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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뮌헨·인스브루크·빈

7. 23 (화) 전 : 마음을 남겨두다

어젯밤에 뒤늦게 검색을 통해 확인한 바, 우리의 크리스탈 월드는 확실히 고장나 있었다.

무더위에 지쳐 가장 핵심이 되는 크리스탈 전시 공간을 관람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우리에겐 그 공간 자체에 대한 생각이나 정보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여행할 때 우린 간혹 이러하다. 남들이 중요하다 여기는 것을 하나쯤 빼먹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해 그다지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다음에 와서 보면 되지' 또는 '안 봤으면 뭐 어때' 하는 식이다.

 

Hotel Schwarzer Adler 조식당

오전 7시, 어제와는 달리 조식당이 바글거린다.

어제 혼자 식사하던 일본인 할배는 오늘도 혼자고, 억센 사투리를 내뱉는 열두엇의 한국인들은 남녀로 나눠 식사를 한다.

직원이 포트에 담아주는 커피 맛은 어제보다 못하다.

 

식사 중 남편이 던지는 말, 어제 크리스탈월드의 '자이언트'에 출입구-전시장-가 있었단다.

난 하도 더워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근데 왜 그땐 말 안했어, 말했으면 들어갔을 텐데.

돌아오는 버스 시각 때문에 그랬지, 그리고 뭐 별거 있겠어. 음, 별거 있음....

 

왕궁

인스브루크를 떠나기 전 마지막 산책을 나선다.

수없이 지났던 왕궁 앞을 또 지나치고 그곳을 병풍으로 둘러싼 웅장한 알프스를 바라본다.

 

아침 일찍 문 연 카페에 진열된 슈트루델이 아주 맛있어보인다.

무려 8시반이란 이른 시각에 오픈한 스와로브스키 매장 안은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다.

 

구시가엔 식자재를 나르는 차량들과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들이 오가며 활기찬 아침을 열고 있다.

아침 햇살을 맞는 황금지붕에 시선을 두었다가 마리아테레지아 거리 초입까지 천천히 움직여본다.

 

어제 즐겁게 점심식사를 했던 Stiftskeller도 반갑고, 빈과 잘츠부르크에도 있는 Sacher 카페도 반갑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커피 Tchibo는 어디서든 볼 때마다 애틋하기까지 하다.

 

카페 Sacher

호텔로 돌아오는 길, 알프스 위 하늘이 너무나 푸르고 맑다.

이상도 하지. 떠나려 하면 마음에 남겨둘 것들이 왜 점점 많아지는지. 이 도시에 우리의 마음을 아주 많이 두고 떠나야 할까.

 

Hotel Schwarzer Adler

호텔 외관 간판과 벽 크리스탈 액자에 합스부르크 왕가의 상징인 쌍두 독수리가 새겨져 있다.

떠나는 날,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백인 할아버지, 우리도 인사를 건넨다.

11시 10분,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서 중앙역으로 향했다.

 

인스브루크 중앙역

우리가 탈 기차는 인스브루크 중앙역에서 빈 중앙역까지 가는 OEBB 열차다.

빈까지는 4시간 넘게 걸리기에, 기차에서 점심으로 먹을 햄버거를 역내 맥도널드에서 구입했다.

날은 맑으나 점점 더워지는 날씨, 정오가 되자 기차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