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월요일 아침, 붐비지 않은 조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어제 오후처럼 중앙역으로 향한다.
중앙역에선 3호선으로 환승 없이 두오모까지 갈 수 있으니 호텔 앞 지하철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니까.
두오모 광장에서 바라본 하늘은 어제와는 달리 여름날의 그것처럼 푸르디푸르다.
푸른 하늘 아래 다시 본 두오모 성당은 오묘한 대리석이 섬세한 외관을 자아내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어제 관람하지 못한 두오모 내부를 들어가기 위해선 두오모 오른편의 티켓오피스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여섯 카운터 중 둘만 오픈된 티켓오피스에서 번호표를 뽑아들고는 무한대로 기다린다.
그리고는 어제보다는 덜 하지만 두오모 내부 입장 대기줄에서도 인내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차례가 되니 입구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이 검색봉을 휘젓고 가방 검사를 하고서야 두오모 내부로 들여보낸다.
8시 20분에 호텔을 나섰는데, 두오모 입장한 시각이 10시가 넘었으니 느릿한 여정이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은 1386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19세기 초에 완공되었다.
외관엔 135개의 탑과 2000여개의 화려한 조각상이 있고 내부엔 52개의 열주가 장식되어 있으며 길이만 해도 148m에 이르는
거대하고 웅장한 규모다. 내부 바닥마저 대리석으로 찬란한 문양을 냈다.
거대한 내부에 비해 관람객이 적고 한적하여 천천히 둘러보기엔 아주 적절하다.
그즈음 드디어 소환된 15년 전 기억 앞에서 잠시 멈춘다.
바르톨로메오-바돌로메- 조각상이 눈 앞에 있다.예수의 12사도 중 하나인 바르톨로메오는 메디아왕의 처를 개종시킨 후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져 왕에게 처형 당했다고 한다.
15년 전, 가이드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의 얼굴엔 감동이 물결쳤었다.
신념만으로는 살 수 없지만, 지켜야 할 종교적 신념-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존재다.
두오모 앞처럼 거리 곳곳엔 무장한 군인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두오모 내부 관람을 마친 우린 두오모 티켓 오피스와 함께 자리한 성당샵에서 '밀라노'가 찍힌 머그를 구입하고,
유명한 중저가 화장품샵 KIKO에서 빛 고운 립스틱 몇 개를 구입했다.
두오모 뒤쪽 거리를 따라가면 만나는 빵집인 Panzerotti Luini. 그곳에서 구입한 바삭한 판제로티 프리토가 맛있다.
튀겨진 겉은 바삭하고 속은 토마토소스와 치즈가 어우러져 고소하다.
미리 점찍어둔 두오모 근처 'Fresco&Cimmino'의 오픈 시각이 12시란다.
꼭 'Fresco&Cimmino'라야 하는 건 아니나 다른 식당들도 12시 오픈이라 하니 거리 구경을 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밀라노 최중심을 서성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금세 흘러 지난다.
정오, 문이 열리고 우린 1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TV 화면엔 축구 경기가 중계되고 있고,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실내는 매우 밝고 깔끔하다.
맥주와 미네랄워터를 주문하고, 새우파스타와 조개 오징어먹물파스타를 선택했다.
바구니에 서빙된 빵은 물론 두 가지 파스타가 모두 아주 맛있다.
그런데, 조개 오징어먹물 파스타에 먹물이 안 보여서 잘못 서빙되었나 하며 한참을 찾았다.
오, 까만 먹물은 파스타가락 아래 쪽에 옹기종기 맛나게 모여있었다.
이젠 Eataly를 향하여 다시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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