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다.
리스본으로 이동하는 날인데, 계속 비가 내린다면 상당히 불편하고 번거로울 터.
포르투갈식 마늘수프-맛은 별로-와 빵, 우유로 아침식사를 한 후 기차에서 점심으로 먹어줄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짐 정리를 마친 9시, 밖으로 나와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다.
구글 평점 괜찮은 동네 카페인데, 가봐야지 하다가 결국 포르투를 떠나는 날에야 들르게 되었다.
카페 주인 혼자 분주한 아침, 카페 안 작은 테이블에 앉아 Abatanado-아메리카노 비슷-를 마셨다.
오, 근사한 커피 맛. 카페에 아침 손님 많은 이유가 다 있다니까.
다행히 비 그친 숙소 근처 거리.
그저께처럼 스페인 차량들의 유리가 또 파손되었나 보다.
CCTV 없는 거리, 누가 봐도 고의성 짙은 이 사건에 그제와 같이 경찰이 또 출동했다.
포르투에 도착했던 1주일 전 대충 둘러본 볼량시장을, 포르투를 떠나는 오늘 다시 둘러본다.
카톨릭 사제와 관계자들이 행사-또는 의식-를 하는 시장 입구 쪽엔 여러 대의 방송용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10시도 안된 시각이라 그런지 열지 않은 가게가 많고 특히 2층 식당들은 전체가 미오픈 상태였다.
하늘 갠 거리엔 산들바람이 불고 있다.
11시 조금 넘어 셀프체크아웃을 하면서 호스트에게 떠난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매일 스치던, 푸르디푸른 친숙한 알마스 성당을 지나 볼량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캄파냐역으로 이동했다.
캄파냐역 안 벤치에 앉아 승차할 열차의 플랫폼 배정을 기다리며, 기차에서 먹으려던 점심-꿀맛-을 미리 먹어버렸다.
배정된 플랫폼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고 우리도 기차에 올라 짐칸에 캐리어들을 올렸다.
정시에 출발한 낡은 기차는 좌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이렇게 역동적인 열차는 처음 타보는 것 같다. 웬만한 버스보다 더 출렁거린다
우리 주변엔 여행하는 한국 처자들이 많고, 검표원이 QR을 확인한 후부터 우린 예쁜 풍경을 마다한 채 계속 졸고 있었다.
그러나 조신한 할머니들이 내린 뒷좌석에 앉은,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포르투갈 할아버지 덕에 잠이 확 깨어버렸다.
리스본 오리엔테역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하차했고 우린 캐리어가 있는 짐칸 옆 빈 좌석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리스본 산타아폴리니아역에 도착하기 직전 화들짝 놀라는 남편. 헉, 백팩을 원래 좌석에 두고 왔어...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끝까지 깜빡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화창한 리스본.
강렬한 빛깔의 산타아폴리니아역 앞 테주강엔 유람선이 정박해 있다.
남편이 리스본 숙소 호스트와 통화를 한 다음, 우린 엄청난 돌길을 걸어 파두박물관 앞에서 그를 만났다.
호스트는 내 캐리어를 들고 어마무시한 경사의 3층 나무 계단을 성큼성큼 오른다.
헉, 이 계단 어떻게 오르내리지. 너무 걱정스러운데, 에어비엔비 리뷰에서 이런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알파마 지구 아래쪽 상미구엘 거리에 자리한, 적어도 300년은 넘은 숙소에서 호스트는 상세한 안내와 함께 웰컴와인을 남겼다.
재빨리 짐을 풀고 다시 산타아폴리니아역으로 간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인 핑구도스가 있기 때문인데, 역시 기차역에 입점한 여행객 대상의 마트라 그런지 규모도 작고
품목도 많지 않으며 비싸다. 알파마 좁은 골목길에 있는 가게보다는 착한 가격이니 그나마 다행.
된장찌개와 상추쌈은 최고의 저녁 메뉴다.
숙소 안은 물론 숙소 밖 알파마 지역에서도 온통 가파른 계단이 우리를 맞이한다.
올라, 알파마, 이제부터 우리 잘 사귀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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