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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9월 1일 (일) : 첫 일요일, 뮤지엄데이

U4 Hiezting역

오랜 만에 시원한 숙면을 취한 아침. 최저 기온은 17도, 최고 32도로 예보된 날이다.

오스트리아 전통빵인 셈멜과 검은빵, 치즈, 크림치즈에 요거트를 곁들이면 평화롭고 편안한 아침식사가 마련된다.

 

9월 첫날이자 첫 일요일인 오늘은 빈 시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박물관에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https://www.wienmuseum.at/locations

https://www.wienmuseum.at/visitor_information

그중 최고는 Lainzer Tiergarten에 있는 Hermesvilla로, 다시 가고 싶으나 볕 아래 한참 걸어야 하기에 요즘 같은 날엔 무리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뮤지엄데이 일정은 오토바그너 Hofpavillion Hietzing, 요한슈트라우스 아파트 그리고 시계 박물관이다.

 

카페 돔마이어 Dommayer

오전 8시반, 뮤지엄데이를 즐기기 전에 먼저 가야 할 곳은 카페 돔마이어다.

요한슈트라우스 2세가 첫 공연을 했던 무도회장 돔마이어를 이전한 곳으로, 원래 돔마이어는 쉔브룬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U4 쉔브룬 다음 역인 히칭 Hiezting역으로부터 10여분을 걷거나  Dommayergasse 가는 트램을 타면 돔마이어 카페에 갈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체인 카페 Oberlaa에서 운영하고 있으나 빈 시민들에게 상징성이 큰 '카페 돔마이어'라는 이름은 그대로다. 

카페 실내 공간을 지나 뒤쪽의 정원에 앉았고 남편은 멜랑쉬, 난 아인슈패너 그리고 아펠슈트루델-사과파이-을 주문했다.

청명한 아침, 일요일이라 돔마이어엔 가족 단위로 아침식사를 하러 온 시민들이 많았다.

 

신형 트램 (최신형X)
Otto Wagner Hofpavillion Hietzing

카페 돔마이어에서 40여분을 머문 후 오전 10시, 트램을 타고 오토 바그너가 만든 히칭역 Hofpavillion Hietzin에 다다랐다.

2년 전엔 시간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한 호프파빌리온은 황제를 위한 철도 대기 장소로, 유겐트슈틸-아르누보-양식의 건축물이다.

 

빈에는 1898년 도시철도가 개통되었고 건축가 오토 바그너는 철도역은 물론 쉔브룬 근처의 히칭에 황실 대기실도 설계했다.

화려한 외관의 호프파빌리온은 1899년에 완공되었고,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황실 대기실 내부는 필로덴드론-관엽식물류-

모티브가 있는 벽면과 카펫, 예술적인 가드가 달린 벽난로, 마호가니 패널로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다.

평소 도시 철도를 이용하지 않았던 프란츠 요셉 황제는 이곳을 단 2번 사용하였다고 한다.

 

Otto Wagner Hofpavillion Hietzing

파빌리온 입구에 나이 지긋한 직원이 앉아있고 입장해도 된다는 눈짓을 한다.

오, 아무도 없다. 넓지는 않으나 황제와 황실을 위한 곳이니 충분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잘 구비된 빈의 자전거도로
Johann Strauss아파트 건물
Johann Strauss아파트 입구

지하철로 이동한 다음 장소는 U1 Nestryplatz네스트로이플라츠역 바로 옆에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이다.

아파트 건물 앞에는 야외 카페가 있고, 도시 곳곳에 아주 잘 갖춰진 자전거 도로가 여기도 전형적인 모습으로 뻗어 있다.

