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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베니스·로비니·비첸차

4월 24일 (수) : 끝 그리고 시작

오전 5시, 알람이 울린다.

여행 시작과 끝에 열흘간 머문 베네치아를 떠나 귀국행 항공기를 타는 날이다.

창밖엔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고 마음엔 깊은 아쉬움이 출렁이고 있다.

어제 챙겨둔 짐을 재확인하고 떠날 준비를 한 후 오전 6시 20분, 예정보다 이른 셀프체크아웃을 했다. 

 

베네치아 주데카의 Redentore 바포레토 정류장

우리는 Redentore 정류장에서 6시 34분에 떠나는 2번 바포레토를 타고 로마광장까지 간다.

이 새벽, 바포레토 정류장엔 수상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4명이나 더 있다. 

정류장마다 한두 명씩 승선하더니 로마광장 직전 Tronchotto 정류장에선 출근하는 사람들인지 10명 넘게 배에서 내린다. 

 

2번 바포레토
로마광장 정류장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

30분 걸려 로마광장에 도착하자 가늘었던 빗방울은 거친 빗발이 되어있다.

로마광장에서 7시 20분에 출발한 ATVO공항버스는 20분 후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에 다다랐고 카운터가 뜨자마자 금세 체크인 완료다.

베네치아 공항의 패스트트랙 라인에 합류하여 보안 검색까지 후딱 마친 후 공항 라운지로 입장했다.

 

베네치아 공항 라운지
베네치아 공항 라운지
베네치아 공항 라운지

2충에 자리한 라운지로 들어가니 2019년 2월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은 많으나 어수선하지는 않았고 우린 2019년처럼 화분과 나무로 둘러싸인 안쪽 자리를 차지했다.

 

요거트와 과일은 먹을만했으나, 배가 고팠음에도  빵 종류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맛이 없었다.

게다가 예전과는 달리 음료와 커피는 직원이 별도로 주문을 받아 일일이 냉장고에서 꺼내고 커피머신에서 추출해서 건네주었다.

그러다보니 셀프서비스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렸고 그 앞엔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런 방법이라면 인건비가 더 들텐데,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귀찮고 고단하게 만드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베네치아 공항 라운지
베네치아 공항 라운지
베네치아 공항

라운지 안쪽 자리에서 바다 옆 활주로와 항공기가 잘 보이는 좌석으로 옮겼다.

그런데, 9시반이 넘어도 화면엔 탑승할 게이트가 미정이다. 이메일을 확인하니 몇 시간 전 이미 공지된 탑승구. 

오전 10시, 화면에도 탑승구가 안내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가장 정중앙에 위치한 게이트다.

 

프랑크푸르트행 기내식
프랑크푸르트행 기내식 후 초콜릿
프랑크푸르트

만석인 프랑크푸르트행 항공기는 10시 50분, 정시에 출발한다.

출발한 항공기 창밖으론 베네치아 본섬이 펼쳐지고, 약간의 난기류가 있긴 했지만 프푸 공항에 정시 도착했다.

거대한 프푸 공항 1터미널엔 A~E와 Z Gate가 있고, 우린 탑승구가 있는 Z Gate쪽으로 움직였다.

EU 마지막 국가라 이곳에서 출국심사를 하게 되는데, 출국마저 자동심사가 안되니 참 피곤한 공항이다.

 

프랑크푸르트 루프트한자 비즈니스라운지
프랑크푸르트 루프트한자 비즈니스라운지
프랑크푸르트 루프트한자 비즈니스라운지

면세점에 들러 프랑켄와인을 구입한 후, Z Gate 근처 루프트한자 비즈니스 라운지에 입장했다.

인천행 항공기 탑승구 근처라 한국인이 유난히 많았는데, 우린 조용한 구석에 앉아 시금치수프, 마끼아또, 푸딩을 먹었다.

오후 2시 50분 넘어 탑승이 시작되었으나 안내방송은 소리가 작아 들리지 않았고 탑승구 앞 모니터엔 탑승 순서 안내가 오락가락한다.

답답한 일 처리 때문에 짜증이 났으나 그냥 아예 천천히 늦게 탑승하는 방법을 택했다.

 

웰컴드링크
첫번째 기내식 전 음료

모니터 안내대로 비즈니스클래스쪽 게이트 입구로 들어가 위층으로 오르니 좌석마다 이미 탑승객들이 가득하다.

루프트한자 747-8기 2층엔 2-2열 구조로 비즈니스석만 배치되어 있고, 2-2-2 배열 아래층보다 좌석이 적어 여유로운 분위기다.

탑승하자마자 견과와 함께 남편은 로제와인, 난 스파클링와인을 웰컴드링크로 받았다.

 

첫번째 기내식 전식
첫번째 기내식 본식
첫번째 기내식 후식

탑승한지 1시간이 지나면서 첫번째 기내식이 서빙되었다.

남편은 화이트와인, 난 맥주를 음료로 골랐고 메인음식으로는 둘 다 비빔밥을 선택했다.

비빔밥의 고추장은 단맛이 조금 부족했고 미역이 별로 없는 미역국은 꽤 싱거웠다. 비빔밥은 역시 국적기가 최고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으나 나는 과일을, 남편은 케이크를 후식으로 먹었다.

 

10년 넘은 오래된 영화 '어바웃타임'을 한국어더빙-어색-으로 시청한 후 잠을 청했다.

풀플랫 자리라 해도 폭이 좁아 뒤척이다보니 완전히 숙면하진 못했고 게다가 뒤쪽에서 아련히 들리는 지속적인 말소리-알고보니

남들은 다 조용히 자는데 계속 와인을 마시면서 얘기하는 한국인 2명-에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귀마개를 쓸 타이밍이었는데, 잠에 취한 상황이라 대처 없이 그렇게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두번째 기내식
루프트한자 747-8 위층

서울 시각 기준 4월 25일 오전 7시, 완전히 잠에서 깨었다.

풀플랫 자리를 좌석으로 만들고, 8시반 아침식사로 스크램블에그를 청했다.

좌석 폭이 좁으니 어쩌니 해도 비즈니스석은 역시 비즈니스석, 잘 쉬고 잘 자면서 인천공항에 안착했다.

 

봄 여행은 행복하게 또 무사히 끝났다.

다시 날아오를 날까지 긴 기다림이 필요친 않다. 곧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