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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빈에서 부친 편지

운터슈팅켄브룬 스케치 2

요즘 이곳 날씨는 꼭 늦가을 같다.

햇살 좋은 날이 별로 없고 바람 불고 흐리고, 거기다 춥기까지 하다.

아침엔 5도까지 내려앉고 낮기온은 15도안팎. 오늘도 서늘한 날이다.

 

어제 소풍을 다녀온 기호가 오늘은 학교엘 안 간단다.

소풍 다음날이라서 쉬나, 아이들 천국이다. 휴교일이 넘치게 많다.

 

기호와 함께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지나던 차에 탄 사람이 손을 흔든다. 아직 낯설다.

모르는 사람의 손짓도, 동양인이라서 받는 시선도.

 

 마을 한가운데 있는 작은 분수대이다.

찬 날씨인데도 분수는 제 역할에 열심이다.

분수대 뒤편으론 공중전화 부스와 벤치, 그리고 누군가의 묘비가 있다.

 

우리 집 뒤쪽에 있는 유치원. 정오가 되면 엄마들이 차를 세우고 아이를 데려간다.

간혹 걸어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짧은 거리도 대부분 승용차로 움직인다.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띈다,

 

유치원 맞은편에 위치한 수영장.

분홍 미끄럼틀이 있는 곳은 모래 놀이터이고, 멀리 빨간 미끄럼틀이 있는 곳이 일반 풀이다.

일반 풀 앞쪽으론 얕고 자그마한 유아 풀이 있고, 비치 발리볼 경기장도 있다.

무덥던 5월 말에는 잠시 오픈을 했었는데, 요사인 휴업이다. 기호가 가장 좋아하는 곳.

 

마을 중앙 게시판인 듯. 몇 개 단어만 눈에 익을 뿐 전혀 해석이 안 된다.

독일어의 고통을 되새기는 빌미를 제공하는 게시판이다.

 

주택가에서 바라본 마을 들판엔 구릉 하나 없이 말 그대로 평야다.

앞쪽의 노란 꽃은 유채다.

농촌에는 유채꽃이 굉장히 흔하고, 유채로 몸에 좋은 웰빙 식용유를 만든다.

드넓은 밭엔 기계로 농사짓는 몇 사람 외에 가끔 토끼와 꿩, 새들도 나타난다.

 

그사이 날이 환해졌다.

구름빛이, 맑은 새 솜빛이다. 마음마저 푸른 솜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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