나선다.

 

호프가르덴
오데온 광장

첫 일정인 레지덴츠를 찾아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데온 광장에서 하차한 뒤엔 이젠 좀 친해진 구글맵에 의지한다.

구글이가 안내하는 대로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 느낌이 나는 오데온 광장을 스쳐지나니 예쁜 호프가르텐이 등장한다.

호프가르텐을 빙 둘러 산책하듯 지나니 다시 나타나는 오데온 광장, 어, 이거 뭐람.

결론, 레지덴츠 뮤지엄은 오데온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사실, 구글이도 헛발질을 잘한다는 사실. 

엄청난 규모의 레지덴츠 중 뮤지엄은 어디람, 이번 여행에선 구글이를 장착한 바람에 정확한 위치 확인을 안 했더니

미흡했던 준비가 바로 탄로나 버린다. 뜨거운 햇살 아래 꽤나 헤매다가 뮤지엄을 만났다.

 

레지덴츠 '골동품 전시실'
뮌헨 레지덴츠 뮤지엄

뮌헨 레지덴츠는 1385년부터 건립하기 시작하여 19세기 중반에 비텔스바흐 가문의 궁전으로 완공되었다.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고전주의 등 각 시대별로 장식된 박물관에는 바이에른의 왕들이 수집한 미술품이 가득하다.

특히 르네상스 양식의 골동품 전시실은 레지덴츠에서 가장 오래된 홀로, 알브레히트5세가 수집한 고대 그리스 ·로마풍 조각들을 

진열하기 위해 1568년부터 1571년에 걸쳐 조성했다고 하는데, 홀의 길이가 무려 66m라 한다.

 

소박하고 평범한 외관만으로는 절대 레지덴츠의 내부를 짐작할 수 없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주택 같은 수수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의 호화로움과 우아함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관람 순서에 따라 갈수록 점차 화려해지는 각 방들은 베르사유나 쉔브룬 못지 않게 호화로운 장식으로 뒤덮여 있다.

천장화, 벽 장식, 샹들리에는 물론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식과 소품들의 예상 밖 호사스러움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지덴츠 뮤지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초상화 갤러리에는 비텔스바흐 가문의 초상화 121점이 벽화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레지덴츠 '도자기 전시실'
레지덴츠 '초상화 갤러리'

예상하지 못한 레지덴츠의 화려함과 그로 인한 긴 관람은 우리에게 뜻밖의 피로를 안겨 주었다.

다행히 3일째 내내 맑은 하늘, 잠시 바깥 바람을 쏘이니 실내에서의 쾌쾌한 고단함이 한 발 물러서는 듯하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우린 구시가 노이하우저 거리의 아우구스티너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노이하우저 거리
아우구스티너

맥주와 음료를 청하고, 소시지와 스테이크, 슈니첼, 리조또 등을 주문했다.

오래된 식당이라 내부와 집기도 전통을 간직한 듯 상당히 예스럽다.

음식도 대체로 맛있고 서빙하는 여직원 역시 거슬리지 않게-아직은 퓌센의 충격(?)이 남아- 적당히 친절하다.

 

노이하우저 거리

고단함을 떨치려 숙소에서의 중간 휴식을 고려하다가 님펜부르크 정원의 바람을 믿어보기로 했다.

중앙역에서 출발한 님펜부르크행 17번 트램은 찜통-뮌헨 대부분 트램이 에어컨이 없는 듯-이다.

건조한 뮌헨 날씨지만 평년보다 고온인 7월 기온은 트램 내부의 통풍을 방해하고 있었다.

 

님펜부르크

님펜부르크는 이탈리아 건축가가 바이에른의 선제후비를 위해 지은 여름 별궁이다.

1664년부터 건립하기 시작하여 1784년까지 계속 증축되었는데, 내부에 플로라 여신과 요정(님프)들의 그린 천장화가 있어서

궁전의 명칭이 님펜부르크가 되었다고 한다.

2010년 두번째 뮌헨 여행 땐 딱 님펜부르크 궁 앞까지만, 즉 연못까지만 왔었는데 오늘의 행선지는 궁전 너머 정원이다. 

결혼식를 마친 듯한 아리따운 한 쌍과 하객을 보는 건 정원 관람에 더해진 즐거운 덤.

 

님펜부르크 정원

정원 가장자리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흐른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을 맡기니 체내에 머물렀던 고단함이 연기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다.

다시 트램을 타고, 또 Rossmann과 Lidl을 들르고, 쉬리언니 방에서의 이야기는 내일을 잊은 듯 끝없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