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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10월 13일 (금) : 밤베르크 한가운데

뷔르츠부르크 중앙역 : 열차 안에서 보이는 포도밭

어제 저녁 7시 이전에 찾아온 어둠은 오늘 아침 7시가 넘어서야 사라졌다.

오전 7시반, 잊을만하면 챙겨먹는 비빔밥과 독일표 누들수프가 아침 요깃거리다.

 

어제와는 달리 맑은 아침 9시, 티켓발매기에서 뷔르츠부르크 1일권플러스 대신 바이에른티켓-2인-을 구입했다.

우린 여행 기간과 기차 종류를 고려하여 49유로티켓을 사용하지 않기에 해당 주의 대중교통-기차는 R만, 트램, 버스,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 -평일 9시부터, 주말휴일 새벽부터- 할 수 있는 랜더티켓은 근교 여행시 필수다.

1번 트램을 타고 중앙역에 내려서 11번 플랫폼에 도착하니 9시 39분에 출발하는 RE열차가 이미 대기 중이다. 

 

밤베르크 구시청사

밤베르크 가는 기차 안, 10시 52분에 검표원이 티켓 검사를 한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 기차는 예외없이 매번 검표를 했다.

온 동네 기차역에 다 정차하는 RB가 아니고 주요역만 멈춰서는 RE라서 단 2곳만 경유한 후 10시 35분, 밤베르크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구시가까지는 1.5km. 먼 거리는 아니지만 무적의 랜더티켓이 있으니 걷기보다는 버스가 낫다.

901번 버스 안내방송은 뷔르츠부르크처럼 친근한 남자어린이 목소리이고, 서너 정거장 후 밤베르크 구시가다.

 

R밤베르크 구시청사
밤베르크 구시청사

제일 먼저 눈에 드는 풍경은 밤베르크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정경, 랜드마크인 구시청사다.

15세기에 건립된 옛 시청사는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인데, 레그니츠강 두 다리 사이 인공섬에 세워졌다.

이 독특한 목골 건축물은 당시 교회와 시민들의 갈등으로 지역 주교가 시청사 건축을 위한 토지 제공을 거부한 까닭이라고 한다.

인구 7만의 소도시 시민들이 사랑하는 구시청사 외벽엔 인상적인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오전 11시 반, 식사하기엔 이른 편이나 1405년에 개업한 역사를 지닌 훈제맥주로 유명한 식당으로 향했다.

당일치기 여행을 하게 되면 별 수 없이 여행객들로 가득 차는 레스토랑에 가게 되는데, 오늘이 딱 그날이다.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아닌데도 식당 입구와 골목길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대기줄인가 했더니 골목에 서서 맥주만 마시는 사람들이다.

레스토랑 입구로 들어가면, 내부가 여러 개의 홀로 이루어진듯 여러 개의 문이 있고 그중 인적이 확 느껴지는 문을 열었다.

 

훈제맥주
Bamberger Zwiebel in Rauchbiersosse : 훈제소스 곁들인 밤베르크 양파 (+매시드포테이토)
Schlenkerla Bratwursts : 구운 소시지 (+검은빵, 사우어크라우트)

식사 공간은 고풍스럽고 기품 있으며 유구한 역사가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훈제 맥주는 단어 그대로 훈제향이 강했고 특별한 맛 아닌, 호불호가 갈릴 만한 맛이다. 난 살짝 불호.

매시드포테이토를 곁들인 밤베르크 양파요리-돼지고기 채운-와 사우어크라우트, 빵을 곁들인 구운 소시지요리는 식사나 안주로 괜찮았다.

12시반,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레스토랑 내부에 사람들은 한결 많아졌고 한국어 또한 끝없이 들리고 있다.  

 

밤베르크대성당
밤베르크대성당

밤베르크 대성당으로 가는 거리가 너무나 예쁘다.

사실 밤베르크는 처음부터 확정된 여행지는 아니었다.

5박을 머무는 뷔르츠부르크가 생각보다 심심해서, 당일치기 선택지에 있던 밤베르크를 여행 목록에 넣은 것인데 잘한 선택이었다.

 

대성당 앞에서 뜻밖에, 우리 막내녀석이랑 너무도 닮은 강아지를 만났다.

요 녀석, 뭉클한 마음에 보드랍게 살짜기 쓰다듬어주니 재기 발랄하게 애교를 발산한다.

 

밤베르크 대성당은 4개의 첨탑이 배치된 독특한 구조로, 11세기에 건립되었으나 화재로 일부 소실된 후 13세기에 개축되었다.

13세기 중건된 성당이라 그런지 외관은 후기 로마네스크-아치-양식이 바탕이 되었고 내부는 초기 고딕-첨두아치- 양식이다.

 

밤베르크 신궁전
밤베르크 역사박물관
역사박물관 안쪽

오늘 뷔르츠부르크와 밤베르크의 최고 기온은 26도.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예보를 믿고 반소매에 얇은긴바지 차림이라 다행히 덥지는 않다.

대성당 바로 옆 역사박물관보다 안쪽 중정의 꽃단장한 건축물이 시선을 끌었는데 지금까지 본 하프팀버 건축물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

 

밤베르크 신궁전 장미정원
밤베르크 신궁전 장미정원 : 아프로디테
밤베르크신궁전 : 가운데

광장을 사이에 두고 대성당, 역사박물관, 신궁전이 서로 나란히 또는 마주보고 있다.

밤베르크 신궁전의 장미정원을 보러 갔으나 가을이라 그런가, 최근 다시 심은 건가, 꽃송이는 거의 보이지 않고 이파리만 무성하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그리스로마신들의 소박한 석상들이 작은 흥미를 줄 뿐이다.

 

Klein Venedig 작은베니스
작은베니스

우리 여행의 지속 시간은 두세 시간인데 집 나온지 5시간이 지나다보니 허리와 다리는 물론 발까지 아프다.

조금 더 걸어 도착한 작은베니스는 레그니츠강을 따라 집들이 모여있는 지역을 일컫는데 명칭처럼 정확하게 진짜 작고 좁다.

그런데 아, 베니스라니 이름이 너무 과했어. 심히 과분하다니까.

 

버스를 타고 돌아온 밤베르크 기차역.

뷔르츠부르크로 돌아가는 RB는 금요일 오후이기 때문인지 오후 RB열차-모든 기차역 정차-라 그런지 거의 만석이다. 

 

밤베르크 기차역

 

밤베르크역

RB 기차는 밤베르크 출발부터 지연되더니 뷔르츠부르크 중앙역엔 7분이나 연착했다.

정확성의 대명사였던 독일 기차는 언젠가부터 늘상 연착 중인데 이제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이 돼버렸다고 한다.

숙소 근처 NORMA에 잠시 들었다가, 호스트 추천 리스트 중 하나인 동네 피자리아 Pino에서 마르게리타피자를 포장해 왔다. 

 

나폴리식 피자인 마르게리타가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맛있다.

맥주와 와인 안주로도 최고이기에, 이번 여행의 마지막밤인 내일 저녁엔 직접 피자리아에서 피맥을 하기로 했다. 

고단한 당일치기였지만, 손꼽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밤베르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