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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9월 27일 (수) : 스타니슬라스 광장과 원조 마카롱

여행이 시작된지 1주일이 지나니 신체 리듬이 독일과 프랑스에 잘 맞춰진다.

냉이된장찌개 파우치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숙소에 준비된 커피캡슐을 머신에 넣어 커피도 내렸다.

 

숙소 앞 거리
생떼브르성당과 생떼브르광장

9시반, 새로운 도시에 왔으니 Nancy 낭시를 훑어볼 시간이다.

밝은 베이지색이라 해야 할까, 아님 베이지에 연살구빛이 아주 살짝 혼합되었다 해야 할까.

예쁜 건물들의 밝고 화사한 색상이 눈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따스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다.

숙소 근처 고딕양식의 생떼브르성당은 문을 열지 않았는데, 이후 오가며 매일 살펴봤으나 평일엔 늘 굳게 닫혀 있었다.

 

카리에르 광장
카리에르 광장

숙소에서 2-3분만 걸으면 감탄사가 절로 터지는, 카리에르 광장이 나타난다.

긴 광장의 남쪽과 북쪽엔 화려한 황금빛 출입문이 있고, 광장 좌우에는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한층 정취를 돋워주고 있다.

도열된 긴 나무 앞을 걸으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화보의 한 페이지 같기도 하다.

 

스타니슬라스 광장 : 낭시 시청사
스타니슬라스 광장 : 포세이돈분수
스타니슬라스 광장 : 암피트리테분수

그리고 이어지는, 거대하고 호화로운 Place Stanislas 스타니슬라스 광장.

망설임 없이 프랑스 낭시를 1주일 동안 여행하게 만든 강렬한 동력이 바로 스타니슬라스 광장이다.

18세기 조성된 이 광장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으로, 지금은 모레-9월29일-부터 시작되는 정원 원예 행사 준비로 좀 어수선하다.

 

거대한 직사각형 광장의 양 모서리엔 포세이돈 분수와 암피트리테 분수가 금빛 자태를 과시하고 있고 남쪽엔 낭시 시청사가 있다.

광장 동서로 같은 형태의 건물이 2개씩 총 4개가 배치되어 있는데 동쪽 건물은 오페라하우스와 그랜드호텔로 사용되고 있고

서쪽의 하나는 낭시미술관으로 활용되고, 다른 한 건물엔 카페와 레스토랑 등 다양한 샵이 들어서 있다.

광장으로 향하는 모든 출입구엔 아르누보 양식의 황금빛 문이 장착되어 있다.

 

스타니슬라스광장에서 보이는 낭시대성당
낭시대성당

스타니슬라스광장에서 남쪽으로 300m 거리에 낭시대성당이 있다.

18세기 바로크양식으로 건립했다고 하니 다른 도시의 대성당에 비해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성당 중앙 제대 위쪽은 바로크의 특징 중 하나인 반원형 돔 천장의 형태이고 전체적으로 상당히 소박하다.

 

낭시대성당 : 최후의 만찬(회화)과 피에타(조각)
낭시대성당
낭시대성당 한국어가이드

성당 밖도 조용하더니 성당 내부는 고요와 적막 자체다.

천천히 성당 안을 살펴보던 중 안내석에 앉은 흑인여자가 우리에게 국적을 묻더니 한국어가이드가 인쇄된 연하늘색 A4종이를 내민다.

세상에나, 인구 10만의 프랑스 낭시에, 한국인 여행객이 거의 없는 이 도시 성당에서 마주한 한국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국어 안내서를 들여다보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 중국인 부부가 대성당 안을 걷고 있다.

 

메종데쇠르마카롱 : 마카롱의 원조
동네빵집 : 블랑제리뒤샤스텔
'메종데쇠르마카롱'의 마카롱(위아래 12개)과 마들렌 & 동네빵집의 바게트와 치즈타르트

낭시 마카롱, 아니 마카롱의 원조 제과점인 Maisons des Sœurs Macarons-메종데쇠르마카롱-에 들렀다.

명칭 중 Sœur는 수녀를 가리키는데 마카롱은 낭시 중심부 수도원의 수녀 2명에 의해 18세기에 처음 만들어졌고, 색색의 매끈한 표면에

가나슈크림을 넣는 샌드위치형 마카롱은 낭시 마카롱을 변형하여 파리 '라뒤레'에서 제조하기 시작했다. 

옅은 브라운 빛깔을 띤 낭시 마카롱은 크랙 있는 거친 표면을 지닌 쿠키 형태로, 무려 230여년간 제조자로부터 후임자에게 구두로만

레시피가 전해졌다고 한다.

 

쇠르마카롱에서 마카롱과 마들렌을 구입한 후 숙소 옆 빵집으로 가서 바게트와 치즈타르트도 챙겼다.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모두 맛있었는데, 마카롱은 정말 고소하고 아주 쫀득했으며 바게트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최고였다.

 

요상하게도 우린 유럽에만 오면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시리즈를 꼭 본다.

좋았던 드라마를 또 보기도 하고 나온 지 몇 년 지난 드라마를 새로이 감상하면서 추억과 기억을 풀어헤치기도한다. 

어제처럼 햇살이 만판 쏟아지는 숙소에서 '공심이'를 보다가 오후 6시, 다시 밖으로 향했다.

 

스타니슬라스광장 입구 : Arc Here (에레 아치문)
스타니슬라스광장 : 에레 아치
스타니슬라스광장 : 시청사

스타니슬라스 광장을 향하는 북쪽 초입엔 건축가 Héré가 루이 15세를 기리기 위해 18세기에 만든 Arc Héré가 위용있게 서 있다.

아까 아침과는 달리 공사 차량이 없으니 광장을 산책하기도 좋고 벤치에 앉아있어도 참 좋다.

 

스타니슬라스광장 : 오페라하우스
스타니슬라스광장 : 정원원예 전시박람회 준비 중
스타니슬라스광장 :오페라하우스와 그랜드호텔

광장을 채운 카페와 레스토랑에도 사람들 물결이 가득하다.

독일 코헴에서 기차로 3시간 떨어져 있을 뿐인데 크지 않은 도시라도 프랑스라서 역시 흑인이 많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거리를 비추는 노란 불빛이 다사롭고 예쁘다.

 

생떼브르 광장

계란을 2개나 넣은 라면을 끓이고 야채샐러드를 곁들였다.

저녁시간은 후딱 흘러가고, 드라마의 호흡이 너무 길다 싶더니 요즘은 흔치 않은 20회짜리다.

밤 11시, 이제 취침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