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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10월 11일 (수) : 마리엔베르크와 구시가

숙소 근처 트램 타러 가는 길

맑은 아침, 눈을 뜨니 넓은 침대-폭 80cm 매트리스 2개-를 마다하고 남편이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다.

암막커튼 때문에 침실이 완전 깜깜해서 무언가 불편했다고 한다. 그럼 오늘부턴 커튼을 한뼘 열어놓고 자자고.

야채 채운 3분짜장에 양파수프를 곁들인 최고의 식사를 하고, 숙소의 맛없는 원두 대신 선택한 카푸치노도 역시 최고다.

우선 EDEKA에서 맥주, 오렌지주스, 배추를 사서 냉장고를 채워두고 10시반, 다시 밖으로 향한다.

 

Juliuspromenade 율리우스프롬나드 정류장
요새 앞 미니버스
마리엔베르크 요새

숙소 근처 트램정류장의 티켓발매기에서 1Tag플러스(1일 2인교통)를 구입한 후 트램을 타고 율리우스프롬나드에서 하차했다.

오늘 첫 행선지인 마인강 서쪽 저 높은 지대에 위치한 마리엔베르크 요새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테마인교 부근에서 걸어올라가는 경우가 많으나 기울기와 거리가 만만치 않기에 우린 버스를 선택했다.

 

20분이나 기다려서 배차 간격 긴 9번 미니버스에 오르니 설 자리 없는 버스는 거의 만석이고 압도적으로 노인 승객이 많다.

마리엔베르크는 이름 그대로 산이니까, 나이들어 산 꼭대기까지 두 발로 걸어올라가기는 당연히 쉽지 않다. 우리도 그렇듯이.

어제 오늘 탄 트램에서도 그러하더니 버스 안내 방송도 8-9살쯤 된 남자어린이 목소리다. 신선하고 재미난 발상이다.

 

슈렌베르크문
마리엔베르크요새 성당과 탑

미니버스에서 내려서, 마리엔베르크 요새 성벽을 따라 여러 개의 문과 담을 통과하고 사이사이에 자리한 마당들 앞을 지나다보면

흔한 박물관이 나타나고 있어야 할 작은 성당이 등장하고 잔혹동화에 나올 법한 원기둥형 높은 탑이 출현한다. 

13세기에 건립된 마리엔베르크 요새 외관을 훑어보면서 800년이라는 요새 역사보다 훨씬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2차 세계대전으로 요새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고 1990년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마리엔베르크요새 Fuerstengarten(왕자의 정원)

마리엔베르크 요새의 하이라이트, Fürstengarten왕자의 정원에 다다르니 뷔르츠부르크가 한눈에 담긴다.

마인강이 보이고 뷔르츠부르크 시민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Alte Mainbrücke알테 마인교가 시야에 잡힌다.

도시의 지붕들은 붉게 채색되어있고 특히 요새와 도시를 감싸안아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은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마리엔베르크 요새 전망
마리엔베르크 주변 포도밭과 전망
마리엔베르크 요새 : 내려가는 길

마리엔베르크 요새 외관과 정원만 대충 바라보는데도 1시간반쯤 걸렸나보다.

요새 바로 아래편엔 잘 조성된 넓고 아름다운 뜰이 이어지는데, 그 내리막을 따라 30분쯤 걸으면 알테마인교가 나온다.

아침에 마리엔베르크 도착할 때 이 길을 걸어오르는 대신 미니버스에 승차했던 것은 진짜 탁월한 선택이었다.

 

알테마인교
알테마인교 : 와인바
알테마인교에서 본 마리엔베르크

드디어 마인강 위 알테마인교 서쪽에 이르렀다.

그런데 26도 가을 한낮이 왜 이리 뜨거울까. 그늘 없는 다리 위는 땡볕이었고, 온몸을 태울 듯한 더위로 우린 순식간에 다리를 건너버렸다.