요한슈트라우스2세 아파트에 입장하기 위해선 0층 공동출입문 옆 벽면에 있는, 요한슈트라우스라 쓰인 별도의 벨을 누른 후

출입문이 열리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1층으로 오르면 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1860년대 Praterstrasse에 있는 이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운데)와 어머니 마리아 안나 슈트라우스(오른쪽)

호프파빌리온과는 달리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엔 관람객이 상당히 많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옛 생활 공간에는 작곡가의 삶과 작품에 대해 다채롭게 설명하고 있으며 왈츠 왕으로서의 악보 및 자료,

소장 물품 및 초상화, 데스마스크 외에도 그의 개인 소유였던 뵈젠도르퍼 피아노와 아마티 바이올린와 오르간도 전시되어 있다.

 

Johann Strauss 아파트 : 돔마이어

전시 자료 중 돔마이어 관련 그림과 설명이 있다.

페르디난트 돔마이어는 1833년 쉔브룬 근처 히칭에 돔마이어 무도회장-1907년 철거-을 열었고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아들인

요한 2세는 1844년 10월 15일, 이곳에서 매우 성공적인 데뷔 공연을 하였다고 적혀 있다.

아버지의 반대를 딛고 이루어낸 공연이었고 이후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빈 최고의 악단으로 성장하게 된다.

 

시계박물관
해시계, 1554년 : 성슈테판성당 남탑
천문시계, 1563

빈 2구에 위치한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를 나와 빈 구시가인 1구, 시계 박물관으로 움직였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시계 컬렉션인 시계박물관은 1917년에 설립되었고, 15세기부터 근대까지의 시계를 전시하고 있다.

 

시계 박물관

오래된 건물의 3개층에 걸쳐서 조성된 시계박물관은 볼거리는 꽤 있었으나 너무 더웠다.

요한 슈트라우스 아파트도 조금 더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박물관은 크지 않은 각각의 전시실이 일렬로 이어진 형태라

정말 말도 못하게 더워서 30분도 채 머무르지 못하고 탈출해야 했다. 우리가 만든 지구온난화는 결국 우리를 잡는다.

시계박물관을 나와서 그 앞 그늘 벤치에 앉아있으니, 습도 낮고 온도 낮은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시계박물관 앞
Am Hof
카페 첸트랄 Central 앞

암호프를 지나고 카페 첸트랄을 지나 U3 Herrengasse헤렌가쎄에서 지하철에 승차했고 오후 1시 20분, 숙소로 돌아왔다.

돔마이어에 가고 뮤지엄데이 챙기느라 이른 아침부터 돌아다녔더니 체력 소진, 라면과 납복으로 힘을 비축한 후 잠시 오수에 빠졌다.

 

오후 6시, 오가며 매일 보았던 숙소 근처 피자리아로 간다.

에어컨 없는 홀은 더워서 마르게리타와 토노피자를 포장해 왔는데, 도우가 쫄깃쫄깃했던 이틀전 피자와는 달리 쫄깃하면서도 바삭하다.

두 곳 다 이탈리아 아저씨가 만드는 피자인데, 특히 오늘 피자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다.

 

국회의사당(의회의사당)
시청사 앞

오후 7시 40분, 예정대로 구시가로 밤 마실을 간다.

U3로 환승하지 않고 Volkstheater폭스테아터역에 내리면 국회의사당 앞이고 바로 시청사로 연결된다.

오페라 '투란도트'를 상영하는 오늘은 2개월 넘게 이어진 필름페스티벌이 끝나는 날로, 상영 전인데도 객석은 거의 만석이다.

 

필름페스티벌 : 투란도트
시청사 앞 광장 : 필름페스티벌

시청사 광장의 왼편에 앉아서 광고부터 시작되는 화면을 응시한다.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공연을 녹화한 '투란도트'는 성악가들의 노래는 매우 뛰어나고 훌륭했으나,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하고 밋밋한 무대와 지나치게 현대적인 의상은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게다가 관람한 지 1시간이 넘어가자 아직 가시지 않은 밤 더위와 점점 심해지는 갈증으로 인해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많이 알려진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아무도 잠들지 말라-'까지라도 보려 했으나 더 버틸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숙소 가는 길, 졸리고 고단하다.

예전이라면 가을의 시작인 9월 첫날이 이렇듯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