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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17일 (토) : 빈의 가을 바람

19구 벼룩시장

새벽 3시가 넘어 잠들어, 아침 기상이 힘겹다.

 완전히 확 추워진 날. 사흘 전엔 최고 기온이 27도였는데, 오늘 예보된 최고 기온은 16도다.

그래서 오늘에야 드디어(?) 긴소매 옷 위에 트렌치코트를 덧입는 진짜 가을 옷을 착장했다.

 

19구 벼룩시장
19구 벼룩시장 : 빵집 데어만

오늘 목적지는 훈더트바써의 쓰레기 소각시설과 칼스플라츠 근처의 나슈마크트다.

트램과 지하철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S45로 2정거장인 Krottenbachstrasse역에서 35A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런데 Krottenbachstrasse에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중 뜻하지 않게 벼룩시장을 발견했다.

신선놀음에 도끼 썩는 줄 모르고 사는 요즘, 오늘이 토요일인 줄도 제대로 몰랐다.

와, 세상에, 벼룩시장이 이렇게나 크다고. 여러 블록에 걸쳐 펼쳐진 벼룩시장에서 여행객은 우리밖에 없는 듯하다.

관광객이 주대상인 나슈막 벼룩시장과는 달리 임시파출소도 있는 이곳은 시민들의 주말 놀이터다.

 

19구 벼룩시장
19구 벼룩시장 : 그문덴 도자기

소규모 매대도 있으나 그문덴 도자기 등을 판매하는 매대처럼 전문 판매업자도 있다.

작은 장식품을 파는 곳에서, 엎드린 자세의 흰 천사상을 눈여겨봐뒀다가 정류장 쪽으로 돌아올 때 가격을 물었더니 7유로란다.

할머니, 아깐 6유로라더니 왜 7유로래, 다시 물어도 단호히 7유로란다. 7-8유로면 새 것도 살 수 있을 듯, 깔끔히 구입 포기다.

 

훈더트바써 : 쓰레기소각시설
훈더트바써 : 쓰레기 소각시설

잠시 즐거운 놀이터 구경을 마친 다음 계획대로 35A 버스를 타고 Spittelau에 도착했다.

슈피텔라우엔 Wien Energie 회사 건물과 함께 건축가 훈더트바써가 지은 쓰레기 소각시설이 있다

빈 시내에 자리잡은 친환경 소각장은 흐린 날씨에도 독특한 디자인과 독보적인 색감으로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오토 바그너 : 마욜리카하우스와 메달리온하우스
나슈마크트

슈피텔라우에서 U4로 Kettenbrückengasse에 도착하면 바로 나슈마크트가 보인다.

토요일엔 벼룩시장이 열리고, 구시가 방향인 안쪽으로는 상설 재래시장과 레스토랑 등이 있다.

나슈막은 주고객이 여행객들이고 특히 재래시장은 일반 마트에 비해 식품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벼룩시장 초입에 눈에 띄는 화려한 건물들은 오토 바그너가 지은 마욜리카하우스와 메달리온하우스다.

흐린 날에도 멋지지만 맑고 푸른 낮에 보면 정말 우아하고 예쁜 건축물이다.

 

U4 Kettenbrueckengasse역

몰랐던 사실, 나슈막 근처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아식품점이 많다.

더구나 얼마 전에 갔던 한국식품점보다 한국라면 가격이 훨씬 더 착하다.

일용할 라면과 미소된장국을 구입하여 귀가하는 길, 가을 바람이 아침보다 더 매섭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피자가게에 들러 포장해 왔다.

맛없는 피자-나폴리식 피자 아님-는 아니지만 이전에 먹은 환상적인 피자 맛엔 못 미친다.

피맥은 점심식사도 되고 저녁식사도 되었다.

 

히터를 작동시키니 따뜻해진 집 안.

김사부2를 완결하며 빈 근교에 갈 여정을 세웠다.

서울 늦가을 같은 빈의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