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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4월 10일 (수) : 도르소두로 성당 순례

산타마르게리타 광장

여전히 살짝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고 이른 아침식사를 한 후 커피와 후식까지 잘 먹어주었다.

온 동네에 성당 종소리 울려퍼지는 8시, 우린 잠시 유튜브에 집중했다. 음, 오늘은 대한민국 선거일이니까.

 

산타마리아데이카르미니 성당
산타마리아데이카르미니 성당
산타마리아데이카르미니 성당

오늘 일정은 뭐 특별한 건 없다. 발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동네 구경을 할 예정이다.

9시 10분, 숙소를 나서서 먼저 들른 곳은 숙소에서 최단 거리 성당인 산타마리아데이카르미니-산타마리아델카르멜-성당이다.

여긴 어제 이미 눈인사를 나눈 멋진 곳인데, 어제는 몰랐던 꼭 봐야 할 그림이 있어서 다시 찾아왔다.

 

틴토레토, 아기 예수의 성전 봉헌 (1542)
로렌초 로토, 세례자 요한과 성루치아 사이의 성니콜라스 (1529)
치마 다 코넬리아노. 성카타리나,성엘레나,라파엘대천사,토비야,의뢰인 조반니칼보와 함께하는 탄생 (1509)

카르미니 성당에 들어서면 신랑과 측랑을 나누는 열주가 있고, 열주 위쪽과 측랑 채플엔 카톨릭 성화가 가득하다.

특히 측랑 채플엔 틴토레토, 로렌초 로토, 치마 디 콘넬리아노의 16세기 그림들이 선물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림 속엔 성모자는 물론 세례 요한과 성루치아, 어부들의 수호성인 성니콜라스, 쇠칼퀴바퀴를 밟고 있는 성카타리나, 치유의 라파엘 대천사,

물고기를 든 토비야 등 많은 에피소드를 자아낸 인물들이 등장한다.  

 

산세바스티안 성당
산세바스티안 성당
산세바스티안

마음 닿는 대로 걷다가 눈에 띈 건축물은 산세바스티안 성당이다.

유럽 성당의 명칭은 성모마리아나 카톨릭 성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 성당은 로마 병사로 순교한, 화살 맞는 몸짱 산세바스티안의 이름을 딴 성당이니 그와 관련 그림이나 조형물이 많을 터.

아쉽게도 출입문은 잠겨있으나 성당 꼭대기 중앙과 성당 앞 벽면에서 산세바스티안 조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성히에로니무스
호텔 앞 보트 승선장
베네치아 택배 보트

산세바스티안성당 정문 기둥엔 황야의 은둔자이자 히브리어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한 성히에로니무스 부조가 있다.

저 너머 보트엔 택배 물품이 빼곡하고, 흐린 하늘에선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진다.

 

라파엘대천사 성당
라파엘 대천사와 토비야

오, 이곳의 명칭은 라파엘. 성서 속 대천사들 중 하나인 라파엘 대천사로 이름 삼은 성당이다.

출입문 페디먼트 위의 라파엘 대천사와 물고기를 든 토비야 조각상은 이 건축물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내부엔 최후의 만찬 회화, 라파엘과 토비야 조각상들, 라파엘대천사 모자이크화, 라파엘과 토비야 그림 등으로 가득차 있다. 

 

최후의 만찬
라파엘 대천사와 토비아
라파엘 대천사 : 치유의 천사

하늘은 내내 밝은 빛깔을 찾지 못하고 있고, 우린 코나드에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귀가 목적은 선거 개표 방송. 유튜브로 방송을 시청하면서 뇨끼 넣은 오동통면으로 점심을 챙겼다.

그리고는, 아침에 로비니 숙소 호스트 메시지에 대한 답장을 했는데 다시 호스트가 메시지를 보내와서 한번 더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바깥엔 비가 오락가락하고, 투표도 안한 채 남의 나라로 날아온 우린 개표 방송에 더욱 열중하고 있다.

 

곤돌라 조선소

오후 4시 40분, 방송을 잠시 끊고 밖으로 향한 곳은 베네치아에만 있는 곤돌라 조선소다.

4만 유로 훌쩍 넘어-2019년 기준-가는 길이 11m, 폭 1,4m의 곤돌라는 여러 장인의 손을 거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1대의 곤돌라는 4명의 곤돌리에가 시간을 배분하여 운영하며 현재 베네치아에는 400여명의 곤돌리에가 있다.

 

바다 건너 주데카 : 왼쪽 돔은 레덴토레 성당
주데카

곤돌라 조선소에서 좁은 운하의 다리를 하나 건너면 운하 아닌 바다 저편에 주데카섬이 자리해 있다.

Zattere 선착장에서 보이는, 주데카 레덴토레 성당 근처엔 다른 곳을 여행한 후 돌아와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근사한 숙소가 있다.

우린 그때 주데카섬 카페와 레스토랑의 야외 좌석에 앉아서 널푸른 바다를 바라볼 예정이다. 

 

산타마리아델로사리오 성당
잠바티스타 티에폴로, 천장화 (1737-39)

오늘의 마지막 성당은 Zattere 정류장 딱 바로 앞에 자리잡은 산타마리아델로사리오 성당이다.

부지런히 다작을 한 틴토레토의 그림도 늘 그렇듯 너무 좋았고, 티에폴로의 천장화와 피아제타의 회화도 인상적이었다.

 

틴토레토,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1555-1560)
잠바티스타 피아제타, 성도메니코 (1743)

늦은 오후에 1시간반쯤 산책을 했나 보다. 빗방울은 약간 보였으나 스산하거나 춥지는 않다.

나흘 전에도 테이크아웃했던 산타마르게리타광장 피자가게에서 참치 양파 그리고 부팔라-모차렐라-피자를 1판씩 포장해 왔다.

나폴리식 피자와는 확연히 다른 맛인데 이탈리아 북부 피자도 중독성 있게 맛있다.

 

산타마르게리타 광장

2% 아쉬운 선거 결과를 시청하면서 먹는 피맥은 진리다.

세상을 팔고 국민을 팔고 나라마저 팔아도, 세뇌되어 판단력 없거나 탐욕덩어리인 콘크리트는 굳건하고 견고하다.

오락가락 물컹거리지 말고 비겁한 언론에 놀아나지만 않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늘어나면 빛이 보일까.

열이틀 후 다시 올 베네치아의 애틋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