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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10월 1일 (일) : 일요일이 준 선물

음, 놀다보니 10월 첫날이 되었다.

7시반, 거의 그렇듯 아침식사는 한식. 스크램블과 오이무침, 김자반과 멸치볶음까지 차려놓으니 성찬이다.

 

스타니슬라스광장
스타니슬라스광장
스타니슬라스광장애서

다른 날보다 조금 이른 8시 50분, 길을 나섰다.

스타니슬라스광장을 가로질러 낭시 아쿠아리움으로 입장 오픈런을 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환상적으로 맑은 날, 9시 살짝 넘어 도착한 아쿠아리움엔 직원만 있을 뿐 관람객이 거의 없다.  

 

낭시아쿠아리움
낭시아쿠아리움

건물 1층은 아쿠아리움이라는 이름처럼 수족관이다.

작은 수족관엔 어여쁜 어류를 비롯해서 자그마한 갑각류들이 살고 있다.

이른 시각이라 꼬마손님을 포함한 두어 명의 관람객만 있을 뿐 조용하고 평온해서 천천히 둘러보기 딱 좋다.

 

낭시아쿠아리움
낭시아쿠아리움
낭시아쿠아리움

2층으로 올라가니 갑자기 박제한 동물들이 출현한다.

덩치 큰 녀석들도 많아서 깜짝 놀랐는데, 거대한 바다코끼리는 육지 코끼리의 상아처럼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바다코끼리의 몸무게는 무려 1톤, 이렇게 큰 녀석이 인간에게 포획되어 이곳에 영원히 갇혀버렸으니 짠하기도 하다.

 

낭시아쿠아리움
낭시아쿠아리움 : 바다코끼리
낭시아쿠아리움

아쿠아리움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으나 이곳은 소규모 자연사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어류, 포유류, 조류, 곤충들의 표본은 물론 억만년 전 중생대의 생명체인 공룡 머리뼈와 익룡의 골격도 전시되어있다.

자연 체험 또는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다.

 

낭시아쿠아리움
낭시아쿠아리움
낭시아쿠아리움

1시간 쯤 지났나, 꼬마들이 중심이 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아주 많아졌다.

여유 있게 알차게 둘러본 아쿠아리움, 어디든 무료 관람일엔 역시 오픈런이 진리다.

 

낭시아쿠아리움
낭시아쿠아리움
낭시아쿠아리움

며칠 전, 페피니에르공원과 가까운 낭시 운하에 갔다가 방치된 폐선만 널브러져 있어 그냥 돌아선 적이 있다.

아쿠아리움 관람을 마치고 걷다가 다시 운하를 만났는데, 이쪽 운하는 폭이 넓고 관리가 잘된 편이라 조깅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운하엔 복층 다리가 있는데, 운하를 지나는 작은 배가 그 앞에 멈추자 아래층 다리가 완전히 위로 밀착되어 뱃길을 열어주었다.

 

낭시 운하
운하의 이중다리
운하

일요일 오전, 구시가는 고요와 안온 그 자체다. 

낭시의 하늘은 푸르디 푸르고, 낭시에서의 후반기를 즐기고 있는 우리 마음은 맑고 가볍다.

 

카리에르광장

드디어 숙소 옆 생떼브르성당이 열렸다.

미사 시작 직전 시각, 여행객과 신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성당을 드나들고 있다.

매일 본 성당 외관도 상당한 규모였는데 잠시나마 둘러본 내부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고딕 성당이었다.

 

바나나와 푸딩을 구입한 후 빵집에 또 들러 작은 바게트-최고-와 커피맛 에클레어, 밀푀유를 포장했다.

빵집 앞엔 그제처럼 어제처럼 터를 잡고 한 남자가 구걸 중이다. 낭시의 식당 앞이나 제과점 앞에선 흔한 광경.

이 도시엔 거리나 역에서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애잔한 눈빛으로 손바닥을 내미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생떼브르성당
생떼브르성당
숙소 옆 동네빵집 : 밀푀유, 에클레어, 작은바게트

오후 4시, 어제에 이어 낭시 미술관으로 또 간다. 

무료 관람일인 일요일 게다가 오후, 관람객은 많았고 미술관 내부는 더웠으며 어수선하고 북적거렸다.

카라바조, 귀도 레니, 페루지노, 틴토레토 그림들만 후딱 다시 보았는데, 해가 비껴난 시각의 카라바조는 단연 최고였다.

 

낭시미술관 (카라바조,귀도 레니)
낭시미술관 (페루지노)
스타니슬라스광장

휴일 늦은 오후, 스타니슬라스광장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였다.

낭시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모두 다 이곳으로 불려온 듯 거대한 광장이 찰랑거린다.

 

5시반, 숙소로 돌아와 세탁기를 돌리고 저녁을 차렸다.

버터감자구이와 피자와 치즈 그리고 와인과 맥주면 충분하다. 더 무엇이 필요하랴. 

별 것도 안한, 노곤한 하루가 또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