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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9월 2일 (월) : 휴식하는 날

9월이 되었건만 기온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오늘 예보도 최저 17도, 최고 32도. 

빈에 살던 예전엔 8월 중순이면 아침저녁으로 긴 소매옷을 챙겨 입었는데, 15년이 지난 요즘은 9월인데도 자정이 돼야 더위가 가신다.

 

HOFER

피자, 도넛, 납작복숭아, 사과주스와 커피, 푸딩, 티라미수를 아침부터 다 챙겨먹은 후 여행 유튜브를 잠시 시청한 다음

오전 10시, 슬슬 동네 마트로 향한다. 별 일정없이 그저 어슬렁거리기로 한 날이다.

 

HOFER

HOFER는 빈에서 내가 좋아하는 슈퍼마켓으로, 주택가나 변두리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매장은 큰 편이고 유명브랜드 상품도 간혹 있으나 호퍼 자체 브랜드 상품이나 중저가 상품이 많다.

대충 진열해 놓은 채소 과일류가 신선하면서도 저렴하고 유제품류도 품질도 괜찮은 편이며 공산품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인건비 절약형 박리다매 매장이고 오스트리아산 상품이 대부분이며 오후 늦게 가면 신선식품은 거의 매진인 경우가 많다.

 

와인류 (오른쪽아래 팩에 든 화이트와인은 요리용)
꿀과 잼

지금 숙소에 머물면서 이미 와본 HOFER지만, 언제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마트 구경을 안할 순 없다.

넓은 호퍼 매장을 쭉 살펴보고 둘러본 후 오늘내일 먹을 식품과 공수해 갈 식품들을 구입했다.

 

dm

호퍼 바로 옆에 있는 dm은 생활용품과 의약 외품 그리고 가공식품류와 간식 거리도 판매한다.

평일 오전이긴 하지만, 작지 않은 매장에 사람이 거의 없어 실내엔 적막이 흐를 지경이다. 

남편이 먹고있는 혈액순환개선제-겨우살이풀 함유 영양제-는 없어서 핸드크림과 캡슐세럼, 오메가3만 구입했다.

이 영양제는 빈의 더 큰 dm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아마 독일 dm이나 Rossmann-독일에만 있음-에서만 구입 가능한가 보다.

 

많지 않은 물품이지만 두 곳에서 구입한 것들을 숙소에 들여다 두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낮 12시, 이번엔 호퍼와 다른 방향에 있는, 이미 두어번 들렀던 SPAR로 움직인다.

 

SPAR

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트를 꼽으라면 HOFER와 EUROSPAR이다. 

유로스파-오이로슈파-보다 규모가 작은 SPAR는 유명 브랜드 상품이 많으나 유로스파보다 종류가 적고 다양하지 않다.

SPAR든 EUROSPAR든 호퍼와 비교되는, 가지런하고 깔끔한 디스플레이-BILLA도 마찬가지-를 자랑한다.

 

오늘 내일 먹을 크랜베리잼, 감자샐러드, 감자칩을 넣은 장바구니를 든 채 찜해둔 동네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우리는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관광지의 유명 레스토랑보다는 진짜 현지인들-유럽 여행객의 오류와 착각: 백인은 모두

현지인이라 여김-이 주로 찾는, 동네의 소박한 식당을 더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우린 빈에서 여행객들이 주고객인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거의 가본 적이 없다. 

나는 친구들이나 선후배와 빈 여행을 하느라 3대 카페-누가 정한 건지-중 사허와 첸트랄은 한두 번 가보았으나 남편은 가본 적이 없다.

카페를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봤거나 주로 가는 카페는 모차르트, 뮤제움, 디글라스, 돔마이어, 오벌라 정도다.

한국인 맛집으로 알려진 립스오브비엔나-여긴 99% 관광객-와 유명 맛집인 피그밀러도 가본 적이 없고 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오후 12시반이 넘은 시각, 이미 많은 사람들이 레스토랑 야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우린 맥주와 탄산수를 주문한 후 점심 메뉴 중 남편은 코르동블루, 나는 슈바인슈니첼을 주문했다.

중후하고 친절한 서버는 수프에 이어 야채샐러드와 메인 음식을 서빙해 주었는데, 새콤한 샐러드가 느끼함을 잡아주니 더 맛있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가는 도중,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민트초코칩과 화이트라임을 컵에 담았다.

오, 이것도 아주 맛있는 걸. 입과 배가 행복해진 오후 1시반,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구름 많은 늦은 오후, 그다지 덥지 않아 확인해 보니 어제보다 낮 최고 기온이 1~2도 낮다고 한다.

이제 빈에서 남은 시간은 딱 1주일, 숙소 호스트에게 체크아웃 당일 혹시 오후 2시까지 캐리어 보관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감사하게도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BIPA

오후 6시, 별 성과 없던 BIPA에 후딱 다녀온 후 오후 7시, 된장찌개와 반찬들로 거(?)한 한식을 차렸다.

그런데 식사 후 갑자기 출현한 모기라니, 빈에 살 때 주로 본 까맣고 크고 느리고 둔한 모기가 아니라 그간 진화를 한 듯

까맣고 작고 매우 잽싸고 재빠르고 순발력 있는 모기다. 우리도 잽싸게 모기 2마리를 잡았으나 또 다른 녀석이 있었는지

이후 다리 여러 군데를 물렸고, 남은 모기향매트가 없으니 모기향이나 스프레이를 구입해야 할 듯하다.

 

한 일도 별로 없는 날, 졸음이 무작정 쏟아진다.

무언가를 보고 들으려 다니지 않아도 즐겁고 재미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