인도교인 알테마인교 동쪽 끝엔 이곳의 명물인 와인가게가 있고 그 주변은 와인잔을 든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뷔르츠부르크 구시청사

오후 1시가 넘은 시각, 점 찍어둔 레스토랑은 알테마인교 끝자락에서 조금 더 가야 했다.

우리에겐 남아있는 체력이 전혀 없었기에 알테마인교에서 멀지 않은, 눈앞에 보이는 야외 레스토랑에 앉았다.

 

친절한 여자서버가 들고온 맥주는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다.

나는 브레첼과 미니슈니첼과 샐러드로 구성된 슈니첼텔러를, 남편은 점심메뉴인 쯔비벨로스트브라텐을 주문했다.

브레첼은 괜찮았으나 슈니첼은 슈니첼 아닌 그냥 돼지고기 빵가루구이였으니 역시 슈니첼 원조국은 오스트리아다.

쯔비벨로스트브라텐은 돼지고기가 주재료-원래는 쇠고기-인데 나쁘진 않았으나 튀긴양파 토핑이 없다시피해서 맛이 덜했다.

 

슈니첼텔러 : 슈니첼, 브레첼, 샐러드
쯔비벨로스트브라텐 : +감자크뇌델

뷔르츠부르크 대성당 가는 길, 대성당 첨탑은 멀리서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다.

11세기에 건립된 뷔르츠부르크 대성당은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되었고 1967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발전된 또는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 외관과는 달리 내부 디테일-내부구조는 로마네스크-은 단순화시킨 다른 양식 느낌이 났는데, 

복구 과정에서 살짝 변모되거나 가미된 건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뷔르츠부르크대성당 : 정면 파사드 중
뷔르츠부르크대성당
뷔르츠부르크대성당 뒤쪽

오후 2시 20분, 가을답지 않게 여전히 덥고 바람조차 불지 않고 있다.

오늘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꼭 둘러봐야 할 곳이 있는데, 바로 뷔르츠부르크 궁전의 정원이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내일 뷔르츠부르크 날씨는 '흐리고 비' 라고 한다.

여행 중 비가 내리는 것이 반갑진 않으나 피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내일은 뷔르츠부르크 궁전 내부를 관람할 계획이다.

그래도 궁전 정원은 하늘 좋을 때 봐두는 것이 좋으니 이렇게 푸른 오늘, 푸르른 정원을 보러 가기로 한 것이다.

 

뷔르츠부르크 궁전
뷔르츠부르크 궁전
뷔르츠부르크궁전 정원 출입문

차분하고 격조 있는 궁전 외관에 비해 그 앞 광장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어수선하다.

하늘은 푸르게 맑고 뷔르츠부르크 궁전 내부로 입장하는 단체여행객은 생각보다 많다.

궁전 오른편에 있는 정원 출입문으로 향하는 발걸음 따라, 우리도 정원 나무그늘에 앉아 나무들을 보며 한참동안 휴식했다.

 

뷔르츠부르크궁전 정원
뷔르츠부르크궁전 정원
뷔르츠부르크궁전 정원

정원 벤치를 떠나야 할 시간, 궁전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드럭스토어 dm에서 알페신샴푸와 영양제, 핸드크림을 구입했고

근처 아시아마트에 들러 오동통너구리와 숙주나물을 산 후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귀가해서는 아침에 사둔 배추로 겉절이를 담근 다음, 또 NORMA와 EDEKA로 가서 요거트, 버터, 치즈, 대구필렛을 구입했다.

 

오늘 종일 상점엘 몇 번이나 들락거렸더라.

하루에 여러 차례, 끝자락을 즐길 식품들과 공수할 물품들을 사러 다니다보니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실감난다.

 

저녁 메인은 맥주다. 소시지와 오징어튀김은 그저 거들 뿐이다.

숙소 밖 어디선가 익숙한 훈제향이 날아들고 도시의 밤은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