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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10월 2일 (월) : 낭시의 아르누보

10월이고 남프랑스도 아닌데, 최고기온이 무려 27도로 예보돼있는 날이다. 

청명하고 상쾌한 월요일 아침, 평소보다 훨씬 이른 8시 10분에 숙소를 나선다.

 

1901 옛 곡물공장
1901 옛 곡물공장

프랑스 지도의 동쪽에 자리한 낭시는 Art Nouveau 아르누보 건축물이 많은 도시라고 한다.

새로운 예술이란 뜻을 지닌 아르누보-독일어권에서는 유겐트슈틸-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양식으로,

자연의 아름다운 곡선을 모티브로 삼아 장식적이고 탐미적이다. 

먼저 찾은 곳은 20세기초에 건립한 옛 곡물창고 건물로, 멀리서도 색감과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상공회의소
상공회의소

곡물창고 근처의 상공회의소도 대표적인 아르누보 건축물이다.

이곳도 곡물창고 앞처럼 도로 공사 중이라 소란스럽고 어수선하다.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개성적인 맵시를 지닌 이 건축물은 출입문, 창문 난간, 창틀 장식이 특히 돋보인다.

 

카페 엑셀시오르 Excelsior
카페 엑셀시오르 Excelsior
카페 엑셀시오르 Excelsior

오늘 숙소를 일찍 나선 이유는 낭시의 아르누보 카페 Excelsior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건물 외관과 내부 벽면, 천장, 유리창까지 화려하게 장식된 엑셀시오르 카페에 앉아 조식 메뉴를 골랐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고 화려하지만, 곳곳이 낡거나 관리 덜 된 모습이 보이는 엘셀시오르의 조식은 지극히 평범했다. 

 

카페 엑셀시오르 Excelsior : 조식
카페 엑셀시오르 Excelsior
카페 엑셀시오르 Excelsior, 에밀 프리앙의 그림

엑셀시오르 카페에서 낭시역을 지나 동쪽으로 1km 쯤 이동하면 낭시 아르누보의 대표작인 Villa Majorelle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첫째 일요일인 어제, 무료로 내부 입장이 가능했던 곳이다.

그러나 내부 관람이 그다지 간절하지 않았기에 어제의 복잡함을 피해 한산한 오늘을 택했다.

 

빌라마조렐 주변에 적막이 흐르는 이유는 휴관일-알고 옴-이기 때문인데 외관을 보는 덴 전혀 상관없다. 

역시 먼 거리에서도 시야에 잡히는 빌라마조렐(1901~1902년), 다른 집들과는 확실히 차별성과 개성이 있다.

측면을 보고 정면과 다른 옆면을 살펴보니, 석재를 깎고 연마한 각도나 디테일이 어디선가 본 듯 친밀한 느낌이다.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1883~) 중 수난의 파사드와 비슷하고 '카사밀라'(1906~1912년)의 루프탑과도 많이 닮았다.

 

Villa Majorelle (1901~1902년)
Villa Majorelle
Villa Majorelle

낭시 서쪽 자리인 이 동네엔 20세기초에 지은 집이 많은데, 조금 떨어진 장소엔 당시에 지은 아르누보 주택 단지도 있다고 한다.

정돈되고 깔끔하나 밋밋할 수 있는 건축물에 독특한 개성과 적절한 장식을 부여하니 동네 전체에 활기가 넘치고 생동감이 차오른다. 

 

낭시 사크레쾨르성당
사크레쾨르성당
사크레쾨르성당 : 수태고지

성당은 계획하고 고대한 한둘을 제외하고는 늘 우연히 들어가게 된다.

20세기초에 건립된 사크레쾨르성당은 로마네스크에 비잔틴 돔과 고딕 스테인드글라스를 덧붙였는데,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성당의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성화 '수태고지'는 음, 유명화가 작품의 복제화일까. 아주 친숙하다.

 

아르누보 건축물

빌라 마조렐에 갈 때는 알지 못했으나 숙소로 돌아갈 땐 아르누보가 보인다.

아르누보 건축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어떤 집은 건축연도까지 새겨서 아르누보임을 공표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낸다. 여행하면서 이런 적이 없는데 노화현상인가.

근처 쁘렝땅백화점으로 들어갔으나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백화점에 화장실이 없단다.

이럴 수가, 비엔나 슈테플백화점에도 한 개 층엔 화장실이 있는데, 이 넓은 백화점에 화장실이 없다니.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기차역이다.

 

무사히 돌아온 숙소. 계란을 듬뿍 넣은 국수를 먹은 후에 후식으로 곁들인 커피와 에클레어가 환상적이다. 

남은 계란 4개를 삶고 감자조림 준비를 해둔 다음, 오늘 1차로 폐기할 쓰레기와 재활용품 정리를 마쳤다.

이젠 휴식 시간. 가만 누워서 낭시 숙소 호스트에게 내일 체크아웃시 열쇠를 둘 장소를 물었다.

 

카리에르광장 앞 :관청
카리에르광장

오후 5시, 다시 숙소 밖이다.

날이 푹해 기온을 확인하니 진짜 27도다. 말도 안 된다. 지구는 이미 중환자다.

카리에르 광장을 산책한 후 스타니슬라스 광장 초입에 있는 아모리노에 갔더니 여름인 양 대기줄이 길다.

아모리노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한국인을 2팀이나 보았다. 낭시 여행 7일째, 낭시에선 처음 듣는 한국어다.

 

스타니슬라스광장

저녁을 먹고 낭시에서의 마지막 맥주를 들었다. 

내일은 가장 기대하고 고대하는 곳, 드디어 스트라스부르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