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한 열차 안은 다행히 시원했다.
그러나 OEBB 기차는 예약할 때 좌석 예약이 자유선택이 아닌 랜덤-이상함-이었고 미리 인지하긴 했지만
우리 좌석은 테이블을 마주보고 있는 4좌석 중 역방향의 2좌석이었다.
기차 출발 직전, 1살과 3살쯤 되는 두 딸을 둔 백인부부가 승차해 엄마와 큰딸은 우리 앞에 앉고 아빠와 바구니에 있는 아기는
통로 건너 옆 좌석에 자리했다. 시간이 흐르자 아빠와 엄마가 좌석을 바꾸었고 우리 앞엔 젊은 아빠와 큰딸이 앉게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다보니 잘츠부르크 출신의 젊은 부부는 현재 스위스에 거주 중이고, 1년 전엔 홍콩에 살았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쓰고 있던 포스트잇 한 장을 주었더니 로고가 인쇄된 종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 달라 한다.
그래, 인연인데, 선물이다.
25분 연착된 기차가 잘츠부르크에 멈추자 잘츠 가족은 내리고 아랍계 가족이 우리 앞과 건너편에 착석한다.
통로 건너편에 자리한 아랍 가족 둘과 우린 서로 좌석을 바꾸었고, 2좌석만 있는 자리에 앉으니 정말 편안했다.
잘츠부르크를 지날 무렵, 예약한 비엔나 아파트 주인에게 연착 문자를 보낸 것-답장 없음-에 이어 상트푈텐 즈음에선
도착 예정 시각을 전화로 알렸다. 기차는 결국 예정보다 35분 늦게 빈에 도착했다.
중앙역 티켓오피스에서 1주일짜리 교통카드를 구입한 후 U-Bahn과 5번 트램을 타고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파트 앞엔 약속과는 달리 대기 중인 사람이 없었고 통화 후 해당 집의 초인종을 눌렀으나 아무 반응이 없다.
다시 주인에게 전화를 하니 잠시 후 나타난 직원. 뭐하다 이제야 나왔담.
우리 숙소는 1층-우리나라식으론 2층-이다.
간단히 안내를 마친 직원이 떠난 후, 짐을 풀며 살펴보니 부킹닷컴의 평점-9점대-은 역시 믿을 수가 없다.
인테리어와 가구 상태는 괜찮은 편이나 청소를 제대로 안 했는지 샤워부스엔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행주도 청결하지
않았으며 오븐 역시 기름때가 상당하다.
대체로 비엔나 주택엔 방충망이 없는데, 그 이유와 더운 날씨가 결합되니 실내는 파리와 날파리가 난리부르스다.
빈을 떠나는 날, 빈 공항 라운지에서도 날파리 천지였으니 날파리는 이 집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집 자체는 시원하고 선풍기가 있어 다행이지만 전자렌지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
트램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오스트리아의 흔한 마트 SPAR가 있다.
물, 우유, 감자, 양파, 계란, 샐러드채소, 사과, 납작복숭아, 올리브, 소시지, 감자샐러드, 맥주 등을 구입한 후 준비된 저녁 식사
메뉴는 며칠 동안 고팠던 한식, 무려 된장찌개다.
저녁 식사 후 트램과 U2을 번갈아 타고는 시청사 광장에 다다랐다.
여름이면 늘 열리는 필름페스티벌의 분위기를 이번에도 슬쩍 느껴 보려 한다.
빈의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지만, 여름날의 시청사 광장 역시 빈에 살기 시작했던 14년 전과도 또 작년과도 별로 달라진 것 없이
늘 같은 모습이고 같은 정취다.
동일한 화면이 걸리고 비슷한 장르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여름 밤마다 2개월 가량 이어지는 것도 같다.
광장에 배치된 객석 위치도, 먹거리 부스와 탁자 위치도 늘 같은 광경이다.
올해는 시청사 중앙 첨탑이 공사 중이라는 것이 다를 뿐.
지구온난화의 벌인가. 밤 9시의 기온이 28~29도를 넘나드는 열대야다.
덥지 않았다면 걸어갔을 거리를, 트램을 타고 Oper 앞에 도착했다.
난 1년 만이지만 남편은 3년 만에 찾은 빈, 우린 점등된 Oper를 향해 눈 인사를 던졌다.
5번 신형 트램-다행-을 시원하게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오래된 구형 트램은 매우 낭만적이긴 하나 짐이 많을 때나 날이 더울 땐 완전 최악의 교통수단이다.
이제는 정말 구형 트램과 구형 지하철을 신형으로 교체를 하든지 아님 냉방 시설을 확충해야 할 것 같은데,
빈 시민들은 신기하게도 더위를 잘 견디는(?) 편이라 그 시기가 언제일지 알 수 없다.
고단하고 나른하지만 빈에 온 첫날이니 마땅히 축배를 들어야지.
빈 2구 아파트 탁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지금이, 빈에 온 이 시간이 진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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