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잘츠부르크의 마지막을,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기로 한 아침이다. 난 수언니와 둘이서 구시가엘 다시 가기로 했다.
꼭 들어가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서 아직 잘츠부르크 대성당엘 들르지 않았기에, 또 빠른 시일 안에
잘츠부르크엘 다시 올 것 같진 않기에 대성당 안에 한번은 들어가 주어야 했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미라벨 광장으로 향하던 중, 어느 광장에 장이 서 있다.
유럽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이지만 그래도 장터 구경은 재미나다.
과일, 채소, 빵, 치즈는 물론 꽃, 가방, 의류, 소품까지 온갖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총출동했다.
미라벨 광장을 스치듯 지나 잘자크강을 건너면 구시가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름 오후의 활기 대신 인적 적은 아침의 고요함이 참 마음에 든다.
잘자크강과 구시가광장에서 올라다 본 하늘엔 우리가 올랐던 묀히스베르크와 호엔잘츠부르크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10시 50분에 출발하는 비엔나행 Westbahn 열차에 승차했다.
처음엔 해당 객차에 우리 5명만 있었기에 아주 조용했는데, 출발하기 직전 승차한 인도 파키스탄계 7-8명의 승객들이
기차가 자기집 거실인 양 큰소리로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진심으로 돌아버릴 뻔했다는...
Westbahn는 오스트리아철도청에서 운행하는 열차가 아닌, 사철이다.
운행한 지 10년이 안 되었기에 열차도 대부분 새 것이고 따라서 깨끗하고 쾌적하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해도 되고, 역내 Tabak에서 티켓을 구입하거나 기차 승차 후 역무원에게 요금을 지불해도 된다.
4년 전에도 그러했듯 우린, 승차 직후 나타난 역무원에게 티켓값을 치렀다.
잘츠부르크를 떠난 기차는 오후 1시 17분, 빈 서역에 도착했다.
예약한 숙소로 가기 전, 서역 내의 티켓 발매기에서 1주일권-월욜에서 일욜까지 사용가능. 우리에겐 72시간권보다 나음-
을 구입하는데 지폐를 삼킨 발매기는 그대로 멈춰버리고 돈도 토해내지 않는다.
발매기에 쓰인 전화번호로 수언니가 통화를 했고 결국 서역 OEBB 사무실까지 가야 했지만, 바로 조치된 것은 없었고 확인 후
이메일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빈에 살던 4년간 한번도 겪지 않은 티켓발매기 오류가 일어나다니 참말로 어이가 없다.
서역에서 트램을 타고 도착한 아파트 앞에 호스트가 나와 있지 않다.
이미 예전에도, 그리고 빈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도 메시지로 도착시각을 알렸는데, 왜 일처리를 이렇게 하는지 참.
여러 차례 통화 시도 끝에 연락이 닿았고 20여분 후 나타난 이는 부킹닷컴 속 호스트 아닌 젊은 여직원이다.
빈에서의 험난한 신고식들을 줄줄이 마치고 드디어 복층아파트에 짐을 들여놓았다.
그리고는 맵으로 확인한 근처 SPAR엘 갔는데 이런이런, SPAR는 마트 내부를 비우고 공사 중이다.
에고고고, 신고식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인가. 빈아, 너 왜 그러니...
다른 마트를 수배하여 물과 맥주 등을 구입해 아파트 냉장고를 채웠다.
아파트 식탁에 앉아 목을 적시고, 햇살이 숨 죽이기 시작한 늦은 오후가 돼서야 우린 구시가로 향한다.
미술사 자연사 박물관에서부터 왕궁을 통과하여 그라벤 거리를 지나 슈테판까지, 사람들 가득한 구시가를 걷는다.
구시가를 흠뻑 즐기고 도착한 곳은 슈트란트카페다.
빈에 살 때 가장 즐겨찾던 곳으로, 2016년 빈에 왔을 땐 공사 중이라 아쉽게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Kagarn역에서 트램을 타고 카그라너브뤼케 정류장에 내려 3-4분 걸으면 바로 Strandcafe에 도착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무렵 만석이었던 강변 테라스 좌석이 잠시의 기다림 후에 나타나 주셨다.
도나우강 테라스 자리도 감사한데, 게다가 강과 가장 밀착된 테이블이라니 완전 완전 Danke~
슈트란트카페의 얼굴은 예전과 달라졌지만 부드바이저맥주와 슈페어립, 샐러드까지 맛은 여전히 최고다.
빈의 첫날밤, 도나우강이 들려주는 경쾌한 물결 덕에 우리 마음까지 경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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