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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9월 3일 (화) : 새로운 올드시티

새벽 3시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가 다시 잠들어 7시반에 기상한 아침, 간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오전 8시, 냉장고의 반찬을 다 털어 식사를 한 후 9시반, U3에 올라 Volkstheater폭스테아터역에서 하차했다.

 

마리아테레지아 광장
자연사박물관
신왕궁 문

링슈트라쎄 옆 미술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마주보고 있는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으로 향한다.

동일한 형태와 양식의 두 박물관 앞 도로-링슈트라쎄-는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가 항상 줄지어 있는 곳이다.

 

빈의 링슈트라쎄-링 거리-는 전체 길이가 5.3km이다.

성벽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구시가를 둘러싼 팔각형-한쪽이 찌그러진 형태-의 넓은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1867년이고

Ringstrasse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이전 시대의 다양한 건축 양식-고딕,르네상스,바로크 등-으로 건립되었는데 이를 역사주의라 한다.

186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 이르는 역사주의 시대에 거장급 건축가들에 의해 건축된 국립오페라하우스, 의회의사당, 신시청사,

부르크극장, MAK, 빈 대학, 보티프성당, 미술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등이 Ringstrasse를 따라 성대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한편, 귀족과 부유한 시민들도 대로를 따라 호화로운 궁전을 지었고 현재도 상당 수가 남아있어 아름다운 외관을 감상할 수 있다.

 

신왕궁
신왕궁 앞 헬덴광장
신왕궁(신황궁)

Ringstrasse를 따라 미술사 자연사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왕궁 건물 중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신왕궁 문이다.

신왕궁은 링슈트라쎄 건축물 중 마지막 단계에 지어졌고 이후 1938년 독일과의 합병이 선언된 곳으로, 부근엔 왕궁 정원이 있다.

신왕궁을 지나면 In der Burg-성 안에서-가 등장하는데 스위스문, 왕궁성당, 박물관 및 현재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도 있다.

이어 Sisi박물관과 스페인승마학교가 있는 성미카엘윙까지, 13세기부터 시작되어 7세기 이상 이어진 합스부르크제국의 왕궁이다.

 

관광용 올드카
신왕궁

오전 10시 조금 넘은 시각, 신왕궁 앞 헬덴 광장은 이미 뜨거울 대로 뜨겁다.

한국인 단체투어객은 전혀 없는 반면, 역사적인 의미가 큰 곳이라 그런지 다른 나라 단체투어객-백인-이 여러 팀이다.

신왕궁 앞 한쪽엔 소규모 공사 중인지 바닥면에 경계를 만들어놓았는데, 유모차가 등장하자 일꾼이 재빨리 가더니 당연한 듯

경계물을 치워주며 원활한 이동을 돕는다. 빈에 살 때 늘상 보던 장면-노약자와 장애인에 대한 배려 및 제도-이지만 살짝 뭉클하다.

 

스위스문
성미카엘윙 앞 마카엘광장

왕궁을 빠져나와 콜마크트 끝자락에 있는 율리우스마이늘샵에 들러 커피원두를 살펴보고 생수를 구입한 후 성페터 성당으로 간다.

성페터 성당 자리에 첫 교회가 지어진 것은 4세기말이고 여러 번의 개축을 거쳐 현재 성당은 18세기초에 바로크 양식으로 건립되었다.

측랑 없이 신랑만으로 이루어진 페터 성당 내부에 입장했으나 미사 중이라 다음을 기약하며 바로 돌아 나왔다. 

 

성페터성당
사도 시몬 (톱)
성페터성당

성페터성당에서 5분쯤 걸어 다다른 곳은 Judenplatz유대인광장으로, 중세 빈 유대인들의 생활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처음 와본 이 드넓은 광장엔 유대인박물관 건물 앞쪽으로 레이첼 화이트리드가 건립한 유대인 홀로코스트 위령비가 있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투어에 참여하고 있었다.

 

Judenplatz
Judenplatz

위령비는 1938년부터 1945년까지 목숨을 잃은 오스트리아 유대인 65,000명을 뜻하는 65,000권 책의 형태로 지어졌다.

