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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3일 (토) : 벨베데레 정원처럼

새벽 5시, 출입문 쪽에서 연기 냄새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2층 복도에 연기가 자욱하다.

상황 확인을 하고자 계단을 따라 0층으로 내려갔는데, 헉, 공동출입문 앞 공간에서 종이 전단지들이 타고 있다.

남편은 얼른 공동 수도에서 페트병으로 물을 옮겨 연기를 잡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여행 와서 화재 진압까지 하고 있는 거야...

많은 양의 종이는 아니었고 화염이 타오르진 않았으나 새벽이었기에 자칫했으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왕궁 앞 부르크링

시원한 북어국으로 해장을 하고 8시 반, 빈의 아침을 열었다. 오늘은 버스를 타 볼까.

57A 버스가 우릴 구시가 Burgring까지 데려다 주었고 그곳에서 트램 D를 타면 금세 벨베데레다.

 

벨베데레 궁전(미술관) 입구
벨베데레 미술관 상궁과 정원

벨베데레 미술관은 프랑스에서 오스트리아로 망명(?)한 오이겐 장군의 궁전이었고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 있고 상궁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안에 입장한 건 빈에 살던 2008년, 그리고 선후배와 여행 왔던 2018년 두 차례이고 오늘은 정원만 걸을 예정.

 

벨베데레 미술관 하궁과 정원
벨베데레 미술관 상궁과 정원
벨베데레 미술관 정원

프르디 푸른 하늘. 오전이고 기온이 오르기 전이며 인적이 많지 않아 매우 쾌적하다.

상궁과 하궁 사이엔 적당한 기울기를 지닌 정원이 있고, 중앙의 커다란 분수와 잘 관리된 나무들이 우아함을 드러낸다.

 

벨베데레 미술관 하궁
벨베데레 미술관 상궁의 정면

벨베데레 하궁은 전시실 입구 쪽 공간 장식이 아름답고 그곳에서의 정원 전망은 정말 멋지고 예쁘다.

예전엔 입장권이 없어도 전시실 입구 앞까지는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가 보다. 들어가보려다가 포기.

 

오페라하우스 앞
Holzkern

트램과 버스 안, 지하철 내부에서는 대중교통 내 FFP2 마스크 의무 착용에 대해 자주 안내되고 있다.

벨베데레에서 트램 D로 다다른 Opernring. 우드시계가 고팠던 남편은 점찍어뒀던 Holzkern으로 향한다.

3년 전, 콜마크트 어느 샵의 Holzkern 우드시계를 마음에 들어했던 남편은 그때 구입하지 않은 아쉬움을 가끔 토로했었다.

사실 오늘은 보기만 하고 며칠 후 구입할 예정이었으나, 어차피 살 거, 그냥 질러 버렸다.

 

시립공원 초입,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돌아온 숙소, 매운 게 땡기는 날엔 라볶이를 먹어줘야 한다. 오스트리아 고다치즈까지 듬뿍 넣어 푸짐하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서울 태풍 상황을 검색한 후, 7:0으로 쉽게 가는 듯하다가 7:3으로 힘겹게 겨우 이긴 야구 중계를 시청했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태풍도, 야구도, 바라보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한다.

 

시립공원 Stadtpark
시립공원 Stadtpark

늦은 오후, U4로 6정거장 거리인 시립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빈의 9월치고는 더운 날이지만, 시민들은 시립공원에서 주말을 한가로이 즐기고 있다.

우린 금빛 요한슈트라우스를 눈에 담고, 나무와 연못과 잔디를 마음에 담았다.

 

오타크링거 맥주와 Spar표 라자냐가 어우러지는 저녁, 안온하고 근사한 시간이다.

푸르른 벨베데레 정원처럼, 평온한 빈 시립 공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