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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4월 11일 (목) : 로비니 가는 버스

오늘은 베네치아에서 크로아티아 로비니로 이동하는 날이다.

캐리어 들고 움직여야 하는 날에 비가 내리면 고단하고 곤란한데, 어제와는 달리 날이 좋아서 다행이다.

북엇국과 깻잎, 감자조림으로 든든히 한식을 챙겨먹고 커피와 사과까지 먹은 후 금세 짐을 꾸렸다. 

 

주먹의 다리

8시 50분, 맑고 따뜻한 아침을 맞으면서 '주먹의 다리'를 건너면 오래지 않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얼굴이 걸린 산바르나바 성당이 있다.

산바르나바 성당에선 르네상스형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발명품-다빈치 코덱스대로 만든-들이 상설인지 특별전인지 전시 중이라 한다.

 

산바르나바 광장과 산바르나바 성당(오른쪽)

오늘 아침 산책의 종착지인 아카데미아 다리는 가장 아름다운 대운하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목재 다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교에 나무를 덧댄 구조로, 유려한 아치와 난간 형태가 아주 멋스럽다.

 

아카데미아 바포레토 정류장
아카데미아 다리

1시간 가량의 산책을 마치며 빵집에 들러 카푸치노를 테이크아웃하고 점심으로 먹을 피스타치오크루아상과 프로슈토샌드위치를 구입했다.

오전 10시 20분, 아쉬움을 안은 채 셀프체크아웃을 한 후 600m거리의 로마 광장까지 천천히 도보로 이동했다.

 

베네치아에서 이스트라반도에 위치한 로비니까지는 대중교통으론 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다.

로비니행 플릭스버스는 베네치아 메스트레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타야 하는데, 베네치아엔 여러 번 왔지만 메스트레는 처음이다.

로마 광장에서 메스트레역까지는 2번 버스로 갈 수 있기에 티켓 머신에서 티켓을 구입한 후 2번 버스 승차장에 줄을 섰다.

그런데 직원인 듯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오늘이 일부 버스 파업일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노선과 시각표 아래 파업 공지가 붙어있다.

 

직원은 언제 올지 모르는 2번 버스 대신 6번을 타고 4정거장-정류장명도 알려줌- 이동 후 100m만 걸으면 메스트레역이라 알려주었다.

로마 광장에 금세 도착한 6번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렸는데 세상에,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메스트레역까지 600m가 넘는다.

애고, 이런 줄 알았으면 택시를 탔지. 시간 여유가 충분-1시간이상-했으니 다행이지 촉박했으면 낭패를 볼 뻔했다.

 

베네치아 로마광장 근처
아드리아해 : 플릭스버스 안

친절한 구글이 덕에 어렵지 않게 메스트레 기차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

기차역 안 벤치에서 점심 빵을 먹은 후엔 완전 깨끗한 역내 화장실-1유로-에도 다녀오면서 버스 탈 준비를 마쳤다.

우린 플릭스 정류장에서 도착 10분 전부터 버스를 기다렸으나 버스는 연착했고 예정보다 20분 늦은 12시 45분에 메스트레를 출발했다.

 

플릭스버스엔 승객이 그득하고 멀리 또 가까이에 아드리아해가 쭉 이어지더니 오후 3시, 항구도시 트리에스테에 다다랐다.

빈에 살던 2007년 가을 잠시 머물렀던 곳으로, 그땐 음울한 날씨 때문에 음산한 분위기였는데 이리 보니 항구도, 광장도 참 예쁘다.

트리에스테는 예전엔 오스트리아 영토였으나 1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땅이 되었고, 항구도시를 잃은 오스트리아는 내륙국가가 되었다.  

버스는 아드리아해를 낀 채 계속 달리고 이스트라 반도에서 두 번 더 멈춘 뒤 오후 5시 10분, 크로아티아 로비니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로비니 숙소 앞

자그마한 로비니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는 400m, 캐리어를 끌면서 10분쯤 걸렸을까.

약속 시간 맞춰 숙소 앞에 직원이 미리 기다리고 있다. 계단이 살짝 가파르지만 2층-우리식 3층-에 자리한 숙소가 넓고 밝다.

간단한 안내를 받고 대충 짐을 푼 다음, 얼른 밖으로 향했다. 바닷가 쪽에도 가보고 싶고 마트에도 가야 하니까 말이다.

 

발비스 아치
로비니 바닷가

예쁜 골목길을 걸어서 처음 간, 숙소 근처 마트는 너무 작고 품목이 적어서 바로 돌아나왔다.

그리고는 크로아티아의 흔한 마트 Konzum으로 향하는데, 가는 길에 만난 발비스아치와 바닷가 풍경이 멋지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됐을까. 미리 그 위치까지 제대로 알아온 Konzum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버스터미널과 구시가 오가는 길
공사장 앞 콘줌 : 이탈리아어와 크로아티어 병기된 표지판

구시가 길목인 발비스아치 근처가 분명했으나 구글맵도 헤매고 우리도 콘줌을 못 찾은 이유는 발비스아치 앞 드넓은 공사판 때문이었다.

공사장 가림막이 콘줌 입구를 완벽히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간판마저 없으니 더더욱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콘줌 앞 공사장 안내판엔 크로아티아어와 이탈리아어가 병기되어 있다. 로비니 안내 표지판은 두 언어의 병기가 흔하다.

많이 헤매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우린 우유, 주스, 사과, 치즈, 계란, 요거트, 호박, 라비올리, 푸딩, 과자, 맥주 등을 왕창 구입했다.

 

4시간 넘는 버스 이동이 좀 힘들었지만 로비니는 정말 원했던 여행지였기에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축배의 맥주를 즐기는 로비니에서의 첫 밤이 참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