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오모 광장을 사이에 두고 두오모 성당 곁에 자리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엔 카페와 레스토랑, 명품샵이 즐비하다.
갤러리아 내부 바닥엔 아름다운 모자이크 장식이 있는데, 먼저 눈에 띈 것은 로마신화 속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다.
늑대 젖을 먹는 태고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갤러리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은 '소' 모자이크 장식이었다.
많은 이들이 차례대로 소의 생식기를 발로 힘차게 누르고 한 바퀴를 회전하며 소원을 빌고 있다.
줄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우린 보기만 하는 걸로.
좀처럼 환해지지 않은 하늘, 기억의 끝은 아련하기만 하다.
갤러리아 옆 라 스칼라 극장은 예전 기억보다 초라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앞 스칼라 광장엔 전과 다르지 않은
모양새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제자들과 함께 서 있다.
밀라노 중심가를 훑은 우린 점심 식사를 하러 다시 스포르체스코 근처로 움직인다.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네 맛집인 Pizzeria Biagio의 내부는 소박하고 아담했다.
들어섰을 땐 두어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는데, 다 먹고 나올 땐 만석이었으니 동네에서 사랑받는 식당임은 분명한 듯하다.
물과 함께 양송이 피자와 콰트로치즈 피자를 주문했다.
이탈리아 동네 맛집에서 먹는 피자라 맛이야 보증된 셈, 열심히 먹었지만 다 먹지 못하고 꽤 남았다.
남은 건 당연히 포장했고 나중에 호텔 객실에서 맛나게 먹었다는 후문이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매겨지는 coperto(자릿값)가 이곳은 1인당 1.5유로, 피자값도 자릿값도 딱 적당한 수준이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벌써 12,000보나 걸었다. 우리가 늘상 만끽하는 중간 휴식을 하러 호텔 객실에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거리다가 깜빡 잠이 들고, 남편은 꽤나 오래 오수를 즐겼다.
늦은 오후, 휴식을 마친 우린 어제 공항버스에서 하차한 중앙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어젯밤엔 짐과 비와 어둠 때문에 도보를 포기하고 중앙역에서 호텔까지 가는 지하철 1정거장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걸어보니 천천히 움직여도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3호선을 타고 두오모역에 내리니 낮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두오모 광장을 촘촘히 채우고 있다.
광장의 어느 곳엘 서 있어도 기타 소리, 멜로디언 소리, 키보드 소리가 서라운드로 울려퍼진다.
일요일 밤, 밀라노 최중심에서 두오모 야경을 바라보며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있는 비현실에 새삼 감동한다.
돌아온 호텔 객실에 포트가 있음에, 이틀 만에 먹는 한식-컵라면-에 또한 무한히 감동한다.
밀라노로 날아온 둘쨋날, 고단함은 초저녁의 숙면을 부른다.
우린 지금 밀라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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