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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9월 22일 (금) : 모젤강의 유람선

새벽에 1-2시간을 뒤척이다 다시 잠든 후 일어나니 딱 이상적인 기상 시각.

아침 8시, 카레와 밑반찬들로 식사를 한 다음, 커피에 쿠키와 포도까지 곁들이니 모든 것이 완벽한 아침이다.

 

퇴직한 전직장 담당자로부터  2022년 1,2월분 건강보험료의 정산 추가금이 부과되었다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기에 바로 송금한 후

환전 관계로 트래블월렛 카드의 주계좌인 인터넷은행 앱에 들어가려 하니 해외 접속에 제약이 있는지 원활하지 않다.

트래블월렛에, 25년간 거래한 단골 은행의 연결 계좌를 추가하고 주계좌로 변경하고 나서야 추가 환전 준비 완료다.

 

Krankenhaus 정류장
Einkaufzentrum

9시 40분, 어제 버스에서 하차한 정류장보다 숙소에서 훨씬 가까운 Krankenhaus-종합병원-정류장으로 향했다.

남편이 버스노선과 구글맵을 통해 짐작한 곳에 정류장이 있었고 숙소 위쪽 블록이라 2분도 안 걸리니 아주 행복한 거리다. 

도보로 10-15분 거리인 Einkaufzentrum까진 버스 1정거장, 바로 그 앞 대로에 세워준다.

그제 장을 봤던 Aldi 대신 오늘은  Rewe에서 맥주, 카푸치노, 소시지, 까망베르, 생선필렛, 젤리, 빵 등을 기분 좋게 구입했다.

 

코헴 시내버스
EndertPlatz

유럽에만 오면 소울푸드가 되는 라면을 점심으로 먹은 후 밖으로 다시 나간 시간은 오후 2시.

역시 게스트교통티켓으로 승객 몇 없는 버스에 올라, 차창 밖으로 말끔하게 펼쳐진 마을을 보면서 구시가로 간다.

오전의 서늘함은 사라지고 하늘은 더 맑아졌다. 아, 날씨 정말 좋다.

 

모젤강

모젤강 벤치엔 할배 할매들이 평화로운 얼굴로 가을 볕을 쪼이고 있다.

강변엔 여러 척의 유람선이 머무르고 있고, 우린 승선 티켓을 판매하는 부스에서 3시에 출발하는 티켓을 구입했다.

배 타기 전까진 시간 여유가 있으니 오늘도 모젤강을 거닐어 볼까.

 

모젤강 유람선

강변을 걷다보니, 오후 3시까지는 20분 이상 남아있었으나 2선착장에는 승선할 배가 벌써 대기 중이다.

오, 그럼 얼른 타야지. 1, 2층 실내 공간을 지나 3층이자 갑판인 맨 위 실외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흐린 어제와는 달리 맑디 맑은 날, 평일이라 승객이 적어 번잡스럽지 않으니 더욱 좋다.

 

여유 있는 여행의 장점은 일기예보를 확인하여 날씨를 충분히 고려해서 일정을 계획하고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흐리고 비 온단 예보가 있던 어제보다 오늘이 유람선 타기에 더 낫다고 판단했는데 아직까진 잘 부합하고 있다.

 

모젤강 유람선에서

독일 국기를 펄럭이면서 유람선이 천천히 출발한다.

아주 느리게 모젤강을 물살을 헤치며 코헴 성과 코헴 마을 곁을 유유히 흘러가듯 지나간다.

 

모젤강 유람선에서

푸르디 푸른 하늘엔 솜빛 구름이 풍경화를 만들고, 끝없는 능선의 경사진 경작지엔 포도밭의 향연이 장관을 이룬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바라만 봐도 평화롭고 안온하다. 시선에 닿는 모든 정경이 휴식이고 힐링이다.

1시간 동안 단꿈을 꾼 듯 우린 다른 세상에 떠 있었다.

 

모젤강 유람선에서

이제는 어제 덜 본 구시가 지역과 그 주변을 산책하듯 걸어다닌다.

14세기에 건립된 요새의 문 중 하나인 Enderttor 주변엔 근사하고 낭만적인 건물과 상점들이 많다.

 

Enderttor
Enderttor 바깥쪽

 

처음 코헴 여행을 준비할 때 계획한 3가지가 있었다. 코헴성 투어, 모젤강 유람선 그리고 Sesselbahn.

제셀반-리프트-은 코헴성보다 고도가 더 높은 산 위에서 성과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어 특별한 경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저께 코헴성에서 마을과 모젤강이 어우러진 기막힌 정경을 보았기에, 높은 곳에 대한 로망이 없는 우린 제셀반은 이미 패스했다.

 

Enderttor에서 조금만 걸으면 Sesselbahn 탑승장이 나온다.

그런데, 뤼데스하임처럼 아래쪽이 막힌 리프트가 아닌 스키장 리프트처럼 위아래가 다 뚫려있어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타고자 했어도 보기보다 겁이 많은 나는 절대 탈 수 없는 리프트다.

 

Sesselbahn Talstation
Sesselbahn Talstation

하늘에 조금씩 회색 구름이 생겨나고 있었다. 

분명히 비 예보가 없었으나 5시반,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 비 예보가 없었음에도 남편은 웬일인지 작은 우산을 챙겨 나왔다.

우산을 쓰고 Endertplatz 인포 앞으로 가서 비를 피하며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비에 흠뻑 젖은 채 자건거를 타고온 백인남녀가 인포 앞 보관함에서 캐리어와 백팩을 꺼내더니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 버린다.

남자는 한 손엔 자전거 핸들을, 다른 한 손엔 작은 캐리어를 끌고 위험천만하게 말이다.

 

EndertPlatz : 구시가 버스정류장
EndertPlatz

오후 6시, Led 창에 781번을 달고온 버스는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702번으로 번호를 바꾼다.

막차인 이 버스를 놓치면 추적거리는 빗속을 터벅대며 걸어가야 했기에 후다닥 버스에 잽싸게 올랐다.

오, 어제 귀가할 때 만난 친절한 기사 아저씨가 텅빈 버스에서 오늘도 또,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남편이 '크랑켄하우스~'라 외치자 기분 좋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유쾌한 아저씨가 '굿~'이라 웃는다. 

 

저녁 메뉴는 라자냐와 까망베르튀김과 소시지, 그리고 비트부르거 맥주다.

비트부르거는 어제 갔던 최악의 레스토랑에서 마신 생맥주와 같은 브랜드인데, 어제보다는 낫지만 역시 아주 싱겁다.

 

서늘한 시골 공기가 가득한 밤.

모젤강이 선사한 최고의 정경이 마음에 또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