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브루크의 높푸른 오후 하늘.
식사 후 구시가의 보행자 전용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알프스 품은 도시를 동서로 흐르는 인강.
인강에 걸린 다리 이름은 인스브루크라는 도시명처럼 그 이름도 Innbrueke다.
빈의 도나우강보다는 덜하지만 잘츠부르크 잘자크강처럼 인강의 빛깔 역시 석회를 품어 매우 탁하다.
강 건너 건물들의 색채가 화려하면서도 은은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많은 도시들은 건물 외관의 색상 선택에 제한을 둔다.
어떤 색이든 다 칠할 수 있는게 아니고 이웃집과의 조화 및 거리 분위기를 고려해서 색상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구시가로 돌아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24시간짜리 Innsbruck Card를 구입했다.
여행 카드 중 가장 훌륭한 가성비를 보여주는 인스브루크 카드는 Nordkette, Ambras, 스와롭스키 크리스탈월드, 왕궁, 시계탑 등
인스브루크와 근교의 명소들을 추가 요금 없이 둘러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다.
알프스가 병풍처럼 둘러싼 Maria-Theresien Strasse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그러고 보니 주말이고 일요일이다.
여행하다 보면 요일 개념이 완벽히 사라지는데, 유난히 사람들이 몰린다 싶어 헤아리면 영락없이 주말이다.
오스트리아 여제 이름을 딴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의 남쪽 끝에는 개선문이 있다.
1765년, 마리아 테레지아가 아들 레오폴트 2세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개선문을 건립하던 중 갑자기 남편 프란츠 2세가
사망했다. 그래서 개선문의 남쪽에는 행복을, 북쪽에는 슬픔을 새겨넣었다고 한다.
개선문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를 되짚어 오는 중, 남편이 미국배우를 목격했다고 말한다.
그 때 난 남편과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걷고 있었는데, 작은 배낭을 맨 일상복 차림의 남자배우가 남편 앞을 쓰윽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어, 진짜? 정말? 누구야, 이름이 뭔데?
재빨리 질문을 퍼부었으나 이름이 기억 안 난다는 남편. 중년의 속절없는 기억력을 어찌하리.
SPAR에서 마실 물을 구입한 다음 기념품점에 들러 황금지붕 모형과 컵과 모자를 구입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가는 중 왕궁 앞을 지나는데 클래식 콘서트가 열리는지 왕궁광장에 무대와 객석이 마련되어 있다.
프랑스 번호판을 단 짐차에서 악기를 내리는 걸 보니 프랑스 어느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인가.
오후 5시 20분, 저녁식사 전에 잠시 휴식하러 호텔 객실에 들었다.
인스브루크 카드와 관련하여 내일 계획을 이야기하다가 그대로 푹 완벽히 잠이 들어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7시와 8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뻗어버린 것이다.
밤 10시 반, 눈이 떠졌고 난 씻자마자 다시 기절했으나 남편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시차 적응이 안 되어 낮밤 구별 곤란한 이 중년들을 어찌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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