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가 되자 어김없이 맞은편 성당에서 종소리가 사정없이 퍼지고 있다.
Spar에서 구입한 두부를 넣어 차린 즉석북엇국, 한국식품점이나 아시아마트에서 파는 두부 맛에는 미치지 못한다.
오전 10시, 느즈막히 구시가로 걸음을 옮긴다.
슈테판플라츠 옆 Stock im Eisen Platz-그라벤과 캐른트너가 만나는 곳-엔 용도를 알지 못하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있다.
생각해 보니 검은색 그랜드피아노는 빈에 머무는 내내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빈에 살던 15년전 즈음엔 이 자리 근처에서
일반 클래식피아노로 장기간 연주-아마 버스킹-를 하던 젊은 한국여인이 있었다.
첫 목적지는 그제 들렀을 땐 미사 중이라 바로 돌아나와야 했던, 그라벤의 페터성당Peterskirche-베드로성당-이다.
페터성당은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매일 3차례 미사가 이어지는데 주중엔 오전 11시, 12시반, 오후 5시에 미사를 진행한다.
빈에 살 때나 이후 여행할 때도 몇 번 입장하지 않았던 페터성당, 다시 보니 형언할 수 없이 화려하고 호화롭다.
1702년, 역동적인 바로크 양식으로 건립된 페터성당은 측랑 없이 신랑만 배치되어 있으며 신랑 좌우엔 채플들이 자리하고 있다.
성미카엘 채플엔 중앙에 악마와 대적하고 영혼을 심판하고 신의 뜻을 전하는 등 열 일하느라 바쁜 성미카엘대천사 제대화가 있고,
양쪽엔 수태고지 가브리엘대천사, 치유의 라파엘대천사 조각상이 놓여 있어서 3명의 대천사를 한눈에 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성안토니오 채플에선 성모자와 안토니오는 제대화로, 사도이자 복음사가인 요한과 산티아고로 불리는 성야고보는 석상으로 만날 수 있다.
흥미를 느낄 만한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어서 성화에 자주 등장하는 성녀 바르바라-바바라-도 제대화로 그려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바르바라는 이교도 디오스코루스-니코메디아 왕이라는 전승 있음-의 딸-공주-로서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바르바라의 부친은 수많은 청혼자들을 물리치고, 세상의 악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탑 속에 그녀를 가두었다고 한다.
어느 날, 부친은 바르바라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된 것을 알고는 그녀를 죽이려 하자, 그녀는 신앙을 지키려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은신처는 발각되었고 아버지에 의해 재판관에게 넘겨져 모진 고문을 당했으며 배교 요구를 거부해 바르바라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때 그녀의 아버지 디오스코루스가 306년경 직접 바르바라를 참수했는데, 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한다.
성녀 바르바라의 상징물은 탑이며 왕관, 종려나무가지-순교자,죽음이긴승리,천국보증-, 칼 등이 성화나 성상 속에 표현되기도 한다.
페터성당를 둘러보는 중, 누군가 11시 미사가 있으니 신자석 바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아, 앱스의 성미카엘상과 성베드로상은 물론 내부 채플-세바스티안, 요한 등-도 다 못봤는데 나가야 한다니.
구시가에 다시 오는 날, 한번 더 들르려 했으나 결국 빈을 떠날 때까지 더이상 페터성당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쇼핑 거리이자 보행자 전용 거리인 캐른트너 슈트라쎄에 스와롭스키 매장도 있다.
마침 세일기간이라 매장 내부의 진열대를 살펴보았으나 집에도 잘 모셔둔 스와롭스키 제품이 많기에 구입하지는 않았다.
이 거리에서 오늘따라 한국인 자유여행자들, 특히 30~50대 부부나 커플을 정말 많이 만났다.
