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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14일 (수) : 고결한 Volksgarten

알베르티나 미술관

10시간이나 숙면하고 기상한 아침 6시, 비가 내린다.

서울서 들고온 즉석밥은 어제 다 소진했기에, 며칠 전 구입한 쌀로 냄비밥을 짓는다.

전기밥솥도, 압력솥도 아닌 일반 냄비에 짓는 밥은 해본 적이 거의 없어, 쉽지 않다.

 

알베르티나에서 바라본 오페라하우스
사허 호텔과 카페 모차르트(1층)

비가 그친 사이, 구시가로 간다.

알베르티나 미술관 입구 부근에서 보는 구시가 전망은 아주 멋지다.

오페라하우스, 사허 호텔, 카페 모차르트, 여행 인포메이션 센터 그리고 광장과 거리를 메우고 있는 여행객까지.

백인 단체 여행객은 항상 많고, 중국 여행객들도 며칠 새 부쩍 많아졌다.

 

캐른트너 거리
콜마크트

오랜 만에 구시가에서 쇼핑을 했다.

캐른트너의  Klimt 샵에서 우산을, Tchibo에서 커피 원두를 구입하고 콜마크트 Heindl에선 어여쁜 초콜릿을 골랐다.

 

왕궁 앞 마차
Burgring

왕궁이 끝나는 미하엘러 광장엔 늘 그랬듯 마부들이 피아커-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데리고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 보호 단체에선, 말의 시야를 가린 채 더위와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이 상황을 동물 학대라며 마차 운행을 반대한다.

마차가 이동 수단이었던 과거엔 말은 본성대로 빠르고 힘차게 달렸으나 지금은 본성을 억눌린 채 저리도 무기력하게 서고 걸을 뿐이니,

동물 학대 맞다. 

 

Volksgarten
Volksgarten
Volksgarten

왕궁에서 시청사 가는 길에 Volksgarten-국민정원-이 있다.

Burgring을 따라가며 큰길로만 걷다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전에 한두 번 살짝 들어간 적이 있지만 늘 바깥에서만 보고 지나쳤던 우리, 오늘은 고결한 이곳에 제대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Volksgarten : 테세우스 신전

꽃과 나무와 잔디의 향연 속에 흰빛을 띤 테세우스 신전이 있다.

비바람에 자연스레 퇴색되고 녹슨 테세우스가, 보좌하는 사제도 없이 자신의 신전을 직접 지키고 있다. 

 

전시장으로 활용되는 이곳에 독특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Bottled Ocean 2122.

해양 생물들로 분한 플라스틱 빈 병들로만 채운 전시실, 100년 후 해양엔 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진정 무얼 해야 할까.

 

Volksgarten
Volksgarten : 장미

공원을 걷고 공원에 앉아있는 이 시간이 참 편안하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꽃들은 스스로 빛을 내고 스스로 자태를 자아낸다.

 

숙소로 돌아온 오후.

점심식사를 하고, 그제 Penny에서 산 배추로 김치를 담근 후 Hofer에도 오랫동안 다녀왔다.

 

남편은 H아빠를 만나러 가고 나는 혼술을 만끽한다.

급작스레 집 밖을 밝힌 불빛-무언가 수리 중-마저 영롱한 밤이었다.

내 눈꺼풀은 지구를 들어올리고, 남편은 안드로메다를 짊어진 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