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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16일 (금) : 도나우강변에서

시간 참 빠르다. 여행 기간의 딱 2/3가 지났다. 

오늘도 흐린 날, 역시 중서부유럽 여행은 5-6월이 최고다.

한여름은 이제 너무 더워 여행하기 적절하지 않고, 9월은 이미 낮이 짧고 맑은 날이 적다.

 

U6 Neue Donau역
U6 Neue Donau역 앞

계란볶음밥으로 식사를 한 후 치즈베이컨빵, 사과, 포도, 카푸치노를 줄줄이 먹었다.

한 끼 아닌 점심까지 먹은 듯하지만 나중에 먹은 건 분명 디저트다.

 

거리는 가을, 아니 부쩍 추워졌다.

지하철을 타고 U6 Neue Donau역에서 하차했는데, 내리는 사람들이 거의 다 아랍인들이다.

알아보니 근처에 빈에서 가장 큰 이슬람사원이 있다고 한다. 

역 앞 정류장에서 20A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도 모스크를 향하는 무슬림들의 행렬은 끝이 없다.

 

Donaupark
Donaupark와 UN(오른쪽)
Donaupark : Donauturm

22구에 위치한 도나우파크는 빈에 살 땐 집에서 가까워 여러 번 왔었으나 여행 와서는 거의 찾지 않았다.

공원 안엔 꼬마기차도 있고, 나무와 잔디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UN 건물도 보이고, 빈에 살 땐 없던 한인문화회관도 새로 생겼나 보다. 근데, 글자체가 구한말처럼 조잡해서리.

 

Donaupark : 꼬마기차 선로
Donaupark
Donaupark : Donauturm

Donauturm-도나우탑-엔 2005년에 올라간 적이 있는데, 좌석이 움직이면서 360도 조망을 보여준다. 

중국음식점인 시추안도 가끔 들르던 곳. 도나우파크에도 추억이 여기저기 흩어져 남아있다.

 

Donaupark : Sichuan
25번 트램

도나우파크와 맞닿은 U1 Alte Donau역에서 Kagran역까지 이동한 후 25번 트램에 올랐다.

2004년부터 15년 동안 습관처럼 가던 슈트란트카페가 아닌, Bootshaus에 가기 위해 도나우강변을 걸었다.

 

Bootshaus

보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야외좌석엔 직원만 있을 뿐 손님은 아무도 없다.

도나우강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를 골랐다. 싸늘한 날, 요청하지 않았으나 직원이 친절하게도 무릎 담요를 건네준다. 

 

Bootshaus
Bootshaus
Bootshaus

이렇게 멋진 조망이 있으니 얼어죽어도 음료는 시원한 맥주다.

치즈를 올린 까르보나라 뇨키와 깔끔한 드레싱을 뿌린 야채샐러드가 자극적이지 않고 맛있다. 

여긴 구시가에 있는 카페 란트만-카페 뮤제움, 카페 모차르트도-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한다.

입간판에 선명히 나온 토르테 사진을 보니 카페 뮤제움의 메뉴판과 정확히 일치한다. 

 

Bootshaus

화장실에 다녀오며 보니까 Bootshaus 실내에는 손님들이 많다.

평일 낮이라 한가한 건 줄 알았는데 추위 때문에 다들 실내에 자리했나 보다. 그 정도 추위는 아니건만.

 

Strandcafe
Strandcafe

알테도나우 쪽에 왔으니 슈트란트카페-이후 9월 22일 방문- 앞까지 가보기로 했다. 

예전엔 빈 추억의 가장 큰 지분이었으나 이제는 추억이 무너져 버린 곳. 기분 탓인지 스산하고 쓸쓸하다. 

 

트램을 타고 도나우젠트룸에 잠시 들렀다가 U1 슈베덴플라츠역에 내렸다.

원래 U1 칼스플라츠역까지 가서 숙소 가는 2번 트램으로 환승하려 했으나, 지하철 옆자리의 흑인과 아시아인들이 어찌나 떠드는지

음성 소음에 취약한 나는 물론 남편까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15년 전과 정말 달라진 빈.

 

슈베덴플라츠에서 2번 트램에 올랐다.  

그런데 링 주변 오가던 트램은 갑자기 행선지가 숙소 쪽 아닌 구시가로 바뀌었고, 트램에서 내려서 확인한 건너편 트램 역시

행선지가 바로 코 앞인 부르크링-구시가 왕궁 앞-이었다. 구글맵에도 사라진 2번 트램, 무슨 일인가.

 

숙소 근처에 지하철 없으니 이런 경우 좀 불편하다.

U반을 타고서 S반으로 환승할까 하다가 숙소 앞까지 가는 또 다른 트램 43번을 타러 걸어 움직였다.

그런데 1구 초입인 Schottentor 트램 정류장엔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43번 트램을 타고 S반 Hernals역 앞에 내려 Hofer에 들렀다.

 

남편은 미소누들, 난 빵-아무리 먹어도 속 편한-과 맥주를 저녁으로 챙겼다.

2020년 서울 이후, 빈에서 2번째 정주행 중인 낭만 서린 '김사부2'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까닭없이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