책들의 표지는 안쪽으로 향하고 있어 제목-인명-을 알 수 없고, 문에는 손잡이가 없어 내부와 외부는 서로 차단되어 있으며,

조형물과 이어진 바닥면엔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홀로코스트 위령비 (오른쪽 뒤 : Museum Judenplatz)
홀로코스트 위령비

이어 이동한, '궁전이 있는 곳'을 뜻하는 Am Hof암호프는 유서 깊은 건축물들로 둘러싸인 매우 넒은 광장이다.

합스부르크 이전인 바벤베르크 왕조가 빈을 오스트리아 수도로 정하고 처음으로 궁전을 지은 곳이라 이름지어졌다. 

암호프 성당은 14세기말 건립되어 바벤베르크 왕가의 궁정교회 역할을 하였고 현재는 크로아티아 이민자들을 위한 신앙의 중심지라 한다.

 

Am Hof : 암호프 성당
암호프 성당
암호프 성당 : 산로크 (전염병의 수호성인)

외관은 바로크 느낌인데 고딕 양식이 남아있는 암호프 성당 내부가 정결하면서도 화려하다.

성당 안엔 아무도 없어 고요하기만 하고 입구 안쪽 현관에는 무염시태를 의미하는, 열두별 왕관을 쓴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마리아와

전염병의 수호성인인 산로크와 산세바스티안이 이곳을 지켜내고 있다.

 

Schottenkirche
Schottenkirche

Schottentor 안쪽에 위치한 곳, 카페 첸트랄과도 가까운 Schottenkirche 쇼텐성당에 들어섰다.

12세기에 아일랜드 베네딕트수도회(중세 라틴 스코티)에서 설립한 쇼텐수도원에 부속된 성당으로, 내부 조각과 그림이 매우 아름답다.

정례 미사 중은 아닌 것 같은데 사제 포함 10여 명의 사람들이 소규모 행사 중이라 안쪽까지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Palais Kinsky
궁전 중정
Palais Kinsky (1713-1716)

쇼텐성당 맞은편 블럭엔 과거 귀족들의 궁전들이 즐비하고 그중 우린 Palais Kinsky를 낙점했다.

건물 0층 입구 바깥쪽 일부는 공사 중이었고 오픈된 입구로 들어가면 0층 중앙홀을 거쳐 1~2층 계단으로 오를 수 있다.

18세기초 건립된 이곳의 프라이빗한 방들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기에 볼 수 없고 복도와 계단 등 공용공간만 둘러볼 수 있는데,

벽면과 천장의 바로크식 역동적 조각이나 섬세한 부조 및 호화로운 그림 장식이 화려하기 이를데없다.

 

Palais Kinsky

오전 일정은 이쯤에서 마무리. 1A 버스로 슈테판으로 움직인 후 U3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오후 1시, 숙소가 있는 U3 슈트뢱에서 구입한 치즈빵과 크루아상 그리고 크림치즈와 잼, 우유와 주스가 우리의 점심이다.

매일 톡을 하면서, 서울을 지키는 두 녀석의 상황을 확인하며 잠시 쉬어본다.

 

오후 3시, U3을 타고 Landstrasse-Wien Mitte-역에 있는 The Mall로 가 보았다.

카그란의 도나우첸트룸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규모의 쇼핑몰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아담한 쇼핑몰이었다.

쇼핑몰 안 Mueller에도 들러보고 쇼핑몰 밖 대형 dm에도 들어가보았으나 예상(?)대로 남편 영양제-독일에만-는 없었다.

목적은 이루지 못한 채 인터스파에서 삼겹살, 허니멜론, 밀가루 등 먹거리와 dm에서 근육통 도포제를 구입하여 귀가했다.

 

빈 미테 더몰 앞
더몰

오후 7시, universal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가 쫄깃하게 맛있다.

감자샐러드에 풀떼기를 추가하고 오이무침과 올리브까지 식탁에 올리니 여행 아닌 일상이 된다.

밤 10시, 감은 눈 위로 일상과 추억이 아른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