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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뮌헨·인스브루크·빈

7. 20 (토) 후 : 우리의 바이에른

오후 2시, 더위가 절정이다. 여름 햇살은 점점 더 뜨겁게 피부를 쪼아댄다. 

 

Kaiserburg로 가는 길은 얕은 비탈이다.

조금 걷다보면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이름을 딴 자그마한 알브레히트 뒤러 광장엔 뒤러 동상이 있고 걸음을 더하면 마주치는

카이저부르크 앞엔 16세기 사람 뒤러가 20년간 살았다는 뒤러하우스가 자리해 있다.

 

뒤러 동상
뒤러의 집
Kaiserburg

11세기에 최초로 건립된 Kaiserburg는 화재와 증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현재 카이저부르크는

온통 공사 중이다.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내부는 관람하지 않기로 한다.

망루 부근 낮은 성벽 쪽에선 주황 지붕과 갈색 지붕이 조화로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Kaiserburg

점심 식사를 마치고 걸어다닌지 이제 겨우 한 시간.

더 이상 더위와 뜨거움을 당해낼 수가 없어서 구시가로 내려와 시청사광장 옆 레스토랑에 앉았다.

에어컨이 없어서 시원하지 않은 실내보다는 바람이라도 오가는 야외가 훨씬 낫다.

Mineralwasser, Sprite를 주문하고 혹시나 하고 얼음을 청했다. 오호라, 얼음이 있다!

 

기념품샵엔 우리가 열심히 모으는 건축물이나 유적의 모형이 없어서 기념품 구입은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더위에 지친 우린 예정보다 시간을 당겨 뮌헨으로 돌아가려고 로렌츠교회역에서 지하철에 올랐다.

바이에른 티켓은 바이에른주의 모든 공공 교통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어라, 중앙역에 도착해서 보니 오후 4시대엔 뮌헨으로 돌아가는 RB기차가 하나도 없다.

여행 수첩엔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의 출발 시각이 17시 8분, 18시 6분, 19시 8분으로 적혀 있었고

이로 미루어 16시 6분에도 RB가 있을 거라 짐작했는데, 오산이었다. 

 

역내의 버거킹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림 끝에 오른 기차 내부는 시원하지 않았다.

낮 동안 내내 고온을 받아낸 기차는 미약한 에어컨 바람으로는 열기를 식히지 못했던 것이다.

덜 더운 곳으로 좌석을 한 차례 옮길 만큼 더웠으나 그에 못지 않게 피로했기에 자느라 정신 없이 꾸벅거렸다.

그 와중에도 아기 우는 소리와 떠드는 소음에 깨기를 여러 차례.

 

Augustiner Keller

뮌헨 중앙역에서 내린 우린 그곳에서 멀지 않은 야외 식당 Augustiner Keller에 들었다. 

Augustiner Keller는 작년 여름에 선후배들과 함께 맥주와 우정을 나눴던 곳이다.

셀프서비스 구역에 앉아 남편이 먼저 맥주를 가져오고 그다음엔 내가 소시지와 감자튀김, 샐러드를 받아왔다.

나무 아래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하루종일 육신을 덮치던 뜨거움이 조금은 물러나는 듯하다.

 

9시가 넘어도 여름 해는 짱짱하다. 뜨거움 속 바이에른을 17,000보 넘게 활보한 하루.

저녁에 숙소에서 먹는 체리는 더위를 내보내고 추억을 사로잡는 특효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