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빈 서쪽 16구에 있는 호텔을 떠나 동쪽 3구에 있는 아파트로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게다가 그제와 어제, 이틀동안 덥지 않았던 날씨가 오늘부터는 32도 이상의 기온이 예보된 터라 이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전 7시, 문 열자마자 조식당에 들어오니 매우 한적하다.
멋진 분위기의 공간에서 메뉴를 고르고 커피를 내리 마시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우리는 유럽 호텔 조식을 꽤 좋아하지만,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을 선호하다보니 호텔보다는 아파트에 숙박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가끔씩 이렇게 호텔에 머물 경우 대부분 조식 포함으로 예약하는데, 이곳 조식도 아주 근사하다.



식당 실내 공간과 테라스 사이에 마련된 알파룸 같은 공간에 앉았다.
겉바속촉의 정석인 하드롤-어제는 쎔멜, 오늘은 곡물빵-에 버터를 바르고 치즈와 야채를 넣으면 단정한 아침 샌드위치 완성이다.
그리울 거야, 빌헬름넨베르크 슐로스 호텔 조식당의 정취 그리고 조식 메뉴들까지 모두.


캐리어를 다 꾸려놓은 8시반, 맑고 화창한 하늘 아래 아직은 덥지 않은 길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또 지하철을 타고 U3 Volkatheater폭스테아터역에 내려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작년 초에 재오픈한,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의회의사당-으로 향했다.


오스트리아 정치의 중심지인 국회의사당은 1883년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건립되었고 세계대전으로 일부가 파괴된 후 복원되었다.
건축물의 페디먼트 위엔 승리의 여신 니케가, 그 앞엔 정의로운 전쟁의 여신이자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가 서 있다.



국회의사당에 오르는 경사진 길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로마사'에 로마 건국신화와 로마 공화정 및 제정 초기의 역사를 쓴 리비우스, '역사'를 통해 네로 황제 사후 정치적 혼돈 시기인 네 황제시대
이야기를 써내려간 타키투스, 그리스 역사가로 페르시아 전쟁을 조명한 '역사'를 집필한 헤로도투스.
그리고, 스토리텔링 넘치는 역사가인 폴리비우스(BC200~BC118)도 있다.
그리스 귀족 출신인 폴리비우스는 로마의 노예로, 17년 동안 훗날 2차 포에니 전쟁의 영웅이 된 스키피오의 가정교사로 일했다.
그리스 철학, 문학, 법학 등을 추존했던 로마인들은 멸망한 그리스 출신 학자나 귀족들을 비록 노예지만 가정교사로 활용했다고 한다.
스키피오의 가정교사에 이어 군사 자문 역할을 했던 폴리비우스는 저서 '역사'를 통해 로마 공화정시대의 권력 투쟁과 카르타고-포에니-
전쟁을 3차까지 생생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건물 양 날개 쪽엔 벽체 기둥이 장식되어 있고 건물 중앙엔 코린트 양식의 대형 대리석 기둥이 세워져 있다.
건물 중앙 안쪽 벽면 프리즈 전체에는 신화 속 여신과 천사, 인물들을 화려하게 묘사하여 호화로움을 더했다.


국회의사당 뒤쪽으로는 처음 걸음했는데, 의사당 건물 뒤태가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의사당 뒤 저편 멀리엔 시청사 첨탑이 푸른 하늘을 향하고 의사당 맞은편엔 거대한 법원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중정 품은 빈 시청사 앞 광장에선 여름엔 늘상 그러하듯 '필름페스티벌'이 한창이다.



확실히 어제보다 더운 날, 트램과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전 11시 40분 체크아웃-정오까지-을 했고 다음 숙소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호텔 리셉션에 캐리어와 백팩을 맡겼다.



점심식사를 하러 U3 Neubaugasse노이바우가쎄역에 내렸다.
쇼핑가인 마리아힐퍼슈트라쎄에 자리한 중식당에 온 이유는 쌀을 먹은지 이틀이 지나 밥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새우볶음밥과 새우볶음우동을 주문하니 시원한 수박이 같이 서빙되었고, 착한 가격에 아주 맛있다.
내가 빈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트인 Eurospar로 가는 중 거리에서 율리우스마이늘 아이스커피를 나눠주니 받아들고,
유로스파-오이로슈파-를 구경한 후, 의류와 가방을 판매하는 대형 편집샵에서 좀처럼 하지 않는 아이쇼핑을 했다.
마리아힐퍼슈트라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호텔로 되돌아와 맡겨둔 캐리어를 찾아 다음 숙소로 이동한다.
어느 새 뜨거워진 날씨, 새 숙소도 호텔처럼 U3이라 지하철은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물론 빈 지하철은 환승 거리가 짧고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갖춰져 있어서 캐리어가 있어도 이동이 편리하고 쉽다.
오래지 않아 도착한, 셀프체크인 한 새 숙소는 깨끗하고 정돈된 아파트였는데 세상에나, 냉장고에 냉동칸이 없다.
주방 상부장에 얼음트레이가 있는 걸 보니 처음부터 냉동칸이 없던 건 아니고, 고장이 났거나 다른 이유로 떼어낸 것 같았다.


오후 6시, 장바구니2개와 백팩까지 가져가 Spar에서 12+12행사 중인 오타크링거를 비롯하여 식료품을 신나게 구입했다.
유쾌하게도 건물 입구나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를 건네는 아파트 주민들, 우리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 저녁 메뉴는 오타크링거맥주와 구운 치즈소시지, 감자샐러드, 까망베르튀김이다.
호텔 생활을 청산하고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니 진짜 빈에 온 것 같다.
비록 냉장고에 얼음은 없어도 빈에서의 남은 열두날들 잘 지내기를 바라며.
'표류 > 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30일 (금) : 이승의 끝, 상트막스 (0) | 2025.01.20 |
---|---|
8월 29일 (목) : 처음 만난 빈 뮤지엄 (0) | 2025.01.18 |
8월 27일 (화) : 빈의 구시가 성당 (0) | 2025.01.14 |
8월 26일 (월) : 빈 빌헬름넨베르크 궁전 (0) | 2025.01.14 |
8월 25일 (일) : 산타막달레나 가는 걸음 (1) | 202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