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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9월 19일 (화) : 에어프레미아로 날다

인천공항 1터미널

9월, 또 멀리 난다. 올 들어 난 3번째이고 남편은 2번째 떠나는 긴 비행이다.

3개월도 안 남은 시점-6월 말-에 예정에도 없이 갑작스럽게 항공권을 예약하느라 선택지는 다양하지 않았다.

신생 국적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유일한 유럽 노선인 프랑크푸르트 인아웃으로 프리미엄이코노미석-프레미아42-를 골랐다.  

 

늘 그렇듯 떠나기 전날은 분주하고 고단했다.

캐리어에 넣을 식재료와 화장품을 소분하고, 모두를 위한 약간의 반찬을 마련한 다음엔 본격적으로 짐을 꾸렸다.

새벽 5시, 4주 동안 작은아들-강아지-을 보살피기 위해 큰아들이 도착했고 우린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승객이 반만 차있는 쾌적한 공항버스는 인천공항 1터미널에 늦지 않게 안착했다. 

 

인천공항 1터미넣
에어프레미아 787-9

프랑크푸르트행 에어프레미아 탑승 수속을 위한 J카운터는 이미 오픈되어 있다.

이코노미석 수속 줄은 상당히 길었으나 프리미엄이코노미석인 프레미아42 전용 카운터는 한적했다.

우리 앞에 딱 2팀만 대기 중이라 가볍고 기분 좋게 10분 만에 금세 체크인 완료.

위층의 스쿨푸드에서 튀김우동+김밥 세트메뉴까지 든든히 먹어준 후 이어진 보안검색도 가뿐하게 10분 컷이다.

 

프랑크푸르트행 에어프레미아 프레미아42
에어프레미아 프레미아42

탑승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었고, 우린 인적 없는 남의 탑승구 앞에서 짧지 않은 휴식을 취했다.

난 잘 보이지 않는 구석 자리에 세상 편하게 누워서 여행의 설렘을 만끽했다.

 

일반석보다 프레미아42 승객이 조금 먼저 탑승을 시작했고, 직접 좌석에 앉아보니 좌석 간격이 환상적이다.

일반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중간급인 에어프레미아는 비즈니스석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좀더 쾌적한 프리미엄이코노미석을 운영한다.

프레미아42라는 이름이 프이코를 뜻하는데, 타항공사의 일반적인 프이코 간격인 38인치보다 더 넓은 42인치를 제공한다.

물론 일반석도 이코노미35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대한항공보다 더 넓은 35인치 간격의 좌석이다.

 

그러나 35인치니 42인치니 하는 좌석 간격은 5대의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중 신기재인 3대에만 해당된다.

구기재 2대의 이코노미석은 이코노미35라는 이름과 달리 31인치 내외라서 저비용항공사의 좌석 컨디션과 다름없고,

프레미아42는 43인치라 오히려 신기재보다 더 넓다. 프랑크푸르트를 오가는 항공기는 2018년산 구기재다.

 

프레미아42 웰컴드링크
에어프레미아 프레미아42 어메니티

탑승 후 바로 웰컴오렌지주스가 제공되고 프레미아42 좌석마다 흰 실내화와 헉슬리 어메니티가 놓여있다.

예전에 제공되던 지퍼 필통 같이 생긴 파우치 대신 친환경 종이박스 안에 헉슬리 핸드크림과 립밤 그리고 미스트가 들어있다.

미스트는 건조한 기내에서 아주 유용했고 포장박스는 딱 보관용으로만 적합했다. 

 

첫번째 기내식

항공기는 정시에 이륙하고, 30분 후인 10시 50분쯤 첫번째 기내식이 서빙되었다.

치킨 아닌 비빔밥을 골랐고 맥주를 요청했다. 프레미아42 승객들에겐 물과 커피 뿐 아니라 음료와 맥주, 와인도 제공된다. 

아는맛 비빔밥과 새우샐러드 그리고 초코케이크, 탑승 전 과식(?)으로 배부른 상황임에도 대체로 무난한 맛이다.

