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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9월 25일 (월) : 엘츠성을 찾아서

8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 즐거운 아침.

서울에서 작은녀석-강아지-를 돌보느라 고군분투 중인 아들과 톡을 한 후 조식으로 무려 라면을 먹었다.

행선지인 Eltz성에 가기 위해, 8시 56분에 떠나는 유쾌한 시골버스를 타고 구시가 버스정류장인 Endertplatz에 내렸다.

 

빵집&카페 Lutz

기차역이 아닌 엔데어트플라츠에 내린 이유는 평 좋은 빵집이자 카페인 Lutz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엔데어트플라츠에 내려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Lutz가 있고 거기서 북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기차역이다.

Cafe Crema를 주문하고 베이컨치즈빵을 하나 추가하여 쟁반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 참 괜찮다. 커피와 빵이 모두 맛있고 내부가 깔끔하며 분위기도 아주 좋다. 

 

법원
코헴역(측면)
코헴역

모젤강에만 안개가 짙은 줄 알았는데 코헴 기차역 산등성이에도 안개가 자욱하다.

9시 44분에 와야 할 기차가 살짝 연착되었고 자연스레 출발도 예정보다 늦어졌다.

열차 안엔 초등학교 5-6학년쯤 되는 아이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가는지 수다 삼매경이라 소란스럽다.

아이들과 인솔교사가 Moselkern역에서 내리고 나니 기차 안엔 고요한 평화가 흐른다.

 

Hatzenport역 앞
Hatzenport역 앞 버스정류장
Eltz Burg 엘츠성 행 365번 버스

Eltz Burg 엘츠성 홈페이지엔 성을 오가는 대중교통에 대해 친절히 안내되어 있다.

2023년 9월말 기준으로 Hatzenport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8시경부터 매 시간 2대씩 365번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코헴에서 하첸포트역까지 20분 걸려 도착해서 역 밖으로 나오니 오, 365번 버스 뒤꽁무니가 보인다.

이미 늦었으나 저 버스를 놓치면 30분을 기다려야 할 터. 일단 뛰었으나 우리가 보일 리 없는 버스는 떠나가 버렸다.

바쁠 이유 없는 우리에게 30분이 주어졌으니 역 주변을 둘러보면서 차분히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버스 기점인 이곳에 버스 운행 시간표대로 다음 버스가 도착했고, 이 버스 역시 게스트티켓으로 무료 승차가 가능했다.

엘츠성을 향하는 365번 버스엔 승객이라고는 유모차 탄 아기와 젊은 백인부부 그리고 우리가 전부다.

버스 차창으로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 경치가 펼쳐지고, 25분 후 엘츠성 주차장 옆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멈춰섰다.

 

엘츠성 가는 길 안내표지판
엘츠성 주차장에서 엘츠성 가는 숲길
엘츠성 주차장에서 엘츠성 가는 숲길

여기까지 오는 버스엔 승객이 매우 적었으나 엘츠성 주차장엔 이미 많은 차량들이 주차 중이다.

이곳에서부터 성까지는 미니셔틀버스를 타거나 그다지 험하지 않은 산길을 15분 이상 걸어가면 된다.

우린 숲길을 걷는 편을 택했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방법으로 엘츠성으로 가고 있었다.

키 큰 나무들이 행렬을 이루는, 상쾌하고 공기 맑은 숲길은 정말이지 아주 오랜만에 걸어본다. 

 

Eltz 성

산길을 걷다보면 엘츠성 가는 방향의 오른쪽이 깎아지른 벼랑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직 성에 도착하진 않았으나 가다보니 엘츠성의 측면이 보이고 포토스팟이 나타나준다. 역광이라 꽤 아쉬웠지만 말이다.

옆에서 본 엘츠는 상상하던 독일 고성 그 자체다. 숲으로 싸인 성은 외부세계와 차단되어 동화 속에 나올 듯 멋지고 당당하다.

 

Eltz 성

주차장을 출발한지 20여분 후, 드디어 900년 역사의 엘츠성이다. 정면에서 보는 엘츠성은 훨씬 더 아름답다.

성문 앞으로 뻗은 도로 초입에 선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고 또, 디카를 들고 동화 같은 성을 담고 있었다.

엘츠성 성문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가 있는데, 엘츠성도 코헴성처럼 가이드투어로만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성 내부 투어는 3월말부터 10월말 정도-유럽 서머타임기간과 거의 일치-만 가능하다고 한다.

 

< 출처 : eltz-burg.de >
< 출처 : eltz-burg.de >

엘츠성 내부 -코헴성과 비슷한 분위기- 엔 별 관심이 없었기에 이곳까지 온 길을 거슬러 다시 코헴으로 간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주차장까지 가기 위해 이번엔 셔틀 대기줄을 섰으나 우리 차례가 되자 단 1자리만 남았다고 한다.

한 사람만 탈 수도 없고 다음 셔틀은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니 돌아가는 길도 그냥 또 도보다.

그래, 걷자고, 이렇게 산 좋고 숲 좋고 경치 좋은 곳을 걸을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여행의 선물이니까.

 

365번 버스를 타고 다시 Hatzenport역으로 가는 길.

처음엔 버스 승객이 우리만 있었으나 갈수록 승객이 많아진다. 방과후 하교하는 아이들이다.

 

Hatzenport역
Hatzenport역 바로 옆 포도밭

Hatzenport 기차역 플랫폼에 서서 맞은편 플랫폼 뒤편을 보니 산자락 경사지에 포도나무들이 가득하다. .

감사하게도 종일 맑고 푸른 날, 하첸포트역에서 12시 53분에 출발한 기차는 20분 후 다시 코헴역에 도착했다.

 

배가 썩 고프진 않았으나 아침에 갔던 카페 Lutz에 또 들러 피자빵과 샌드위치를 요청하고 맛있는 주스를 마셨다.

그러고 보니 코헴을 보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 아침에 이곳을 떠나야 하니 지금이 구시가와 모젤강을 보는 마지막인 거다.

며칠동안 수없이 눈에 담았던 구시가 골목길을 걷고, 시리게 아름다운 모젤강가를 거닐다가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았다.

이렇게 멋진 경관을 두고 떠나려니 그저 아쉬울 뿐이다.

 

숙소로 돌아와 베프Y와 톡을 하고 또 '공심이'를 본 후 6시가 넘어 다시 버스에 올랐다.

Pfand 즉, 캔과 페트의 보증금을 반환 받아야 하는 원대한 사명을 띠고 Aldi로 향했다.

캔 11개와 페트 1개로 3유로-캔과 페트는 25센트씩-짜리 바우처를 받았고 맥주와 간식을 구입하는데 보탰으며,

알디 옆 dm에서는 근육통에 효과가 있다는 젤을 구입했다.

 

모차렐라, 치즈소시지, 아주 맛난 곡물빵이 저녁식사이자 안주가 되어준 코헴의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