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시원한 숙면을 취한 아침. 최저 기온은 17도, 최고 32도로 예보된 날이다.
오스트리아 전통빵인 셈멜과 검은빵, 치즈, 크림치즈에 요거트를 곁들이면 평화롭고 편안한 아침식사가 마련된다.
9월 첫날이자 첫 일요일인 오늘은 빈 시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박물관에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https://www.wienmuseum.at/locations
https://www.wienmuseum.at/visitor_information
그중 최고는 Lainzer Tiergarten에 있는 Hermesvilla로, 다시 가고 싶으나 볕 아래 한참 걸어야 하기에 요즘 같은 날엔 무리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뮤지엄데이 일정은 오토바그너 Hofpavillion Hietzing, 요한슈트라우스 아파트 그리고 시계 박물관이다.
오전 8시반, 뮤지엄데이를 즐기기 전에 먼저 가야 할 곳은 카페 돔마이어다.
요한슈트라우스 2세가 첫 공연을 했던 무도회장 돔마이어를 이전한 곳으로, 원래 돔마이어는 쉔브룬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U4 쉔브룬 다음 역인 히칭 Hiezting역으로부터 10여분을 걷거나 Dommayergasse 가는 트램을 타면 돔마이어 카페에 갈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체인 카페 Oberlaa에서 운영하고 있으나 빈 시민들에게 상징성이 큰 '카페 돔마이어'라는 이름은 그대로다.
카페 실내 공간을 지나 뒤쪽의 정원에 앉았고 남편은 멜랑쉬, 난 아인슈패너 그리고 아펠슈트루델-사과파이-을 주문했다.
청명한 아침, 일요일이라 돔마이어엔 가족 단위로 아침식사를 하러 온 시민들이 많았다.
카페 돔마이어에서 40여분을 머문 후 오전 10시, 트램을 타고 오토 바그너가 만든 히칭역 Hofpavillion Hietzin에 다다랐다.
2년 전엔 시간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한 호프파빌리온은 황제를 위한 철도 대기 장소로, 유겐트슈틸-아르누보-양식의 건축물이다.
빈에는 1898년 도시철도가 개통되었고 건축가 오토 바그너는 철도역은 물론 쉔브룬 근처의 히칭에 황실 대기실도 설계했다.
화려한 외관의 호프파빌리온은 1899년에 완공되었고,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황실 대기실 내부는 필로덴드론-관엽식물류-
모티브가 있는 벽면과 카펫, 예술적인 가드가 달린 벽난로, 마호가니 패널로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다.
평소 도시 철도를 이용하지 않았던 프란츠 요셉 황제는 이곳을 단 2번 사용하였다고 한다.
파빌리온 입구에 나이 지긋한 직원이 앉아있고 입장해도 된다는 눈짓을 한다.
오, 아무도 없다. 넓지는 않으나 황제와 황실을 위한 곳이니 충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지하철로 이동한 다음 장소는 U1 Nestryplatz네스트로이플라츠역 바로 옆에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이다.
아파트 건물 앞에는 야외 카페가 있고, 도시 곳곳에 아주 잘 갖춰진 자전거 도로가 여기도 전형적인 모습으로 뻗어 있다.
요한슈트라우스2세 아파트에 입장하기 위해선 0층 공동출입문 옆 벽면에 있는, 요한슈트라우스라 쓰인 별도의 벨을 누른 후
출입문이 열리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1층으로 오르면 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1860년대 Praterstrasse에 있는 이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한다.
호프파빌리온과는 달리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엔 관람객이 상당히 많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옛 생활 공간에는 작곡가의 삶과 작품에 대해 다채롭게 설명하고 있으며 왈츠 왕으로서의 악보 및 자료,
소장 물품 및 초상화, 데스마스크 외에도 그의 개인 소유였던 뵈젠도르퍼 피아노와 아마티 바이올린와 오르간도 전시되어 있다.
전시 자료 중 돔마이어 관련 그림과 설명이 있다.
페르디난트 돔마이어는 1833년 쉔브룬 근처 히칭에 돔마이어 무도회장-1907년 철거-을 열었고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아들인
요한 2세는 1844년 10월 15일, 이곳에서 매우 성공적인 데뷔 공연을 하였다고 적혀 있다.
아버지의 반대를 딛고 이루어낸 공연이었고 이후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빈 최고의 악단으로 성장하게 된다.
빈 2구에 위치한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를 나와 빈 구시가인 1구, 시계 박물관으로 움직였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시계 컬렉션인 시계박물관은 1917년에 설립되었고, 15세기부터 근대까지의 시계를 전시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의 3개층에 걸쳐서 조성된 시계박물관은 볼거리는 꽤 있었으나 너무 더웠다.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도 조금 더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박물관은 크지 않은 각각의 전시실이 일렬로 이어진 형태라
정말 말도 못하게 더워서 30분도 채 머무르지 못하고 탈출해야 했다. 우리가 만든 지구온난화는 결국 우리를 잡는다.
시계박물관을 나와서 그 앞 그늘 벤치에 앉아있으니, 습도 낮고 온도 낮은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암호프를 지나고 카페 첸트랄을 지나 U3 Herrengasse헤렌가쎄에서 지하철에 승차했고 오후 1시 20분, 숙소로 돌아왔다.
돔마이어에 가고 뮤지엄데이 챙기느라 이른 아침부터 돌아다녔더니 체력 소진, 라면과 납복으로 힘을 비축한 후 잠시 오수에 빠졌다.
오후 6시, 오가며 매일 보았던 숙소 근처 피자리아로 간다.
에어컨 없는 홀은 더워서 마르게리타와 토노피자를 포장해 왔는데, 도우가 쫄깃쫄깃했던 이틀전 피자와는 달리 쫄깃하면서도 바삭하다.
두 곳 다 이탈리아 아저씨가 만드는 피자인데, 특히 오늘 피자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다.
오후 7시 40분, 예정대로 구시가로 밤 마실을 간다.
U3로 환승하지 않고 Volkstheater폭스테아터역에 내리면 국회의사당 앞이고 바로 시청사로 연결된다.
오페라 '투란도트'를 상영하는 오늘은 2개월 넘게 이어진 필름페스티벌이 끝나는 날로, 상영 전인데도 객석은 거의 만석이다.
시청사 광장의 왼편에 앉아서 광고부터 시작되는 화면을 응시한다.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공연을 녹화한 '투란도트'는 성악가들의 노래는 매우 뛰어나고 훌륭했으나,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하고 밋밋한 무대와 지나치게 현대적인 의상은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게다가 관람한 지 1시간이 넘어가자 아직 가시지 않은 밤 더위와 점점 심해지는 갈증으로 인해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많이 알려진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아무도 잠들지 말라-'까지라도 보려 했으나 더 버틸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숙소 가는 길, 졸리고 고단하다.
예전이라면 가을의 시작인 9월 첫날이 이렇듯 지나고 있다.
'표류 > 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3일 (화) : 새로운 올드시티 (1) | 2025.01.28 |
---|---|
9월 2일 (월) : 휴식하는 날 (0) | 2025.01.24 |
8월 31일 (토) : 구시가 거니는 즐거움 (0) | 2025.01.22 |
8월 30일 (금) : 이승의 끝, 상트막스 (0) | 2025.01.20 |
8월 29일 (목) : 처음 만난 빈 뮤지엄 (0) | 2025.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