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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4월 17일 (수) : 로비니, 디어마이프렌즈

구시가와 버스터미널 오가는 길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우리 강아지 소리처럼 들리는 아침, 녀석이 꽤나 보고 싶은가 보다.

대구해물조림과 아직도 남아있는 깻잎, 진미채 그리고 로비니표 샐러드까지, 아주 푸짐한 아침식사를 했다.

 

아스트라반도 아드리아해의 흑조(?)
구시가 남동쪽 바다

10시, 로비니 버스터미널 앞을 지나 구시가 남동쪽 바다로 나갔다.

매일 보아도, 자꾸 보아도 처음 본 듯 아름답고 눈부신 바다 광경이 시야에 담긴다. 

내일이면 아니 모레면 그리워질 바다. 햇살은 뜨겁지만 어제처럼 바다 바람이 꽤 강하다.

 

이쪽 바다와 이어진 골목길엔 처음 들어와 보았다. 

여긴 더 호젓한 분위기. 오전인데도 바람 타고 장작 태우는 향이 날아온다.

골목을 걷다가 다른 길로 들어서고 또 다른 길로 돌아나오니 숙소 근처 넓은 도로에 이른다.

이렇듯 길은 늘 다른 길로 뻗어 연결되고 우리 삶의 여정도 항상 이어져 지속되나 보다.

 

와, 낮 기온 18도인 오늘 로비니 날씨는 정말 빈틈없이 환상적이다. 

쭉 애용하고 있는 빵집 Mlinar에서 애플파이, 감자파이, 크루아상을 사들고 11시반, 숙소로 들어간다.

하루에도 여러 번 들락거리는 로비니 숙소 위치는 로비니 날씨보다 더 환상적이고, 우유와 함께 먹는 빵-특히 감자파이-도 환상적이다. 

 

화창한 오후 4시, 다시 밖이다. 

중고생들이 현장학습 중인지 무리지어 이리저리 오가고 있다.

로비니에서 중고생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은 아닌데, 독특하게도 아이들의 머리스타일이 다 획일적이다.

남학생은 모두 짧은 스포츠형 머리-우리나라 1960-70년대 같은-이고 여학생은 길이만 조금씩 다를 뿐 다들 긴 생머리였다.

열 살 내외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지역교육청이나 학교에 일률적인 두발 규정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우린 로비니를 떠날 날이 코앞이고, 이스트라 반도엔 여행 성수기가 시작되려나 보다.

한국 패키지 2팀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 단체 여행객들도 하루이틀 새 부쩍 많아진 것 같다.

어느 카페의 도열된 야외 테이블에선 한국어가 끝없이 들린다.

 

발로타 해변

로비니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어제 갔던 발로타 해변엘 또 간다.

어제 성업 중이었던 카페가 오늘 마침 휴일이라, 어제와는 다른 방향-카페 자리-에서 음각 아치를 볼 수 있었다.

파도는 강한 편이나 눈앞에 비치는 아드리아해가 온전히 두 팔에 안기는 듯하니 정말 너무너무 좋다.

 

발로타 해변 옆
발로타 해변 옆

내일 떠날 로비니에서 다시 가봐야 할 곳은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촬영지 골목길이다.

'디어마이프렌즈'는 2번을 시청했는데 매번 시청 소감과 생각이 달랐고, 볼 때마다 다른 감상문이 나올 명작이다.

며칠 전 처음 이 골목을 발견했을 때보다 더 오래 머무르면서, 우린 완이 되고 연하가 되어 드라마 속으로 들어갔다.

 

디어마이프렌즈 촬영지

디마프 골목에서 돌아서서 가다보니 그리스신화 속 헤르메스가 등장했다.

건물 벽면에 헤르메스가 새겨진 동판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 영업집-게스트하우스였나- 이름에도 헤르메스가 들어있었다.

 

헤르메스

우리 머리 위는 쨍한 스카이블루지만, 먼 하늘 저편엔 잿빛 구름이 출렁인다. 

어디선가 제우스나 포세이돈이 나타나 하늘과 바다에 신적인 힘을 쏟아도 이상하지 않은 모양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갈매기떼는 오묘히 비상하는 중이다.

 

오후 6시, 토마토소스와 미니모차렐라를 듬뿍 넣은 라비올리 그리고 올리브와 볶음김치가 저녁 메뉴다.

덜 마른 빨래를 성능 좋은 이동식 히터에 올려 바싹 말리면서 내일 로비니와 베네치아, 비첸차 날씨를 체크했다.

7박 머무는 로비니에서의 마지막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