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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뮌헨·인스브루크·빈

7. 22 (월) 전 : 우리가 그린 Nordkette와 암브라스

어제 저녁식사도 마다하고 초저녁부터 잔 덕에 컨디션은 괜찮은 아침이다.

난 가슴팍과 발등에 작은 파스를 붙이고 있고, 남편은 우리나라 뉴스를 열심히 시청한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6시반, 조식당에 들어섰다.

커피를 포트에 담아 개인마다 제공하는 서비스,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 멋진 전망, 조용하고 클래식한 분위기 등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마음에 아주 쏙 드는 조식당이다.

 

왕궁

오늘은 인스브루크 카드를 사용하는 날이니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했다.

무려 오전 7시 50분에 호텔을 나서 첫 행선지인 Nordkette로 향한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첫 정류장에서 푸니쿨라를 타면서 등정이 시작되었다. 맨 뒤칸엔 달랑 우리만 탑승.

 

Hungerburg

Hungerburg에서 슬쩍 인스브루크 시내를 내려다보고는 바로 케이블카에 올랐다.

이곳 Hungerburgbahn 정류장 역시 자하 하디드 작품, 케이블카엔 어느 새 승객이 꽤 많다.

Seegrube엔 레스토랑 등으로 사용되는 건물과 야외탁자들이 있었으나 이른 아침이라 미오픈 상태.

 

Seegrube

풀 뜯는 양(?) 구경을 하면서 약간의 산책을 마치고는 최종 목적지인 Hafelekar에 가기 위해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갔는데,

대기 승객이 굉장히 많다. 케이블카 한 대를 보내고 나서야 Hafelekarbahn에 탑승했다.

 

Hafelekar

Hafelekar에 도착해 산책을 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숨쉬기 힘들어지고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곳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2334m라더니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 걸까. 생각해 보니 이렇듯 높은 산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평소에 '올라갔다 내려올 걸 왜 올라간대'하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산에 대한 무관심을 표현하곤 했는데, 알프스 산에서

탁 트인 경관을 보니 자연은 정말 꾸밈없이 진실하고 위대하다. 약간 흐린 날씨 때문에, 그리고 봉우리 언덕을 사양하고

높이 올라가지 않은 이유로 저 너머 산꼭대기에 쌓인 만년설을 제대로 보지 못해 조금 아쉽다.

 

산양을 만나고 작은 새들과 벌들이 향연을 벌였던 Hafelekar.

그곳에서 지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그곳으로 오를 때처럼 케이블카를 2번 탄 후 푸니쿨라를 또 타야 했다.

케이블카 밖엔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고 트래킹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난 케이블카 안에서도 현기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10시 40분, 지상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곧바로 입장한 곳은 인스브루크 왕궁.

인스브루크는 '임페리얼시티'로 지칭되기에 꽤 큰 기대를 안고 왕궁에 입장했다.

입구에서 인스브루크 카드를 제시하니 입장권과 책자를 건네주며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묻는다.

 

왕궁 입구
Sightseer 버스 정류장

막시밀리언 1세 특별전이 열리는 왕궁 1층엔 왕가의 초상화와 조각상, 갑옷과 무기, 가구와 의복 및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2층엔 입구에 걸린 마리아 테레지아의 초상화를 시작으로 작은 성당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돋보이는 큰 홀이 자리하고 있다.

호화로운 금빛과 테마색으로 꾸며진 방들, 그리고 초상화 갤러리도 볼만했다. 15세기에 처음 건립한 왕궁의 내부는 아쉽게도

몽땅 촬영 금지.

 

이어 다음 행선지인 암브라스 궁전으로 가기 위해 Inn강 옆 Marktplatz의 Sightseer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멀미 증세가 나타나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한참 휴식을 취했다.

 

암브라스 궁전

Sightseer 버스는 명소마다 여행객을 내리고 태우며 빙빙 돌아 암브라스성에 이르렀다.

암브라스 궁전은 페르디난트 2세가 아내를 위해 1564년에 개축한 르네상스 양식의 성으로, 비엔나에 별궁 쉔브룬이 있다면

인스브루크엔 암브라스가 있다.

번잡하지 않은 월요일, 우린 하궁 내부를 먼저 관람한 후 정원을 가로질러 상궁을 둘러보았다.

알프스로 둘러싸여 경관이 뛰어난 암브라스성 궁전이 구시가의 왕궁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암브라스 궁전

오후 2시에 암브라스를 출발하는 Sightseer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미리 와서 기다리다가 뜨거워진 햇살을 피해 잠시 그늘에 들어간 사이, 버스는 그냥 지나가 버린다. 그때는 분명 1시 59분이었고, 어제와는 달리 날씨는 정말 미칠 듯이 더웠다.

어쩔 수 없이 2시 30분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도중, 버스는 티롤 파노라마에 15분이나 정차를 한다.

그래, 기회 있을 때 알프스 경치를 열심히 봐 두자고. 앞으로 인스브루크에 올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