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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더하기2 : 아카데미아의 신화

예술의 영원한 소재이자 영감인 그리스 신화는

유럽 어느 도시에서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베네치아 아카데미아에서는 성화들을 보느라

신화 소재 작품-성화보다는 작품 수가 훨씬 적음-을 많이 놓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스 신화를 그린 회화는 성화에 비해 소박하게 작은 편이다.

 

 

베로네세, 헤라클레스와 세레스-데메테르-에게서 경의를 받는 베네치아 (1575)

베네치아의 화신이 영웅 헤라클레스와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로부터 경배를 받고 있다.

이곳은 신들의 공간인 천상의 올림포스일까.

 

 

파도바니노, 페르세포네의 납치 169x190cm (1615-1620) 세로*가로

지하세계에 사는 저승신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아내로 삼아버리고

신들의 중재로 시간의 반은 지하에서, 반은 지상에서 살게 된다.

페르세포네는 씨앗이고 그녀의 어머니는 데메테르다.

 

 

파도바니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164x119cm (1615-1620)

오르페우스는 독사에 물려죽은 아내를 찾아 저승으로 가 에우리디케를 구해내지만

지상으로 완전히 나올 때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금기를 어겨

결국 에우리디케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야기 속 금기는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다.

 

 

프란체스코 마페이, 메두사를 참수하는 페르세우스 130x160cm (1650代)

제우스와 다나에의 아들 페르세우스는 신탁 때문에 어머니 다나에와 함께 버려지고

옮겨간 도시 세리포스 왕의 계략에 맞서 메두사의 머리를 참수해 돌아온다.

페르세우스는 죽은 메두사 머리로 세리포스 왕을 돌로 변하게 하여 어머니를 구하지만

귀향한 아르고스에서 자기가 던진 원반에 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가 맞아 죽게 된다.

신화 속 금기는 반드시 깨지고 예언은 오차없이 부합한다.

 

 

잠바티스타 티에폴로/ (시계방향) 미다스의 심판, 디아나와 악타이온, 칼리스토와 디아나, 에우로페의 납치 / 각103-106x137-141cm (1720-1721)

아폴론은 태양의 신, 의술의 신, 음악의 신이다.

아폴론과 판의 악기 연주 겨루기에서 판의 손을 들어준 미다스는

분개한 아폴론에 의해 귀가 당나귀 귀로 변해버린다.

 

아르테미스-디아나-는 달과 사냥의 여신, 순결의 여신이다.

아르테미스의 나신을 본 악타이온은 사슴으로 변해 사냥개들의 사냥감이 되고,

제우스의 아들을 낳은 요정 칼리스토는 곰으로 변해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

칼리스토 모자는 하늘의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된다.

 

 

세바스티아노 리치, 판을 기리는 바쿠스 축제 99x114cm (1716) / 피카소, 춤추는 판 (1933)

바쿠스 축제일은 광란의 시간이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반인반수 판-하반신 짐승, 사티로스 비슷-이 어우러지면

너저분하고 어지러운 형국이 된다.

원작을 모티프 삼아 그린 피카소 그림과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프란체스코 주카렐리, 바쿠스 축제 68x97cm (1740-1750)

디오니소스는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소재거리다.

행실이 아슬아슬하면 삶은 뒤숭숭해지고 이야깃거리는 만발해진다.

 

 

프란체스코 주카렐리, 에우로페의 납치 143x208cm (1740–1750)

에우로파에게 반한 제우스는 흰 황소로 변신하여 에우로페를 등에 태우고 크레타섬으로 납치한다.

에우로페는 크레타의 여왕-또는 왕비-이 되고 세 아들을 낳는다. 

아들 미노스는 크레타 왕이 되고 아내 파시파에는 미노타우로스-머리는 소, 몸은 인간인 괴물-를 낳는다.

에우로페는 Europe이다.

 

 

안토니오 카노바, 파리스 (1807-1812)

파리스는 황금사과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건네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와 사랑에 빠져 트로이 전쟁의 불씨를 지피고 만다.

거품 같은 사랑에 목숨줄을 매다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