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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뮌헨·인스브루크·빈

7. 21 (일) 전 : 15년 만의 인스브루크

6시, 창 밖은 비와 바람이 조심스레 합주 중이다.

이른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울을 지키는 녀석과 톡을 했다.

그리고는 칼스광장에 다녀오려 1층까지 나갔으나 갑자기 거세진 빗줄기 때문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예약한 Flix Bus를 타고 인스브루크로 가는 날이다.

플릭스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15분 가량 걸리는데, 비가 많이 쏟아지니 난감해졌다.

우버냐 택시냐를 고민하다 리셉션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택시는 부를 순 있으나 시간을 정할 수 없단다.

체크아웃할 즈음 다행히 비가 거의 그쳤고 리셉션 직원의 '택시?'에 '노'라고 대답하며 정류장으로 향한다.

플릭스버스 정류장까지 반쯤 남았을까, 갑자기 강해지는 빗발.

어느 건물 처마 아래서 비를 피하고는 약해진 빗줄기를 틈타 버스정류장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버스가 도착하자 직원은 승객의 티켓과 여권을 일일이 확인한 후 짐을 싣게 한다.

플릭스버스는 짐표를 주지 않기 때문에 짐칸에 실은 캐리어 관리는 오롯이 승객 몫이다.

그래서 우린 2017년 여름 하이델베르크에서 콜마르로 갈 때처럼 이번에도 두 캐리어의 손잡이를 와이어락으로 묶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두고는 버스 2층에 올랐다.

 

조용한 버스 안, 오직 우리 바로 뒷좌석에 앉은 동유럽쪽 언어를 쓰는 여학생 4명만이 소음을 만들어내는 상황.

다행히 만석이 아니라서 그들을 피해 더 앞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아주 편안하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고속도로 차창 밖 정경이 참으로 예쁘다.

 

Schwarzer Adler Hotel

10시에 뮌헨을 출발한 버스는 가미쉬, 미텐발트, 제펠트를 거쳐 12시반, 비 그친 인스브루크에 도착했다.

인스브루크 중앙역 남쪽의 플릭스버스 정류장에서 구시가에 있는 Schwarzer Adler 호텔까지는 천천히 걸어 20분.

멀리서도 눈에 띄는 외관만으로도 너무나 멋스러운 이 호텔은 500년 역사를 자랑한다.

 

멋스러운 호텔 리셉션

친절한 리셉션 직원은 체크인 시각 전임에도 흔쾌히 체크인을 해 주었다.

창 밖 전망-우리 객실 반대편은 알프스 조망 가능-은 건물뷰지만 객실과 화장실이 넓고 깨끗하며 고풍스럽다.

짐 정리를 마친 1시 50분,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을 인스브루크의 최중심으로 간다.

 

인스브루크 왕궁

비엔나의 서쪽에 자리한 Innsbruck는 '인강의 다리'라는 뜻을 지닌 도시다.

이곳엔 오스트리아 거주 전인 2004년, 오스트리아를 3주 여행할 때 잠시 들렀던 이후 무려 15년 만에 왔다.

후딱 머물고 지났던 도시라 늘 아쉬웠고 비엔나에서 생활하던 때에도 인스브루크엘 다시 들르고 싶었지만 경험하지 못해 본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느라 인스브루크는 늘 순위에서 밀리곤 했었다.

구름 짙은 하늘 아래 흰 도자기빛으로 자리한 인스브루크 왕궁이 어제 본 듯 매우 반갑다. 

 

황금지붕

인스브루크 구시가는 넓지 않아 도보로 오갈 수 있다.

눈 향하는 대로 거리를 걷다보면 왕궁과 황금지붕을 만나고 시청사와 개선문도 만나게 된다.

황금 지붕은 15세기말 막시밀리언 1세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테라스 지붕에 2657개의 금박판을 입힌 것으로

황제는 이 건물의 테라스에서 각종 행사를 관람했다고 한다.

 

구름은 어느 새 하늘에서 멀어지고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적당히 섞여 활기찬 구시가.

Inn강 근처 소박하고 평범한 레스토랑에 앉았다.

 

서버에게 시원한 맥주와 마레스파게티, 하우스리조토를 주문했다. 맛있는 음식이 가격까지 다 착하다.

그 사이 상쾌한 대기는 하늘에게 푸르름을 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