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 아침, 한국 시각으로 일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한 야구 경기를 보면서 치즈빵과 우유와 주스로 식사를 한다.
이제야 서울보다 7시간 천천히 움직이는 빈의 시간에 제대로 맞춰진다.
오늘은 9월의 첫째 일요일.
매월 첫 일요일엔 비엔나시에서 운영하는 빈 뮤지엄의 입장이 대부분 무료다.
https://www.wienmuseum.at/locations
우린 13구에 있는 오토바그너의 파빌리온과 시시 황후의 별장인 헤르메스빌라, 구시가의 파스콸라티하우스를 입장할 예정이다.
9시 45분에 도착한 U4 히칭역 부근 Hofpavillion은 오픈 전이다. 15분을 기다리는 것보다 헤르메스빌라를 먼저 가는 편을 택했다.
U4 히칭역에서 56B버스를 타고 20분 후 Lainzer Tor(문)에 내리면 거대한 Lainzer Tiergarten이 펼쳐진다.
거대한 라인처 티어가르텐은 예전엔 황실 사냥터였고, 지금은 놀이터와 드넓은 공간이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다.
Lainzer Tor에서부터 위대한 자연이 살아있는 기막힌 정경에 감탄하며 30여분을 걸으면 Hermesvilla가 나타난다.
오, 여기 정말 우아하고 낭만적이다. 하늘이 맑았으면 더 멋졌을 텐데 말이지.
Hermesvilla는 합스부르크 프란츠요셉 황제가 아내 엘리자베트(씨씨) 황후에게 선물한 별장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유분방했던 씨씨가 빈에 더 자주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 계단을 오르면 자연 친화적인 벽과 천장이 우리를 반긴다.
오래된 영주의 성을 보는 듯한 무광의 나무는 호화롭지 않지만 따스함과 편안함을 안겨준다.
여느 궁전이나 성처럼 내부 곳곳에 사진, 그림, 가구, 도자기, 조각상,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복도나 계단과는 달리 침실, 응접실, 연회장 등은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씨씨 황후의 침실은 세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모티프로 Hans Makart가 디자인했는데, 한스 마카르트는
벨베데레 미술관에 전시 중인 유명 회화 '오감'을 그린 화가이자 디자이너다.
이곳을 Hermesvilla라 이름 지은 건 별장 정면에 세워진 헤르메스 조각상 때문이라 한다.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모자는 그리스 신화 속 모습 그대론데, 날개 달린 지팡이 없이 단검만을 가슴에 품고 있다.
헤르메스 빌라의 야외 카페에 앉아 멜랑쉬를 주문했다.
특별한 곳에서 평범한 커피를 마신 후 다시 그림 같은 정원을 산책하듯 걷는다. 여기 너무너무 좋아, 또 와야겠어.
다시 도착한 U4 히칭의 Hofpavillion 박물관이 딱 점심시간-뮤지엄에 웬-에 걸렸다. 오늘 못 볼 운이다.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먹고 한참 휴식한 후, 구시가의 베토벤 파스콸라티하우스로 향한다.
22살 때인 1792년, 빈에 온 베토벤은 독선적이고 고집이 강했다.
집 주인과 다툼이 많아 집을 자주 옮겨 다녀야 했는데, 한 집에서 6개월도 못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르크극장 뒤편에 위치한 이 집에 살게 된 것은 후원자인 파스콸라티 남작의 배려였다.
파스콸라티 남작이 소유한 건물에서 베토벤은 1804년부터 1808년까지 그리고 1810년부터 1815년까지 거주했다.
거장의 흔적을 찾아온 관람객이 많다. 대체로 음악가들의 박물관이 그러하듯 이곳도 작은 규모다.
내부엔 특이하게도 데스마스크 아닌, 1812년경에 제작된 베토벤의 라이브 마스크가 있다.
이곳에 거주할 때부터 이미 귀에 장애가 있던 베토벤은 이 집에서 운명교향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시청사 앞 공원을 지나고 시청사 앞 광장을 스쳐 또 U4히칭이다.
이틀 전 남편이 후배와 만났던 Wiener Grill Haus에 다시 찾아왔다. 음, 오늘은 무려 내 생일이니까.
식당엔 모두 현지인들이고, 주문 받는 보이시한 여자 서버가 경쾌하고 친절하다.
맥주가 진하고 시원했으며 무엇보다 슈페어립과 수제 감자구이, 오이샐러드 모두 아주 맛있었다.
멸망 중인 슈트란트카페 대신 선택한 곳인데, 여기 이제부터 단골 삼아야겠다.
추가로 혼맥까지 한, 더할 수 없이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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