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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동유럽 이야기

체코 2 : 프라하의 봄 2

아침 7시, 눈이 떠졌다. 창 밖엔 가느다란 봄비가 뿌리고 있다.

아래층 식당에서 한식으로 준비된 식사를 하는 동안 20대 아가씨 하나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혼자서 유럽을 다니는 대단하고 용감한 여인네, 우리에게 오스트리아에 대해 물어본다.

 

9시, 숙소를 나섰다. 행선지는 프라하 성이다.

흩뿌리던 비가 그치니 광장은 한적하고 맑다. 어제 지났던 카를교를 건너 프라하 성 쪽으로 걸어갔다.

어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체코어로 된 표지들이 오늘은 제법 익숙하다.

블타바강 왼쪽 언덕에 위치한 프라하 성은 9세기에 요새로 처음 건립했는데, 현존하는 중세의 성 중 가장 큰 규모다.

성 입구를 지키는 부동자세 근위병의 모습이 동화 속에서 막 걸어나온 듯하다.

 

비 흩날리는 프라하 성, 웅장한 성비타 성당, 정성스럽게 꾸며진 정원, 그리고 성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시내가 무척 예쁘다.

성 안의 경사진 길을 걷느라 지쳐있는 기호를 모델로 정원 벤치에서 사진을 찍어주려는 순간, 벤치는 비 범벅이다.

엉덩이를 적신 기호가 투정을 한다.

 

프라하 성을 뒤로 하고 다시 거리. 11시 30분, 차를 마시려 야외 레스토랑에 앉았다.

점심까지 먹자는 남편의 말. 어니언링 튀김과 해물 스파게티, 크레페 그리고 커피, 푸짐하고 맛있다.

구시가 광장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오늘 오스트리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체코의 브르노 쪽이다.

흐린 듯한 날씨에 잠시 길을 잘못 들긴 했지만 무사히 귀가. 우리가 비웠던 시골 마을은 여전히 조용하다.

 

프라하, 중세로 가는 잠시의 최면. 

이끼 묻어있던 얀후스의 동상이 가슴을 파고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