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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밀라노·베네치아

2. 5 (화) 전 : 베네치아 가는 Italo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4시반에 눈을 떴다.

이탈리아로도 송출되는 우리 아리랑 TV를 보고 얘기도 나누다가 7시 20분 조식당으로 향한다.

홀빈 상태의 원두를 사러 호텔 앞 Auchan에 들렀으나 분쇄밖에 없어 추가 원두 구입은 실패.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10시 10분, 밀라노 중앙역으로 걸음을 놓는다.

 

밀라노 중앙역

어제도 그제도 그랬듯이 밀라노의 운전자들은 아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도

차량을 완전히 멈추지 않고 보행자가 그 자리만 이동하면 얼른 주행을 한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난 서울에선 서울 운전자들에게 적응하여 지내다가, 유럽으로 날아오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운전자들의 보행자에 대한 려를

무의식 중 기대하게 되는데, 역시 이탈리아에선 무리다.

횡단보도 앞에서 길을 건너려 서 있는 보행자만 봐도 그 앞에서 차량을 멈추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사람들, 항상 사람이 먼저인

그들의 질서 의식은 유럽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선조들이 남긴 이탈리아는 위대하다. 밀라노 중앙역 또한 위대한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사람보다 담배 연기가 더 붐비는 중앙역, 베네치아행 기차 출발이 많이 남지 않은 시각.

안내 모니테엔 우리가 탈 열차는 표시되어 있으나 출발 플랫폼이 배정되어 있지 않다.

한참을 기다렸고 출발 10분 전-독일기차는 예약시 플랫폼 배정-에야 베네치아행 Italo 열차의 플랫폼이 표시된다.

 

우리가 예약한 좌석은 컴포트석으로, 1-2석 구조이며 맨 뒤쪽이라 바로 뒤에 짐칸이 있어 편리하다.

출발하자마자 검표원이 뜨고,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WIFI 연결은 되나 안정적이지 않은 열차 내부는 매우 조용했고, 간식을 먹고 나니 잠이 솔솔 몰려온다.

밀라노 중앙역에서 구입한 버거킹 햄버거를 점심 삼아 먹으며 북쪽을 바라보니, 청명한 하늘 아래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 풍광이

멋지게 펼쳐진다. 아, 정말 날씨 좋다.

 

이딸로 기차 내부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에 다다르기 직전의 바닷길

밀라노를 떠난 지 2시간반, 베네치아 메스트레역에서 산타루치아역까지 가는 바닷길이 최고의 정경을 자아낸다.

15년만에 다시 만난 베네치아,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형언할 수 없는 경관을 선사하는 도시.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 앞 물길을 보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 앞

예약해 둔 베네치아 본섬의 아파트까진 바포레토 1번을 타고 움직여야 한다.

아파트 위치가 리알토 다리에서도 가깝고 산마르코 광장과는 더 가까워서 오늘과 내일은 도보로 움직일 예정이기에 

바포레토 1회권 2장-15유로-만 구입했다.

 

아파트 주인인 파올로와 주고 받은 이메일-내 임무-의 약속대로, 바포레토에 타자마자 파올로에게 전화-남편 임무-를 했다.

우리 곧 도착하니 아파트 앞 바포레토 선착장으로 마중 나오라는 말씀.

 

1번 바포레토는 베니스 본섬의 대운하를 출렁이며 항한다.

대운하를 따라 양편으로 보여지는 광경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감동적인 정경이다.

산탄젤로 정류장에 이르니 이미 마중 나와있는 파올로, 인사를 하고 감사의 말을 건네며 아파트로 향한다.

 

숙소 앞 산탄젤로 광장

산탄젤로 정류장에서 산탄젤로 광장에 접해 있는 아파트까진 300m 거리다.

두어 개의 다리를 건널 때와 숙소 계단을 오를 땐 친절하게도 내 캐리어를 들어주는 파올로.

2층-우리식으론 3층-에 위치한 아파트 내부와 그 주변을 안내해 주고, 숙소 옆 작은 사무실에서 여권 확인과 도시세 수납까지

마치고 나니 체크인 완료다. 

 

진짜 우리 베니스-난 베네치아라는 이탈리아어 도시명보다 영어식 명칭인 베니스가 더 좋다-에 온 거 맞지.

2016년 여름에도 시도했다가 잠시 미루어뒀던 도시, 15년만의 기다림 끝에 다시 찾아온 물의 도시.

여기는 베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