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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동유럽 이야기

체코 1 : 프라하의 봄 1

4월 16일 토요일, 오늘은 체코의 프라하로 짧은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프라하 민박집에 1박 예약을 해 놓은 상태.

전날 저녁 비엔나 한인성당에서 주관하는 작은 음악회에 남편 친구 부부와 함께 참석한 후, 선배와 뒤풀이까지 마치고

오느라 새벽 1시반에 귀가하는 바람에 원래 예정했던 출발 시간을 훨씬 넘긴 아침 8시 30분이 돼서야 집을 나섰다.

 

먼저 비엔나 쪽으로 차를 달렸다.

홀라브룬 근처에 있는 주유소에 도착해서 주유를 하고, 고속도로 통행권(비그니테)도 구입한 뒤 커피도 샀다.

이정표를 보며 프라하 방향으로 계속 달렸고 낮 12시, 드디어 국경을 넘었다.

두 나라 국경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표정이 대조된다. 물론 딱딱하고 근엄한 얼굴이 체코 쪽이다. 

국경을 통과한 후 오래지 않아 남편 핸드폰이 울리는데, 예약한 프라하 민박집이다.

도착 예정시간을 물으며 장보기로 인해 민박집이 잠시 비어있음을 알려준다.

 

그 후 20여 분쯤 달렸을까. 체코 고속도로로 들어온지 얼마 안돼서 타이어 쪽에서 갑작스런 소음이 들렸다.

타이어에 문제가 생긴 듯했고 근처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아무래도 앞 타이어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이 사태를 어찌하랴~ 타이어를 직접 갈아본 경험이 없는 남편은 난감해했다.

여러 생각 끝에 차 트렁크에 있는 스페어타이어와 장비를 꺼냈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타이어 정밀 검진.

일단 그냥 가기로 했다. 타이어 문제가 아닌 도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결론이었다.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먹은 후 다시 출발했다. 짐작했던 결론이 맞아 떨어졌다. 범인은 체코 고속도로였던 것이다.

비엔나 쪽에서 프라하로 가는 고속도로는 아스팔트 아닌 시멘트가 깔려있고 그때문에 예상치 못한 소음이 들렸던 것.

 

1시반, 드디어 프라하다. 민박집 주인이 알려준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찾기 위해 30분 이상 프라하 시내를 돌았나보다.

겨우 호텔을 찾아 그 근처에 주차를 했다. 그리곤 안내책자와 지도만 들고 구시가지 광장으로 향했다.

구시가 광장에는 프라하 시민과 여행객들이 주말을 맞아 다 집합한 듯했다.

광장 중앙엔 유럽 도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크기가 여느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컸다.

책자를 찾아보니 보헤미안 종교개혁자인 얀후스의 500주년 순교일을 맞아 1915년에 세운 기념비다.

광장 한쪽엔 기념품을 비롯해 다양한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그 옆쪽으론 핫도그를 파는 노점이 있다.

배가 고프다는 두 남자, 핫도그 구입하는 내내 판매하는 체코 아저씨의 표정은 계속 어둡다.

근처 벤치에 앉아서 보니 동양인도 꽤 많다. 낯익은 말이 들려 고개를 돌리니 한 무리의 한국남자들이 옆 벤치에 앉아있다.

 

요기를 하고나서는 예약한 민박집의 위치를 확인했다. 광장 바로 옆이라 반갑다.

광장 정면엔 오래된 성당-틴성당-이 있어 들어가보니 밖에서 보기보다 규모가 작았다.

그 옆으론 킨스키 궁전, 맞은 편엔 구시청사 건물, 또다른 편엔 카프카가 살던 집이 있는데, 모두 프라하 역사다.

아까부터 계속 기호의 눈길은 기념품 가게에 가 있다. 여행할 때마다 기호는 기념품에 목숨을 건다.

사기로 된 틴성당 모형과 철제 용 모형을 사고서야 얼굴에 미소가 돈다.

 

4시,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깨끗한 3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 우리가 묵을 방이 있다. 

남편은 차를 이동주차한다며 주인아저씨와 함께 나가고, 아침부터 옹크리고 있던 다리를 펴면서 휴식.

그리곤 컵라면을 먹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김치와 밥을 가져다준다. 감사했지만, 우리도 준비한 거라 기쁘게 사양~ 

아주머니에게 환전 문의를 하니 집 앞 환전소를 추천해 준다.

 

5시, 프라하 지도를 들고 카를교를 건넜다.

카를교는 블타바강에 놓여진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로, 다리 양쪽으로 성서 인물을 본따 만든 30체의 성상이 놓여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성상들의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

카를교엔 그림과 장신구를 파는 사람들, 즉석에서 인물을 그려주는 화가들,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이 자리하고 있다. 

카를교 건너편 거리로 가보니 구시가 광장 쪽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래된 전차를 보는 즐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알콜중독자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니 7시가 넘었다.

거리에 예쁘게 펼쳐진 레스토랑에 앉아 샐러드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12도짜리 맥주와 함께 저무는 프라하의 봄밤.

얀후스 동상과 카프카 집을 비추는 구시가지 광장 불빛은 따스하면서도 서늘한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