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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13일 (화) : Wachau 가는 길

크렘스 가는 기차

화요일 아침, 밖에선 출근하는 발걸음과 승용차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마지막 남은 즉석밥에 짜장을 비벼먹고 납작복숭아와 커피까지 먹고 나면 멀리 갈 준비 완료다.

 

9시 15분, Hernals역에서 S45를 타고 하일리겐슈타트에 내렸다.

오늘 행선지인 크렘스와 뒤른슈타인에 가려면 빈 시내 교통카드 아닌 별도의 기차 티켓이 필요하다.

탑승할 때마다 티켓을 발권하는 방법도 있지만, 2명 이상 움직이는 경우엔 Einfach-Raus-Ticket을 구입하면 경제적이다.

 

이 기차 티켓은 평일 9시부터, 주말과 휴일은 새벽부터 종일 OEBB의 S, R, Rex 기차를 무제한 이용 가능하며  2인 기준 35,

인원이 늘어날수록 금액도 몇 유로씩 추가된다.

우린 티켓을 창구에서 구입했는데, 나이 지긋한 직원이 남편 이름을 묻더니 직접 기재-인쇄-해서 건네준다. 

기차 승차까진 여유가 있어, 칼막스호프 사회 주택의 드넒은 안쪽 정원까지 둘러본 다음 Rex 2층에 올랐다.

 

Krems
Krems

기차는 정시에 출발하였으나 10분 연착했다. 그러면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

원래 계획은 크렘스에 도착한 후 뒤른슈타인행 기차로 갈아타고 먼저 둘러본 다음, 돌아오면서 크렘스 눈도장을 찍으려 했는데, 

순서를 바꿔 크렘스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크렘스도, 뒤른슈타인도 빈에 살 때 두어번 왔던 곳이다. 물론 그땐 승용차로 이동했기에 오늘 같은 기차 이동은 처음이다.

 

Krems
Krems

맑은 하늘, 천 년 넘은 도시 크렘스는 어딜 봐도 아리땁다.

한가로이 걷는 거리엔 여유로움이 넘치고, 구시가를 드나드는 성문은 옛 모습 그대로 운치 있다. 

 

호프브로이하우스
호프브로이하우스

오, 뮌헨 호프브로이하우스 분점(?)이 크렘스에 있다니~

뮌헨 아우구스티너켈러 같은 야외에 앉아 맥주와 식사를 주문했다.

맥주는 물론, 환상적인 호박수프 그리고 검은빵을 맛있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굴라쉬, 모두 기분 좋은 점심이다.

 

호프브로이하우스 : 500ml 맥주
호프브로이하우스 : 호박수프
호프브로이하우스 : 굴라쉬

오후 1시 20분, 신형 트램 같은 외관을 한, 대기 중인  노란색 R-bahn에 올랐는데, 승객이 거의 없다. 

햇살 아래 한참 정차하여 그 내부가 아주 더운 기차가 출발하고, 곧 검표원이 다가왔다.

크렘스행 Rex에서처럼 Einfach-Raus-Ticket을 내밀었더니, 이 기차는 그 티켓으로 승차 불가란다.

 

Wachau Bahn
Wachau Bahn

Einfach-Raus-Ticket은 OEBB에서 운행하는 S, R, Rex만 승차할 수 있는데, 크렘스와 뒤른슈타인를 오가는 Wachau Bahn은

OEBB 소속이 아니라고 한다.

무슨 소리하시나, OEBB 홈피엔 이 기차가 R-bahn이라고 나와 있구만.

그럼,  R-bahn이라고 해도 다 철도청 소속은 아니라는 건가.

 

그러고 보니 기차 내부나 외관 어디에도 OEBB라고 쓰여 있지 않았다.

검표원이 준 영수증엔 €15.20 -당시 환율 약 21,000원-라고 쓰여있다. 15분 타는 기차 요금이 이러니 승객이 없을 수밖에.

 

Duernstein : 성벽과 성문
Duernstein
Duernstein : 도나우강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인 Wachau 지역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뒤른슈타인.

빈에 살 땐 주말에만 두어 번 왔었는데, 그땐 늘 여행객들로 가득하던 곳이다. 평일인 지금은 아주 한적하다. 

 

Duernstein : 수도원
Duernstein

오래된 마을의 길목 벤치에 앉아 골목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인적도 띄엄띄엄, 뜨끈한 공기마저 느릿한 이곳. 스쳐가는 바람에도 추억이 스며 있다.

 

Duernstein : 돌성 가는 길
Duernstein : 도나우강

영국왕 리처드가 십자군전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오스트리아 대공에게 잡혀서 갇혀있었다는 저 위 돌성에 올라갈까.

아니, 도나우강 보이는 데까지만 가자고, 우린 이제 더이상 젊지 않으니까.

중간도 못 가서 가빠하는 우리 모습을 본 어느 청년(?)이 웃으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돌성까진 못 갔으나, 수도원 푸른 종탑을 보았고 잔잔한 도나우강 물결도 찾았다.

화이트와인 산지임을 과시하는 사방 널린 포도밭도 눈에 모두 넣었으니 다 된 거다.

 

2006년의 듀언슈타인  https://stelala.tistory.com/8130831

 

Duernstein : 포도밭
Duernstein : 돌성

크렘스행 버스정류장 앞 작은 카페에서 얼음 든 음료를 마셨다. 

승객 가득한 버스-2인 €5-는 마을을 둘러 15분만에 크렘스에 도착했고 우린 Rex와 S45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하루가 사흘 같은 날, 길고 더웠다.

그 먼 Wachau에도 추억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