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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6일 (화) : 숙소 옮기는 날

한반도를 관통한다고 예보된 역대급 태풍이 내심 걱정스러웠는지 잠에서 깬 새벽.

서울은 아무 일 없이, 아니 강풍조차 없이 조용히 지나갔단다. 태풍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힘을 발휘했을 뿐.

신뢰 지수 최하위의 썩어빠진 언론과 무능한 기상청, 부정으로부터 시선 돌리기에 혈안된 정부 여당의 합작품이다.

이름하여 역대급 허풍. 

 

아들과 톡을 하고 나니 울강아지녀석이 너무나 보고 싶다. 종일 잠만 잔다는데...

또 다른 톡엔 전 직장 후배가 훈포장 관련하여 연락을 해 왔고 귀국 후 전달 받기로 한 다음, 잠을 청했다.

 

프라터 입구, 비너 옥토버페스트 개최 장소의 펜스
프라터 입구, 비너 옥토버페스트 홍보 펜스

7시 반, 이른 아침부터 밖에선 공사 소음과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치즈쎔멜과 사과파이, 주스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캐리어에 모든 짐을 챙겨 넣었다. 오후엔 숙소를 옮겨야 하니까.

 

하늘 맑은 10시, 프라터로 향한다.

오, 놀이 공원 앞 잔디 공원에서 9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비너 옥토버페스트가 개최된다는 홍보물이 펜스를 이루고 있다.

이 축제를 언제부터 시작한 거지. 빈에 살 땐 없던 축제이고 퇴직 전엔 항상 한여름에만 왔기에 알 수가 없다.

암튼 9월 22일 개막날 프라터에 꼭 와 보자고.

 

프라터
대관람차

늘 붐비고 활기찬 곳이기에 평일 오전 프라터의 한가로움이 조금 낯설다.

오스트리아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2005년에 처음 타 본 대관람차와 부자(父子) 간 소통의 장이었던 범퍼카.

빈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할당된, 타는 내내 나혼자만 고성을 터트린 놀이기구 크레이지마우스.

1년에 한두 번씩 들렀던, 맥주와 슈텔체 맛집인 비어가든 슈바이처하우스까지 모두가 추억의 장이다.

 

범퍼카
크레이지마우스
슈바이처하우스

프라터슈턴역의 회전초밥 식당에서 이른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이곳도 추억의 장이니까.

맛집도 아닌 2층 식당에 오픈런을 했더니 아직 준비가 덜 됐단다. 잠시 기다린 후 평범한 초밥들을 맛있게 먹어주었다.

 

프라터슈턴역

식사 후 프라터슈턴에서 슈베덴플라츠까지 움직인 이유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다.

현지인들만 가득한 이곳에 줄을 서서 파스타치오콘을 받았다. 말하면 입 아픈, 제대로 된 이탈리안 젤라또다.

 

슈베덴플라츠

숙소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1시반.

2시에 체크아웃을 하기로 했기에 마지막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처리하고, 혹시 흘린 짐이 있나 집 안을 확인했다.

24인치 캐리어 2개와 20인치 1개-캐리어 3개 들고 여행한 건 처음. 절대 비추-를 이끌고 버스 정류장에서 10A 버스에 올랐다.

우리가 승차했을 때보다 승객들은 점점 많아지고, 긴 굴절버스 안이 이내 거의 가득차 버렸다. 

오르내리는 승객이 많고 약간의 교통 정체까지 더했으니 예상보다 더 걸려 25분이 소요됐다.

 

빈에서 30박을 지내는 동안 우린 무료취소 가능한 두 곳을 예약했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예약 당시인 2-3월, 코로나19 엔데믹은 요원했다.

30박을 한 숙소로 예약했을 경우, 할인폭은 매우 컸으나 무료취소가 가능한 아파트는 단 하나도 없었으므로

할인율이 적더라도 투숙 며칠 전까지 무료취소가 가능한 아파트 2곳을 10박과 20박씩 나누어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2-3월엔 숙박 6개월 전이라 선택 가능한 숙소가 많았기에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주택가 조용한 곳에 자리한 새 숙소에 도착하니 체크인 시작 시각인 딱 오후 3시. 셀프체크인이 간편하다.

침실과 거실의 널찍한 수납 공간에 짐을 풀어 정리한 후 TV를 켜 보았으나 엥, 안 켜진다.

파일에 친절히 안내된 설명서 그대로 해봐도 안 된다. 지난 열흘간 많이 봤으니 이젠 TV는 그만 봐야겠군.

 

BILLA
HOFER

이 숙소의 장점 중 하나는 도보 5분 거리 안에 마트가 여럿 있다는 것이다.

우선 BILLA에서 물, 계란, 우유, 감자, 양파, 포도, 샐러드야채, 감자샐러드, 치즈소시지, 치즈빵 등을 구입해서 숙소에 가져다놓은 후

HOFER와 LIDL로 가서는 푼티가머맥주, 까망베르튀김, 생오렌지주스, 카푸치노, 견과, 마늘을 구입했다. 먹고 살 준비 완료다.

 

이 아파트 참 좋다.

맥주와 치즈소시지, 감자샐러드와 치즈빵이 어우러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