 

정오 즈음 항공기가 심하게 흔들린다. 금세 멈추리라 희망했던 난기류는 30분이나 이어졌다.

유럽을 오가는 비행기를 수없이 탔지만 난기류는 늘상 두렵고 또 두렵다. 

난기류가 멈추자 그제야 잠을 청했고 꿈속을 오락가락 하다가 기내 영화 '카운트'를 재생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약간의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한국 예능만으로 채워진 기내 엔터테이먼트는 상당히 빈약하다,

우리는 긴 비행이라도 영화 1~2편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노트북-남편-에 영화나 드라마를 별도로 다운 받아오지는 않았다.

 

영화 '카운트'
간식 : 애플캐롯칩쿠키

헤드셋을 통해 들리는 영화 음향이 나쁘지 않다.

내가 '카운터'를 보는 동안 목마른 남편은 승무원에게 맥주를 요청했는데 식사 때가 아님에도 별도 지불 없이 제공되었다.

아직도 7시간 넘게 남은 비행, 나눠준 애플캐롯칩 쿠키를 먹은 후, 전에 이미 보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영화 '올빼미'를 눌렀으나

10분도 안돼 잠이 쏟아진다. 

 

프레미아42 좌석-실제 43인치-은 앞뒤 간격이 넓고, 모니터가 앞 좌석 부착이 아닌 내 좌석 손잡이쪽에서 나오는 구조라서 의자를 넉넉히

뒤로 젖혀도 공간이 아주 넓다. 게다가 발 받침대까지 있어서 앉아있을 때는 물론 다리를 뻗어 수면을 취하기에도 더할 수 없이 좋다.

 

두번째 기내식

도착 2시간반 전에 나온 두번째 기내식은 소불고기를 선택했다. 메인은 평범했고 과일이 아주 맛있었다.

남편은 열심히 영화를 보고 있고, 어제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한 나는 안대를 쓴 채 수없이 자다깨다를  반복하고 있다.

 

근데, 우리 앞 좌석의 아저씨들 왜 계속 자리에 없지, 사라졌다 나타나고 다시 사라지고 말야.

게다가 지금 자리에 앉아있는 이 아저씨는 아까 그 아저씨가 아닌데, 어찌된 일일까.

알고보니 저 좌석은 조종사들의 좌석, 즉 13시간이 넘는 긴 비행에서 교대하는 기장과 부기장을 위한 좌석이었다.

 

에어프레미아 항공기는 프랑크푸르트 제2터미널에 정시 착륙했다.

프레미아석 승객부터 먼저 하기했고, 우린 성큼성큼 걸어서 입국심사 장소에 도착했다.

독일은 입국심사시 인터뷰 하는 국가 중 하나-몇 안되는-라서 심사 장소에 늦게 도착하면 공항 탈출이 아주 늦어질 수 있다. 

우린 금세 차례가 되었고, 내 담당관은 내가 독일어로 인사를 건네자 자기도 인사를 하고는 웬일로 질문 없이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런데 옆 창구의 남편은 담당관과 완전 만담을 하고 있다. 뭔 질문이 저리도 많은지.

 

재빨리 나와준 캐리어를 끌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지 가려면 우선 공항 1터미널로 가야 한다.

우린 4층으로 올라가 Skyline을 타고 1터미널로 이동했고, 살짝 연착 중인 S-bahn 대신 RE를 타고 중앙역에 도착했다.

 

더프랑크푸르트호텔 리셉션
더프랑크푸르트호텔
더프랑크푸르트호텔 객실-대로쪽-뷰

중앙역 앞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의 객실이 명시된 넓이보다 좁은 듯하다. 

서울을 지키고 있는 아들에게 무사도착 알림톡을 한 후, 하룻동안 쓸 물품만 대충 내놓고는 그냥 널브러졌다.

서울을 떠난 지 하루도 안된 우린 컵라면을 먹기 위해 전기포트 버튼을 신나게 눌렀다.

 6년 만에 만난 독일, 두번째 만난 프랑크푸르트. 반가워,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