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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9월 28일 (목) : 낭시의 가을

맑은 가을날 아침의 식후 디저트는 무려 '메종데쇠르'표 낭시 마카롱과 마들렌이다.

숙소에 비치된 프랑스어 낭시 안내책자를 뒤적이던 남편이 낭시미술관에 카라바조의 그림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와, 그게 정말이면 미술관에 당연히 가야 하니 직접 가서 문의하기로 했다.

 

코르들리에성당 : 로렌공작 채플
코르들리에성당 : 로렌공작 채플
코르들리에성당 : 로렌공작 채플

숙소 북쪽에 있는 크라페문으로 가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Église des Cordeliers de Nancy 코르들리에 성당.

지금은 미개관상태인 로렌 공작 궁전의 성당으로, 그림과 조각, 부조 및 15세기말 로렌 공작 가문의 묘지를 볼 수 있다.

 

로렌 지역은 9세기 프랑크왕국에 속했고 독립령으로 존속했다고 한다.

30년 전쟁이 종결-1648년-된 후 로렌의 통치권은 알자스와 함께 프랑스로 넘어갔다고 한다.

알자스 로렌 지역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주민이 많았는데, 프랑스가 프랑스 프로이센 전쟁에서 패배-1871년-하자 독일 제국에 합병되었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 후 1919년 프랑스로 넘어갔고,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독일에 양도되었다가 1945년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지금 머물고 있는 낭시도, 내일 여행할 메스도 모두 로렌 지역이었다.

2016년 프랑스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금은 로렌과 알자스와 상파뉴아르덴이 Grand-Est 그랑테스트 지역이 되었다.

 

코르들리에성당 : 십자가의 길
코르들리에성당 : 최후의 만찬
코르들리에성당 : 최후의 만찬

가던 길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면 Porte de la Craffe 크라프문을 만날 수 있다.

14세기 성벽 흔적을 볼 수 있는 크라프문은 19세기엔 감옥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세트 같다.

100m쯤 더 가면 등장하는 Porte de la Citadelle 시타델문은 낭시 거리의 차분한 분위기와 멋지게 어울린다.

 

Porte de la Craffe
Porte de la Craffe
Porte de la Citadelle

두 성문 근처에는 Parc de la Pépinière 페피니에르공원이 있다.

언제든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구시가 공원의 출입문으로 들어서자 가을이 한없이 쏟아지고 있다.

 

페피니에르공원 출입문
페피니에르공원

노란 이파리를 매단 나무들은 가을 행렬을 만들고, 아르누보 누각은 가을 단장을 시작했다.

이 공원엔 유난히 산책하는 강아지가 많았기에 서울에 두고온 우리 막내녀석-13살 요키- 생각이 아주 간절했다.

 

페피니에르공원
페피니에르공원
페피니에르공원

공원 안 작은 건물에선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야외 테이블에서 한입 거리밖에 안되는 아이스크림을 먹다보니 저쪽 테이블의 한 할머니 무릎 위엔 작은 강아지가 앉아있다. 

아이스크림맛이 뭐 대수랴. 자연과 공원으로 둘러싸인 이 시간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평온 그 자체다. 

 

페피니에르공원

분명 여름 아닌 9월말인데도 낮 기온이 25도를 가리킨다.

빈에 살던 2000년대엔 두꺼운 트렌치코트나 패딩점퍼 때론 울코트까지 등장할 시절인데, 바닥 분수의 물줄기와 반소매 차림이

낯설지 않으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공원 내에는 특이하게도 작은 동물원이 있고 그곳엔 공작과 산양들이 살고 있다. 아니 갇혀 있다.

 

페피니에르공원
페피니에르공원 : 동물원

버거킹 가는 길에 스타니슬라스 광장을 지나게 되어, 남편이 낭시미술관 직원에게 카라바조 그림에 관해 문의했다.

오, 오, 진짜 카라바조 그림이 낭시 미술관에 상설 전시 중이란다. 그럼, 토요일에 꼭 관람하자고.

미술관 앞 광장에 일본인들과 백인들이 기모노를 입고 설치며 요란스럽게 쌩난리를 치고 있다.

왜 저기서 저런대. 예전에도 저 족속을 좋아하지는, 아니 싫어했으나 이제는 더욱 징글맞게 싫고 끔찍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처럼 낭시 버거킹에서도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데선 잘 되던 트래블월렛카드가 결제 단계에서 계속 오류가 나서 계산은 햄버거 받 카운터에서 했다.

장바구니 물가도 그렇고 패스트푸드 물가도 독일 프푸나 코헴보다 프랑스 낭시가 훨씬 비싸다.

1인당 국민소득은 프랑스가 독일보다  많이 낮은데도 식료품 물가가 비싸다는 건 서민들 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버거킹
Saint-Sebastien de Nancy 성당
생세바스티앙성당

모노프리에 가다가 단번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생세바스티앙 성당-난 신자 아님-이다.

성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3세기에 순교한 세바스티안 성인을 받들고 있다.

로마군인이었던 세바스티안은 군인과 궁수의 수호성인이며 황제로부터 화살형을 받았기에 성화에선 화살 맞고 있는 몸짱으로 그려진다.

 

생세바스티앙성당 : 세바스티안 성인
생세바스티앙성당 : 수태고지

17세기에 건립된 생세바스티안 성당은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나 내부는 장엄했고 '십자가의 길'은 거룩했다.

성당 벽면에 걸린, 세바스티안 성인을 그린 성화와 수태고지 성화는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생세바스티앙성당 : 십자가의 길
모노프리 마트

모노프리는 식료품은 물론 생활용품, 의류, 화장품까지 진열된 대형마트다.

오늘은 유럽여행 중엔 별로 구입하지 않았던 화이트와인과 쇠고기등심을 바구니에 넣었고 맥주와 야채도 챙겼다.

 

오후 7시, 최고의 만찬이 준비되었다.

그리고 유치했으나 내내 즐겁게 웃게 해준 7년전 드라마 '공심이' 는 예상한 대로 결말을 맞았다.

참 좋다. 노는 게 참 좋다. 어슬렁 다니는 여행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