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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10월 10일 (화) : 뷔르츠부르크 가는 기차

숙소 앞 거리를 채운 컨테이너트럭 3대

밤새 자다깨다 숙면하지 못하고 일찍 깨어버린 아침, 숙소 앞 거리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 3대가 주차 중이다.

서로 골목을 꽉 채우고 있어서 트럭이 다시 나가기 상당히 어려워보였으나 대형 트럭은 좁은 길을 용케도 빠져 나간다.

혹시 건물에 부딪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증이 발동하여 구경하면서도 아슬아슬 걱정스러웠는데, 괜한 기우였다.

 

라면과 밥, 그리고 카푸치노와 티라미수까지 챙겨먹고 짐 싸기에 돌입했다.

참 이상한 것이, 여행 기간의 3/4을 넘긴 시점이라 바리바리 들고온 한국 음식은 거의 다 먹었고 현지에서 구입한 물건도 없는데,

왜 캐리어 무게는 별로 줄지 않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숙소 골목 끝 호텔 : 프랑스어와 독일어(알자스어일 수도) 병기
숙소 골목 끝 호텔

오전 10시, 체크아웃 전 마지막 프티트프랑스 산책에 나선다.

외벽에 도로명이 병기-프랑스어,독일어-된 숙소 근처 호텔을 그동안 늘 그냥 지나쳤는데, 도시를 떠나는 날 처음으로 안뜰을 바라보았다.

특이한 점은 호텔 오른쪽 건물 벽면의 창문과 출입문 주변이 부조나 문양 대신 그림을 그려 장식했다는 것이다.

 

보방댐
도개교

1주일간 스트라스부르에 머물렀고 오늘도 여러 다리를 밟았으나, 일강에 놓인 다리 중 이름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수평으로 회전하여 열리는, 프티트프랑스의 인기 장소인 나무 도개교 위에 아침부터 실버 단체여행객이 여러 팀이다. 

 

Maison des Tanneurs : 레스토랑 La Maison de la Choucroute
Maison des Tanneurs : 라 메종 드라 슈크루트

가장 기억에 남을 Maison des Tanneurs.

16세기 개신교 탄압을 피해 이곳에 정착한 프랑스인-당시 독일어권국가-들의 심정과 생존에 깊이 공감했다.

근처 기념품점에서 스트라부르라 쓰인 민트그린색 작은 컵을 구입한 후, 체크아웃하러 숙소로 들어가기 전 잠시 카페에 들렀다.

 

숙소 옆 건물 카페
숙소 옆 건물 카페

날마다 숙소 침실로 원두 향기를 올려주던, 숙소 옆 건물 0층에 있는 카페에 앉았다.

바리스타가 제시한 3가지 원두 중 산미 있는 원두를 골랐는데, 레몬 띄운 물과 함께 나온 커피는 산미가 조금 과했으나 풍미 있고 깔끔했다.

 

11시 50분, 캐리어를 챙겨 숙소를 나와 천천히 기차역으로 움직였다.

1주일을 머물든 1개월을 생활하든 여행의 끝엔 늘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는다.

숙소 때문에 탈도 있었으나 환상적인 숙소 위치와 최선을 다해준 호스트 덕분에 그래도 순조로운 여행을 했다.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중
스트라스부르 기차역
스트라스부르 기차역

기차 출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뷔르츠부르크엔 저녁이 돼서야 도착할 예정이기에 스트라스부르역 버거킹에서 점심을 먹었다.

프랑크푸르트중앙역 버거킹보다 더 비싼 가격, 1인당 국민소득이 독일보다 훨씬 낮은데도 외식이나 마트 물가 모두 프랑스가 더 높다.

기차역 안쪽엔 무장군인 3명이 승객들을 살피고 있고, 구걸하는 거지 여럿은 역 안을 돌아다니며 여행객들에게 손을 내민다.

예약시 바로 플랫폼이 확정되는 독일 기차와는 달리 TGV는 출발 20분 전에야 플랫폼이 안내되었다.