슈테판 성당의 남탑 애칭을 딴 슈테플 백화점도 캐른트너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슈테플에서 남편의 쇼핑 품목을 탐색했으나 마땅치 않아 돌아나오려는데, 지하 1층에 Mythos Mozart라는 공간이 있다.
'Mythos Mozart'는 5개방을 돌아보는 60분짜리 투어로, 음악과 공연예술 그리고 모차르트와의 가시적인 만남이 구현한 공간이라 한다.
슈테플이 있는 곳은 1791년에 모차르트가 사망한 장소로, 1756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빈에서 10년간 활동을 하며 흔적을 남겼다.
이제 U1와 U4로 19구 Heiligenstadt역에서 내려서 38A 버스로 환승하여 Figls로 간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Figls는 비너슈니첼로 유명한 피그뮐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여행객이 주로 머무는 1구-구시가-에서 꽤 떨어진 19구에 위치한 곳이라 주변에서 거주하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식당으로 보면 된다.
12시반, 실내를 걸어 지나서 야외 정원이 펼쳐진 예쁜 자리에 착석했다.
평일 점심시간, 꽃으로 가득한 가든 좌석이 점차 채워지고 있다.
우린 2코스 메뉴 중 비너슈니첼과 그릴 깔라마리를 주문했고, 주문 받는 이와 서빙하는 이가 달랐으나 모두 친절했다.
구운 감자, 야채와 함께 나온 깔라마리구이도 맛있고 별도 접시에 감자야채 샐러드를 같이 제공한 슈니첼도 아주 좋았다.
바닐라아이스크림을 곁들여 서빙해 준 아펠슈트루델-사과파이-도 후식으로 만점이었다.
베토벤이 머물렀던 소박한 베토벤 그릴파처하우스 Beethoven Grillparzer Haus는 Figls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더운 날씨에 바로 와준 고마운 버스를 타고 1정거장만 움직이면 베토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집으로 불리는 Beethoven Museum이다.
Museum 출입문에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라는 안내장이 부착되어 있는데 딱 그 시간에 걸려 입장하진 못했다.
중정과 후면 정원은 항상 무료로 볼 수 있고 베토벤이 거주했던 집은 첫주 일요일에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Beethoven Museum 골목이 끝나는 곳에는 베토벤이 몇 개월 거주했다는 베토벤본하우스 Beethoven Wohnhaus가 있다.
괴팍하고 까탈스러웠던 베토벤이 빈과 근교에서 수없이 이사 다녀 머물렀던 집 중 하나로, 현재 호이리거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베토벤본하우스 근처에는 아주 작은 성당이 있고, 빈 시에서 관리하는 유적 표식이 붙어있다.
하일리겐슈태터 성당인 이곳은 성야고보 성당이라고도 불리는데, 정작 성당 내부에서 우리 눈에 띤 것은 손에 천구를 든 구세주 예수
살바토르 문디-세상을 구원하는 자-와 아주 소박한 성모자와 세례자 요한을 그린 회화였다.
다시 38A 버스로 도착한 U4 하일리겐슈타트역엔 빈 사회주택의 시초인 100년 넘은 칼막스호프 Karl Marx-Hof가 아주 길게 자리잡고 있다.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3시반, 날은 어제보다 덜 더운 듯하지만 몸은 매우 고단하다.
오후 6시반, 수제비 넣은 라볶이와 모차렐라와 올리브를 차려먹은 후 2차로 맥주와 납작복숭아를 보탰다.
시간이 성큼성큼 황새걸음이다.
내일은 멜크Melk에 간다.
'표류 > 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7일 (토) : 카페 디글라스에서 (1) | 2025.02.10 |
---|---|
9월 6일 (금) : 아쉬움 속 멜크수도원 (0) | 2025.02.06 |
9월 4일 (수) : 도나우의 Strandcafé (0) | 2025.01.29 |
9월 3일 (화) : 새로운 올드시티 (1) | 2025.01.28 |
9월 2일 (월) : 휴식하는 날 (1) | 2025.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