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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9월 20일 (수) : Cochem 가는 길

중앙역이 보이는 더프랑크푸르트 객실

눈을 뜨니 5시가 넘었고 남편은 이미 잠에서 깨어있다.

어젯밤에 느껴지던 다리 후들거림 증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졌으니 프이코 탑승은 이코노미보다 역시 회복이 훨씬 빠르다.

구름 많은 오전 7시반, 호텔을 나섰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유로타워 앞
유로타워 앞 조형물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금융의 중심 도시지만 여행지로서는 매력이 별로 없다.

그렇다 보니 여행객들이 프랑크푸르트를 찾는 이유는 주변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서나 직항 항공의 출발 도착지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리도 후자의 이유로 이곳에 왔고 오늘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예정인데, 이 도시를 떠나기 전 할 일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유로타워 앞의 거대한 유로화 조형물을 만나러 간다.

 

호텔에서 유로타워 오가는 길은 멀지 않았으나 꽤 음험하다. 날씨까지 흐리니 더욱더.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유로타워 조형물 앞에 캐리어를 든 젊은 한국인 커플이 펄쩍 날아오르며 사진을 찍고 있다.

젊지 않은 우리는 가만히 유로화 조형물과 그 주변을 눈과 마음에 그리고 디카에 가득 담았다.

 

더프랑크푸르트호텔 조식당
더프랑크푸르트호텔 조식당

호텔 복도처럼 조식당 벽면에도 헐리우드 옛 배우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조식당 분위기는 깔끔하면서도 적당히 고급스럽고, 훈제연어만 없을 뿐 조식 메뉴도 다양하고 맛있다.

미니 쎔멜만 별로였고, 검은 곡물빵이나 계란, 치즈, 소시지, 베이컨, 요거트, 과일, 야채, 쿠키, 커피 다 무난히 괜찮았다.

 

더프랑크푸르트호텔 조식
더프랑크푸르트호텔 조식

9시반, 숙소 근처 Rewe에 들러 기차에서 마실 물을 구입하고 버커킹 키오스크에선 햄버거를 주문했다.

호텔로 돌아와 짐들을 챙겨 체크아웃하러 객실을 나서는 순간, 냉장고에 넣어둔 보냉팩이 떠올랐다.

이런 쇠잔한 기억력이라니. 애써 공수해 온 김치와 반찬을 남의 나라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고 그냥 갈 뻔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Cochem이다.

구글에서 우연히, 마을에 우뚝 서있는 신기한 코헴 성-난 궁전 말고 작은 성을 좋아함-을 본 후 코헴을 여행지 목록에 담아버렸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코헴 행 RB에서 보이는 모젤강
Cochem코헴 중앙역

이 듣도보도 못한 작은 마을을 향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우선 코블렌츠행 ICE에 올랐다.

평일 한적한 시간대라서 좌석 지정-예약비 좌석당 4.9-을 안한 터라, 좌석 위쪽 작은 창에 행선지가 적혀있지 않거나 명시돼있더라도

해당 구간이 아닌 좌석이면 어디든 앉아도 된다. 예상대로 기차엔 승객이 적다.

 

1시간반 후 코블렌츠에서 내려 갈아탄 기차는 온갖 동네를 다 거쳐가는 지역 열차인 RB다.

기차를 타고 하교하는 아이들은 수다 대신 핸드폰을 응시하고 있고,  차창으로 비치는 포도밭 품은 모젤강변 마을들이 참 아름답다.

 

낡았으나 너무나 예쁜 코헴 기차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20분.

택시도 보이지 않는 기차역으로부터 1km 떨어진, 몸 편히 갈 여러 궁리를 했으나 맘 편히 가기로 한 숙소까진 무심히 걸어가야 한다.

다리를 건너고 경사 낮은 길을 올라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여 호스트를 만났다.

 

숙소 출입문
침실 베란다 전망
거실

동네는 조용하고 자연친화적이며, 1층에 호스트가 거주하고 2-3층은 여행자 임대아파트인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코헴은 물론 주변 도시까지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티켓까지 지급해 주니 정말 최고다.

숙소명은 도장으로 찍혀있고 게스트명과 국적, 사용 가능 날짜는 손글씨로 쓰여있는 이 티켓을 우린 매일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게스트티켓
게스트티켓 무료사용구간

옷가지들은 넓은 침실 옷장에 넣고, 식료품과 기타 물품은 거실과 욕실에 풀어놓은 다음 해야 할 일은 장보기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평온하게 자리잡은 마을 가운데를 지나 내리막길을 10분쯤 걸으면 Kik, dm, Rewe, Aldi가 모여있는 공간이 나오는데,

오늘은 Rewe 말고 Aldi로 간다.

우유, 요거트, 모차렐라, 치즈소시지, 치즈빵, 계란, 상추, 사과, 포도, 맥주 등을 카트에 담았고 숙소에 없는 소금도 구입했다.

 

숙소 외관
상점과 마트가 모여있는 Einkaufszentrum

숙소로 돌아와 영수증에서 음료, 맥주를 구입할 때 내는 Pfand-페트와 캔, 병 보증금. 반환시 돌려받음.-를 확인하면서 독일임을 실감했다.

그리고는 계산 오류를 발견했는데, 구입한 3개의 작은 사과-0.5kg도 안됨-가 1kg으로 영수증에 찍혀 있었다.

 

Aldi에선 무게 재야 하는 식료품을 소비자가 미리 저울로 측정해서 가격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법 대신 계산원이 계산대에서 무게를 재어

계산-오스트리아 Lidl이나 Hofer와 동일- 한다. 계산 직후 바로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오류가 생긴 적이 거의 없는데, 단순 실수인지

고의인지 알 수 없으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일을 겪은 후 이번 여행에선 '영수증 즉시 확인'이 습관이 되었고 실제로 다른 도시에서 또 이런 오류가 벌어진다.

 

저녁 7시가 넘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OST와 송골매 노래를 들으면서 구운 치즈소시지와 착한 모차렐라에 맥주를 곁들였다.

독일 시골 마을의 가을밤은 깊어가고 여행의 진짜 첫날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