 

오늘 여정은 프랑스 TGV로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독일 ICE로 갈아타고 뷔르츠부르크까지 간다.

근데 TGV가 이렇게 지저분했었나. 2017년에 탔던 콜마르발 파리행 TGV는 쾌적했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그땐 1등석이었나 보다.

그러나 2등석이라 해도 시속 300km대-우리 구간은 고속주행하진 않음-까지 달리는 고속열차인데 앞뒤 간격이 좁고 내부는 복작거린다.

 

기차는 별일없이 달리고, 열차가 바덴바덴에 다다를 무렵 스트라스부르 호스트가 메시지를 보냈다.

머물던 숙소 아래인 0층 상점 천장으로 물이 샜다고 하면서 숙소에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묻는다.

아, 낭시 호스트도 그러더니 스트라스부르 숙소도 체크아웃 후 관련 없는 질문들을 던지면 어쩌라는 건지.

 

20여년 전부터 부킹닷컴이나 에어비엔비를 통한 아파트 숙박이 수없이 많았지만 이런 상황들은 처음이다.

이번 메시지만 해도, 아주 오래된 건물의 낡은 수도관은 어디서 새서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일단 호스트에게 숙소에 머무는 동안 주방과 화장실 수도에 아무 문제 없었고 누수 징후도 없었다는 답장을 보냈다.

오래지 않아 날아온 호스트의 메시지, 청소도우미가 숙소 안을 확인해 보니 이상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호스트는 섣부르고 경솔했다. 청소도우미가 집 안을 체크한 이후,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게스트에게 연락했어야 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정시 도착 후 우린 잠시 기다려 뷔르츠부르크로 가는 ICE로 환승했다.

프랑스 고속열차 TGV에 비해 독일 고속열차 ICE는 매우 깨끗하고 좌석 간격도 넓어서 쾌적했다

예약시 별도요금 없이 좌석 지정이 가능-장점-한 TGV와는 달리 ICE는 좌석 지정시 좌석당 4.9유로의 요금을 추가 결제해야 하기에

우린 좌석 지정을 하지 않았고, 이런 경우 좌석 선반 led창에 행선지 표시가 없거나 있더라도 해당구간이 아닌 좌석에 앉으면 된다.

지구는 아프고 이 가을은 너무 뜨거워서 TGV처럼 ICE에서도 에어컨이 작동되고 있다.

 

뷔르츠부르크 중앙역 (10월 13일 사진)

오후 5시반, 뷔르츠부르크 중앙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숙소까진 1.4km라서 트램을 타고 2정거장 후 내렸는데,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이 살짝 경사 길이다.

호스트의 친절한 안내대로 열쇠보관함 열쇠로 셀프체크인을 한 숙소-2층, 우리식 3층-는 사전 인지한 대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기는 좀 힘들었으나, 넓고 환하고 매우 깔끔했다. 

 

뷔르츠부르크 숙소 외관
숙소 거실
숙소 침실

짐 정리를 대략 마치고 식료품을 사러 EDEKA로 가면서 둘러본 동네는 조용하고 평온하다.

숙소 근처엔 EDEKA와 NORMA 이렇게 두 마켓이 나란히 붙어있는데, 둘 다 규모가 크진 않으나 기본적인 것은 다 구비되어 있다.

오늘은 EDEKA에서 우유, 요거트, 치즈, 사과, 호박, 양파, 파, 흰소시지-뉘른부르거소시지-와 맥주 등을 구입했다.

 

숙소 앞 거리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코헴에서 시작해서 프랑스 낭시와 스트라스부르를 경유한 여행은 다시 독일, 뷔르츠부르크에 다다랐다.

가늘고 짧고 흰 뉘른베르거소시지구이, 감자버터구이, 볶음김치,  호프브로이병맥주가 뷔르츠부르크에서의 첫 메뉴다.

최고의 메뉴만 모아놓은 저녁, 이곳에 온 우리 마음도 단연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