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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9월 4일 (수) : 도나우의 Strandcafé

U3 지하철역 가는 길

우리가 머물고 있는 빈 아파트는 알테보눙Alte Wohnung-오래된 옛 아파트-이라 층고가 3m가 넘는다.

침실 하나, 거실, 작은 주방, 욕실, 화장실로 이루어진 작은 공간이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은 이유는 층고 덕분이다.

단점도 있으나, 내부엔 스마트TV가 있고 건물엔 엘리베이터-추후 설치한 듯-가 있으며 U3역도 가까워서 숙박하기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저께에 이어 어젯밤에도 나타난 모기들의 공격이 심상치 않다.

피렌체 모기는 여러 곳을 물었으나 많이 가렵지는 않았는데, 이곳 모기의 흡혈 자국은 가려움증이 너무 심하다.

서울서 들고온 모기매트가 다 떨어졌으니 모기를 물리칠 무언가를 반드시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전 8시, 세탁기를 돌리고 아침식사를 한 후 10시를 넘겨 쓰레기,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를 분리 배출하였다.

다른 날보다 아주 느긋하게 시작한 하루, 늘상 다니던 U3역 가는 길 말고 현대식 아파트-40~50년된 7~8층짜리-가 모여있는

거리-Hofer 가는 길 바로 옆길-로 살짝 둘러서 가본다. 

 

Kagraner Platz
Kagraner Brueke

오늘의 행선지는 빈 22구 도나우강변의 Strandcafé 슈트란트카페다.

U3를 타고 슈테판플라츠에서 Leopoldau행 U1로 환승한 후 Kagran역에 닿은 다음, 25번 트램으로 Kagraner Brueke에 내리면 된다.

 

그러나 Leopoldau행 방향 카그란역 승강장은 공사 중이라 무정차 통과였고 우린 다음 역인 Kagraner Platz에서 내려야 했다. 

Kagran에서라면 트램으로 단번에 갈 수 있으나  Kagraner Platz에선  27A 버스에 이어 25번 트램으로 갈아탄 후 목적지에 내려야 했다.

Kagraner Brueke에서 슈트란트카페까지 걸어가는 한적하고 조용한 길, 빈에 살 때 퇴근하는 남편과 이곳에서 합류하기 위해

초딩 아들과 둘이서 버스에서 내려 걷던, 추억 가득한 길이다.

 

도나우강
Strandcafé : 저녁시간에만 오픈하는 도나우강 위 테라스자리

Kagran역 폐쇄로 숙소에서부터 도나우강변의 이곳까지 이동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수요일, 오픈시각보다 늦지 않으려 했는데 다행히 오전 11시반 전에 Strandcafé 슈트란트카페에 도착했다.

 

빈에 살던 시절, 초딩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슈트란트카페.

그러나 지금의 슈트란트카페는 재건축한 모습이라 사실 우리가 드나들던 때의 정겨운 모습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2015년 즈음부터 6~7년간 주인이 바뀌고 재건축과 재오픈, 민원으로 인한 영업중단과 두번째 재오픈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 후

2020년대초부터는 정상영업 중이지만 이곳의 대표 메뉴인 슈페어립은 가성비도, 맛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Strandcafé

오픈 시각 전이지만 슈트란트카페의 야외 좌석엔 두어 팀이 이미 앉아있다.

이곳은 구시가나 중앙역로부터 이동하기엔 시간이 걸리는 편-40~50분-이라 여행객은 많지 않고 현지인 손님이 대부분이다.

수요일인 오늘 낮에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가성비 있게 슈페어립을 즐길 수 있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부드바이저
슈페어립

우리도 전망 좋은 야외 자리에 앉았다.

부드바이저맥주-€5.9-를 요청하고 평일 점심메뉴-Wochenkarte주간메뉴-중 수요일에만 먹을 수 있는 슈페어립을 주문했다.

수프에 이어 감자튀김과 2가지 소스 곁들인 슈페어립이 등장했는데, 일반 슈페어립 주문시 나오는 양파나 절임고추는 없다.

그러나 일반 슈페어립-29~39-의 반도 안되는 가격-€12.9-에 즐기는 점심이라니, 가성비가 좋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맛있다.

우리처럼 이 시간을, 이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야외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도나우강, Strandcafé

다른 유럽 국가 수도의 올드시티가 강을 끼고 있는 것과는 달리 도나우강은 구시가에서 꽤 떨어져 있다.

평화로운 도나우강변을 걸어본다. 이런 평온과 작은 행복과 소소한 안온함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25번 트램을 타고 카그란에 도착하여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 보았다. 

오스트리아 거주 기간 중 가장 오래 살았던 집을 오가는 버스정류장 위치도, 93A 노선도 그대로다.

그러나 국제학교 앞 주차장이 있던 자리엔 재작년보다 고층건물이 더 많아졌다. 고층빌딩들은 학교를 가리고 추억도 가린다.

 

Kagran 버스정류장 : 93A
Kagran
Kagran

버스정류장과 반대방향에 있는 도나우첸트룸은 우리가 귀국한 후인 2010년대초 한 차례 리뉴얼한 다음엔 크게 바뀐 건 없다.

이 대형쇼핑몰도 우리 가족의, 특히 초딩 아들과의 추억이 넘치는 곳으로 1주일에 두세 번씩 마음껏 쏘다녔던 공간이다.

 

Donauzentrum : 쇼핑몰

실내 쇼핑몰인 도나우첸트룸의 장점은 날씨에 관계없이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넓은 공간엔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니 먹거리와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기엔 최고다.

쇼핑몰 저편으로 넘어가는 구름다리엔 15년 전에 있던 젤라또가게가 그 자리를 가만 지키고 있다.

 

Donauzentrum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니 1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일이지만, 뜻한 바가 있는 남편을 위해 도나우첸트룸 안의 샵들을

2시간 넘게 열심히 돌아다녔다. 안 하던 일을 하니, 허리 다리 다 아프고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카그란역에서 슈테판 가는 승강장은 공사 중이 아니라서 U1는 정상 운행 중, U3으로 갈아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Donauzentrum : 충전 가능한 휴식 공간
U1 Kagran역

바깥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으나 오후 4시 이전에 도착한 숙소 안은 많이 덥지 않다. 

오후 6시, 홀로 나가 Hofer에서 생과일주스와 요거트를 , BIPA에서는 드디어 살충제 스프레이를 구입했다.

오후 7시, 냄비밥과 짜장, 볶음김치, 감자샐러드로 차린 저녁이 아주 맛있다.

 

늦은 저녁, 살충제를 실내에 골고루 분사했다. 

서울에서도 보기 어려운 여름 모기와 함께 하는 유럽 여행이라니 정말 이건 아니다.

이 여행이 후회와 오인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