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단톡에 부고가 올라와 있다.
친한 후배의 부친상인데, 코로나19가 원인이라니 직접 갈 수 없어 더 안타깝다.
또한 이틀 전 요청했던 Late 체크아웃에 대해 호스트의 답장도 왔다. 당일 체크인하는 객이 없어 흔쾌히 OK다.
서울 관통 예정이라는 태풍에 대비하여 아들에게 창문 단속을 요청하는 톡을 보낸 후 구시가로 향한다.
그제 구입한 남편의 시계 부속품에 문제가 있어서 시계샵을 재방문했고 시계를 아예 다른 제품으로 교환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평일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가이드투어를 하는 여행객도 많이 보인다.
반갑게도 이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으로 일상이 회복되는 모양새다.
슈테판 성당의 정면 파사드 앞에서 Rotenturmstraße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아침 구시가의 북적거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 길의 북동쪽 끝엔 슈베덴플라츠와 도나우 운하가 기다리고 있다.
로텐트룸거리 근처의 Griechengasse는 그리스인 골목길이란 뜻이다. 예전엔 이곳에 그리스인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근처에 그리스 정교회가 있고, 진짜 그리스 음식점이 있고, 그리스 레스토랑이란 의미의 Griechenbeisl도 있다.
물론 현재 Griechenbeisl에선 오스트리아 음식을 판매한다.
1447년에 문을 연 그리헨바이슬엔 오래 전부터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악기 연주를 하면서 생활하는 아우구스틴은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거리에서 자고 있었고, 그를 페스트로 인한 사망자로 여긴
담당자들은 아우구스틴을 다른 시체들과 함께 교외의 시체 구덩이에 던졌다. 술에서 깬 아우구스틴은 혼비백산하였으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 시신을 버리러 온 사람들이 살아있는 아우구스틴을 구해 주었다.
이 에피소드를 들은 사람들은 시체구덩이 속에서 아무 일 없이 살아나온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는 건강히 오래 살았다고 한다.
아우구스틴이 자주 연주했던 장소가 바로 그리헨바이슬이라 한다.
이 스토리는 노래가 되었는데, 가사가 'Oh du Lieber Augustin Augustin Augustin, Oh du Lieber Augustin Alles ist hin~'이다.
우리가 어릴 적에 '동무들아 오너라 오너라~'로 배워 부른 노래의 원곡이 바로 이 노래다.
다시 숙소.
컵라면과 사과파이를 먹으며 추억과 여행과 일상을 이야기한다.
빈에 살 때 갔던 락센부르크엘 다시 가 볼까, 아니 바덴을 갈까, 서울 태풍은 괜찮을까.
늦은 오후, 우린 쉔브룬 그늘에 앉았다.
살랑이는 바람 속에서 하늘과 분수와 나무를 쳐다보고 정원을 가로지르는 생명체들을 가만 바라본다.
시름 없이 무념무상인 지금이 진정한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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